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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배트맨 캐릭터 가진 美회사, 네이버웹툰 찍은 이유

유성운 입력 2021. 12. 05. 16:02 수정 2021. 12. 0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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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옥 미국 콘텐트 총괄 리더 인터뷰
"미국 10~20대 웹툰에 열광"
이신옥 네이버웹툰 미국 콘텐트 총괄 리더 [사진 네이버웹툰]

한국에서 지난달 25일부터 공개된 '배트맨: 웨인 패밀리 어드벤처'는 배트맨이 젊은 동료들과 한 집에서 살면서 펼치는 일상의 이야기로, DC코믹스가 네이버웹툰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새롭게 선보인 웹툰이다. 미국에서는 9월부터 네이버웹툰의 미국 플랫폼 ‘웹툰(WEBTOON)’을 통해 연재 중이고, 구독자는 73만6000명이다.

DC코믹스는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 유명 캐릭터를 보유한 미국의 출판사.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을 보유한 마블코믹스와 함께 미국 만화 산업계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DC코믹스가 네이버 측과 손잡고 웹툰에 뛰어든 것은 큰 화제가 됐다.

전 세계 플랫폼 회사들의 IP(지식 재산권) 확보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네이버웹툰은 어떻게 DC 측과 손잡게 됐을까.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이신옥 네이버웹툰 미국 콘텐트 총괄 리더를 지난달 29일 만나 물어봤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네이버 웹툰 미국 본사. 유성운 기자


-미국의 네이버웹툰은 어떻게 운영되나?
=2014년 'WEBTOON(웹툰)'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었고, 기본적으로는 한국과 똑같다. 한국의 정식 연재에 해당하는 '오리지널'이 있고, '베스트도전(발굴 목적으로 자유롭게 운영되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연재 게시판)'에 해당하는 ‘CANVAS(캔버스)’가 있다. 현재 월간 이용자 수는 1400만 명에 달한다(한국 네이버웹툰의 월간 이용자 수는 1억6700만명).

-미국은 인쇄 매체 만화가 주류다. 웹툰이 자리 잡는데 어려움은?
=사실 미국엔 '웹툰'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우리가 들어오면서 만든 신조어다. 그 전에는 인쇄 매체를 스캔해서 보여주는 정도의 서비스만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만화라는 것에 대한 인식 자체가 너무나 달랐고, 웹툰이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렸다. 가로로 보는 인쇄 매체와 달리 세로로 보는 방식부터 달라지는 것이니까…하지만 모바일에 익숙한 젠지(Gen Z·한국의 Z세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만화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결국 통했다.

네이버 미국 웹툰. 한국 작품 '여신강림', '입학용병'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 네이버웹툰]
네이버 미국 웹툰. 요일별로 연재되는 것은 한국과 동일하다. [사진 네이버웹툰]

-DC코믹스와 어떻게 손을 잡게 됐는지 궁금하다.
=실은 우리가 DC를 선택했다기보다는 DC가 우리를 선택했다. 우리가 미국 청소년들한테 유독 인기를 많이 끄니까 그런 점이 매력 있었던 것 같다. DC가 80여년 역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많은 캐릭터가 있지만, 기존 코믹스로는 청소년층에 파고드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이런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우리와 손잡고 싶었던 것이다.

-미국만의 웹툰 분위기가 있나?
=다양한 인종이 사는 나라이다 보니 매우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최고 인기작 중의 하나인 '로어 올림푸스(Lore Olympus)'는 그리스 신화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로맨스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것인데, 작가는 뉴질랜드인이다. 또 '언오더너리(unOrdinary)'는 그림체는 일본의 소년만화풍인데, 내용은 미국식 히어로물이다. 우리는 미국식 스시인 '캘리포니아 롤'이라고도 부르는데, '웹툰'이 만든 새로운 문화라고 본다. 그 외에도 세계 곳곳에서 영어를 쓰는 다양한 작가들이 여기에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 웹툰 '배트맨: 웨인 패밀리 어드벤처' [사진 네이버웹툰]

-한국에선 웹툰이 영화·드라마로 만들어지는 등 새로운 콘텐트의 보고다. 미국은 어떤가.
=비슷한 궤도로 가고 있다. 구독자가 500만명에 달하는 '로어 올림푸스'는 세계 최대 출판사인 펭귄북스에서 11월에 그래픽 노블로 출시됐다. '후키(Hooky)'라는 작품도 얼마 전 그래픽노블로 출간돼 10월에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처럼 수십억 원을 버는 웹툰 작가도 나왔나?
=아직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처럼 좋은 집과 차를 사는 20대 작가들이 나오고 있다. 요즘 미국에서 '웹툰에 연재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10~20대들이 적지 않다.

-한국 작품 중 미국에서 인기를 얻는 작품도 있나?
=물론이다. 웹소설로 출발해 웹툰이 된 '재혼황후'는 미국에서도 구독자가 200만명이 넘는다. 인기 작가 야옹이의 '여신강림'도 구독자가 600만명에 달하는데 미국에서 그래픽노블 출시를 검토 중이다. '입학용병'은 한국 특유의 학원 액션물인데도 웹툰에 익숙해진 미국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세계 조회수가 45억뷰에 달하는 '신의 탑'도 빼놓을 수 없다.

네이버 미국 웹툰 홈페이지 첫 화면. 한국 작품 '그 해 우리는 - 초여름이 좋아!'가 크게 소개되어 있다. [사진 네이버웹툰]

-마블코믹스도 최근 웹툰에 뛰어들었다고 들었다. 위기의식은 없나?
=환영할 일이다. 웹툰이 이제 명실상부한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는다는 증거 아니겠나. 웹툰 시스템은 제작 방식, 편집 등 여러 가지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다. 또 '캔버스'를 보자. 신인들이 하루에 약 1000개의 작품을 이곳에 올린다. 당분간 마블 등 후발주자가 우리가 구축한 시스템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

네이버웹툰의 이런 행보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일본 시장 공략과도 유사하다. JYP는 트와이스 등 K팝 걸그룹으로 일본에서 인기를 끈 뒤 일본에서 직접 일본 걸그룹 니쥬를 발굴 육성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른바 '한류 3.0'이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이신옥 네이버웹툰 미국 콘텐트 총괄 리더 [사진 네이버웹툰]

-미국시장에서 네이버 웹툰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즈니 같은 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본다. 이곳 독자들도 코인(한국 네이버웹툰의 쿠키)을 구입해서 돈을 주고 웹툰을 보고 있다. 이제 수익화에서 산업화로 넘어가는 차례다. 웹툰을 통해서 '해리 포터' 같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로스엔젤레스=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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