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7000원 시대 열렸다..서민 밥상 물가의 비명

정진호 2021. 12. 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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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년 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물가엔 외식비 상승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달 외식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9%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빠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최근 들어 급등한 피자·치킨과 같은 프랜차이즈 음식 가격뿐 아니라 김치찌개·비빔밥·자장면 같은 이른바 ‘서민음식’의 가격 인상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15일 서울 시내 외식업 밀집지역 모습. 연합뉴스


5000원대 김치찌개, 7000원대로


5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을 통해 확인한 지난 10월 기준 서울의 김치찌개 백반 가격은 7077원이다. 1년 전(6731원)보다 5.1% 올랐다. 지난 9월 서울의 외식 김치찌개 가격이 처음으로 7000원을 넘어섰다. 이후 7000원대 김치찌개가 이어지고 있다. 2014년 첫 조사 때까지만 해도 5000원대였는데 그 사이 앞자리 숫자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
외식 가격은 한 번 올리면 낮추는 일이 드물어 김치찌개 7000원 시대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참가격 표시 가격은 조사대상 식당을 정해놓고 가격의 평균을 구하는데 외곽 식당 등이 대상에 포함돼 있어 체감 가격보다 일반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서울 지역 주요 외식품목 가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냉면 1만원 시대도 넘본다


김치찌개 외에도 냉면‧비빔밥‧삼겹살‧자장면‧삼계탕‧칼국수‧김밥 등 총 8개가 소비자원이 선정한 대표 외식 품목이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삼겹살을 제외한 7개 품목의 가격이 모두 2% 넘게 올랐다. 특히 냉면의 경우 10월 들어 또다시 가격이 올랐다. 서울 지역 냉면은 지난해 10월 9000원에서 올해는 9654원까지 오르면서 상승률이 7.3%에 달했다.

11월부터 외식 물가가 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1년 내로 ‘냉면 1만원’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지난 9월 1만7188원이던 삼겹살(200g) 가격은 지난달 1만7291원으로 올랐다. 서울의 삼겹살 외식비는 올해 6월 전달 대비 103원 오른 1만6684원을 기록한 이후 8월 한 달을 제외하곤 매달 꾸준히 가격이 오르고 있다.


10조원 넘게 풀린 재난지원금 영향


최근 외식 물가 상승을 견인한 원인으로 국민 88%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국민상생지원금)과 ‘위드 코로나’ 기대감 따른 수요 증가가 꼽힌다. 1인당 25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이 9월부터 지급되면서 외식으로 소비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돼지고깃값과 연결되는 사룟값, 냉면 가격을 결정하는 메밀 가격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고,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인건비가 오른 점 등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도 외식 등 서비스 가격의 물가상승 견인을 주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원재료비 상승 등이 반영되면서 외식물가를 중심으로 오름세가 확대됐다”며 “개인서비스가 11월 물가상승률(3.7%) 중 1%포인트를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식 외 서비스 물가도 크게 올랐다.


세탁·목욕 등 서비스가격도 상승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참가격에 따르면 10월 서울 지역에서 정장 상‧하의를 드라이클리닝 하는 데 드는 세탁비는 7308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7077원)보다 3.3% 올랐다. 목욕비는 같은 기간 7308원에서 7615원으로 4.2% 상승했다. 통계청의 11월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를 봐도 골프장‧당구장‧가사도우미 비용 등 서비스 가격 대부분이 1년 전보다 올랐다.

이 같은 수요측면에서의 물가 압력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공급망 차질에서 비롯된 물가상승이 수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원자재 상승을 견디고 있었는데 내수 활성화 조짐으로 수요가 늘면서 가격표 인상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추세가 쉽게 꺾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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