"다주택자 적폐 취급에 진저리"..차라리 미국서 스타벅스 건물주 하겠다는 한국인들
세금 폭탄에 몸서리를 치는 다주택자들이 미국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이 현 정권 이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고자 해외 부동산에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고액 자산가에 국한되지 않고 대상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한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구매력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캘리포니아 남부(남가주)에 위치하는 오렌지카운티는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어바인(Irvine), 플러턴(Fullerton) 등의 도시가 있는 곳이다. 특히 어바인은 신도시로서 주거 환경이 깨끗하고 교육 환경이 우수해 한국 유명 연예인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2019년에는 김태희·비 부부가 어바인에 24억원 상당의 집을 구매해 이슈가 됐었다.
크리스티 박 에이전트는 "남가주도 주택 가격이 많이 올랐다"면서 "어바인의 가장 인기있는 동네의 매물은 방이 3~4개 있는 주택으로 금액은 150만달러(약17억7000만원) 이상 생각해야 한다. 200만달러(약23억7000만원)정도면 방이 4~5개 있는 더 큰 규모의 주택 구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의 경우 대출이 까다로울 수 있지만 70% 미만까지 가능하다. 이율이 5~6%대로 현지인(3%대)보다 높아 한국인들은 전액 현금으로 구매하거나 50% 정도 대출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면서 국내에 있는 주택 일부를 처분하고 미국에 상가 건물을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
해외부동산 자문회사인 도우지엔 문석헌 본부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하고 국내 부동산 시장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서울에 있는 주택 일부를 처분하고 미국에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원하는 분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이 주로 찾는 상업용 부동산은 위험 부담이 낮은 우량한 임차인이 있는 건물이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이 대표적이다. 스타벅스는 보통 임대 계약이 10년이며 5년씩 추가로 4회까지 임대 연장 옵션을 적용하면 최대 30년도 가능하다.
올해 한국인이 매입한 상가 건물 중 하나도 임차인이 스타벅스다.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있는 이 상가 건물의 매매가는 380만달러(약45억원)로 실투자금은 160만달러(약19억원)다. 대출 이자와 부대 비용 등을 제외한 10년 평균 연 수익률은 6%, 기대 수익금은 매년 10만달러(약1억2000만원)다.
미국은 보통 거래세(transfer tax)는 매도인이 낸다. 스타벅스처럼 우량 임차인은 재산세, 화재보험료, 수리유지비까지 임차인이 부담하는 Triple-Net(NNN)Lease로 계약하기 때문에 유지비용 부담이 한국보다 덜하다.
고액자산가들은 현 정권 이후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고자 일찌감치 해외부동산으로 눈을 돌렸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개인·법인)들이 해외 부동산 취득을 위해 해외로 송금한 금액은 2018년 총 6억2550만달러(약7400억원)다. 2년 전인 2016년 3억900만달러(약3655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자산가들은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도 가격 상승 여력이 있고 규제가 덜한 미국 부동산을 찾았다"라고 했다. 그는 "투자 금액은 10억원부터 30억원 이상, 주택에서 상업용 부동산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보통 미국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고 50~60%는 대출을 받아서 구입하는 방식이다. 그는 "미국에 몇 채를 구입해도 다주택 중과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 부동산 가격이 올랐지만 여전히 투자 수요가 있다"라고 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세는 제한적인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취득 송금 총액은 비공개 자료라서 공개는 어렵다"면서도 "2019년부터는 지속 상승이라기 보다는 등락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부동산에 관한 관심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대선 이후 부동산 정책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현재는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로 부동산 추가 구매가 어려운데다 양도소득세 중과로 매매차익도 얻기 힘들어졌다. 최근에는 종부세 폭탄까지 실감하면서 한국 부동산만 쳐다볼 이유가 더 없어졌다.
무엇보다 한국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국내 거주자의 구매력이 높아졌다. 지난 11월 기준 서울 강남구 아파트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8256만원이다. 25평 소형 아파트 한 채만 해도 20억원이 넘는다는 의미다. 서울 강남권의 대장주 단지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전용 129.92㎡(52평형)가 60억2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다시 썼다. 강남에 있는 아파트 한 채만 팔아도 미국에 있는 주택이나 상가 투자가 가능해졌다. 수백억원이 있는 고액자산가들뿐 아니라 국내 중산층까지 미국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배경이다.
올해 미국 주택 가격은 최근 상승 폭이 둔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미국 S&P 코어로직케이스실러 주택 가격 지수에 따르면 지난 9월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19.5% 상승했다. 이전 달(19.8%) 보다 상승폭은 소폭 둔화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내년에도 수급 불균형으로 미국 주택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 말까지 미국의 주택가격이 16% 더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도심에서 교외로 이전 수요가 늘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임대료는 올랐고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주택 구매 수요도 증가했다. 반면 건축 자재 상승, 건축 분야 인력난, 2008년 이후 주택 공급 부족 등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 저금리로 인해 주택 구입 부담이 낮아진 것도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모기지은행협회에 따르면 30년 고정 모기지금리는 지난 8월 연 2.97%를 기록한 후 조금씩 올랐지만 연 3.31%(12월1일 기준)로 여전히 3%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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