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2월, 털목도리 두른 정인이묘..'마지막 재판'이 남았다
한해 마지막인 12월. 잔디가 하얗게 변한 정인이 수목장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아이 묘소엔 하늘색 털모자와 분홍색 털장갑이 씌워지고, 보드라운 목도리가 둘러졌다. 넋이나마 춥지 말라고, 다녀간 이들이 섬세히 마음을 쓴 거였다. 마음으로 정인이 엄마를, 아빠를 자처하는 이들 말이다. 추모하는 이들은 자주 울었고, 흑백 사진 속 정인이는 변함 없이 웃고 있었다.
올해 1월 13일, 지금처럼 추웠던 지난 겨울에 시작한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재판인 '대법원' 판결이 남았다. 췌장이 끊어질만큼의 학대로 16개월만에 숨진 정인이. 그 가해자로 재판에 세워진, 양모·양부의 죄(罪)를 묻기 위한 과정은 지난하고 길었다.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일 거라 여겼던 죗값은 판결을 거듭하며 안도에서 분노와 우려로 바뀌었다.
정인이는, 이젠 엄마와 아빠가 많다. 그리고 그들은 재판 결과에 실망했을지언정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계속 싸울 거라고, 정인이를 두 번 죽게 만들지 않을 거라고 목소릴 높인다고 했다. 그래서 상식적인 판결을 이끌어내어, 죄없는 아이를 살해한 죄는 우리 사회에서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줄 거라고 했다.
지난 5월, 첫번째 재판 판결에선 양모 장모씨에게 무기징역을, 양부 안모씨에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재판부에 요청한 형량은 양모 장씨는 사형, 양부는 징역 7년 6개월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내려진 두번째 재판 판결에선, 양모 장모씨의 무기징역형이 너무 무겁다고, 부당하다며 35년형으로 감형했다. 양부 안씨의 선고 형량은 동일했다.
장씨가 사망 당일 심폐소생술을 했으니 계획적 살인 의도가 없었다고 봤고, 감정통제능력이 부족해 범행으로 이어졌을 수 있으며, 사망을 막지 못한 사회적 보호 체계 문제도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와 긴 재판 과정 내내 엄벌을 요구했던 시민들은 탄식했다. 당시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기를 얼마나 더 잔인하게 죽여야만 무기징역이나 사형이 나오느냐"며 "한 개인의 잘못된 행동을 사회적 책임으로 돌린다면 엄벌할 사람이 없다"고 기자회견에서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납득할 수 없으며, 우려되는 판결이란 목소리가 다수 나왔다.
정인이 엄마·아빠들은 양모 장씨와 양부 안씨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 하겠다며, 다시금 힘을 모아 목소릴 내고 있다.
정인이 재판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 챌린지'가 SNS 등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파기환송'이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판하게 하는 것이다. 대법원이 파기환송할 경우, 2심 판결문이 파기되고 다시 재판해 판결을 내려야 한다.
이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는 A씨는 "몰랐을 땐 정인이를 구하지 못했지만, 알고 난 뒤엔 정인이를 두 번 죽게 만들 수 없다"며 "우리는 정인이를 포기할 수가 없다"고 했다.
2심 재판을 다시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도 올라왔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엔 '정인이 양모 2심 선고 너무합니다'란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는데, 청원자는 "정인이 몸에 난 상처들이 증거이고 계획적 살인이다"라며 "양모는 사형 선고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해당 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602575)은 5일 오후 기준 3만 2553명의 동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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