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 기업은행 여자배구 리스크

박소정 기자 입력 2021. 12. 5. 17:04 수정 2022. 2. 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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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여자배구 사태가 단순히 스포츠 문제를 넘어서 금융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은행은 구단 내홍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최근까지 '부장'이 맡던 단장 자리를 '부행장'으로 교체하기까지 했다.

5일 금융권과 스포츠계에 따르면, 여자프로배구단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최근 감성한 부산·울산·경남그룹장(부행장)을 신임 단장에 앉혔다.

기업은행 배구단 단장 자리는 최근까지 본부장이나 부장급이 맡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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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송화·김사니 이탈.. 'IBK기업은행 여자배구' 사태
문제 일파만파 커지자 '부장→부행장'으로 단장 교체
구단주·인사권자인 윤종원 기업은행장 책임론까지
금감원엔 때아닌 배구 팬 민원.. 금융당국도 '불똥'

IBK기업은행 여자배구 사태가 단순히 스포츠 문제를 넘어서 금융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은행은 구단 내홍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최근까지 ‘부장’이 맡던 단장 자리를 ‘부행장’으로 교체하기까지 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구단주인 윤종원 기업은행장에 반발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금융권에선 ‘꼬리가 몸통을 흔든 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5일 금융권과 스포츠계에 따르면, 여자프로배구단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최근 감성한 부산·울산·경남그룹장(부행장)을 신임 단장에 앉혔다. 이로써 감 부행장은 은행 업무와 배구단 단장 업무를 함께 도맡게 됐다. 지난달 불거진 프로배구 여자부 IBK기업은행 사태로 기존 단장을 경질한 데 따른 조치였다.

지난달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화성 IBK 기업은행 알토스의 경기. 1세트 김사니 IBK 감독대행(오른쪽)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사태는 최근 주전 세터 조송화가 서남원 전 감독과의 갈등 이후 팀을 무단이탈하며 불거졌다. 김사니 세터 코치도 같은 이유로 사직 의사를 표명한 후 팀을 이탈했다. 시즌 중에 선수와 코치가 팀을 떠난 것은 이례적이었다. 기업은행 측은 팀 내 불화와 성적 책임을 물어 서 감독과 윤 단장을 경질했는데, 무단이탈한 김 코치를 되레 복귀를 시켜 감독대행으로 선임하면서 비난 여론이 더 커졌다. 결국 김 대행은 지난 2일 자진하여 사퇴했다.

신임 단장인 감 부행장은 기업은행에서 뉴욕지점장, 서부지역본부장 등을 거쳐 2019년부터 부산·울산·경남그룹장을 맡고 있다. 은행 내 부행장급이다. 기업은행 배구단 단장 자리는 최근까지 본부장이나 부장급이 맡던 자리였다. 현대카드 상무 출신 외부 영입 인사인 조민정 홍보브랜드본부장과 윤재섭 나눔행복부장이 이전까지 단장을 맡았었다.

은행권에선 이를 두고 “이번 사안을 은행 차원에서도 중요하게 바라보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비교적 무게감 있는 직책인 부행장을 단장에 선임한 것은 조속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 이슈이긴 하나 나아가 은행의 이미지 실추와도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일 OECD가 개최한 비대면 국제 포럼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각국의 중소기업금융을 대표하는 은행장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IBK기업은행

구단주이자 인사권자인 윤 행장의 책임론까지 불거졌다.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윤 행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와 폴란드 등 유럽에 해외 출장을 나가 있던 상황이었다. 배구팬들은 기업은행이 문제가 불거진 즉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이 윤 행장의 부재에 있으며,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인사권자인 윤 행장의 잘못된 인사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기업은행은 수장이 채 귀국하기도 전에 부랴부랴 단장을 교체하는 결정을 내렸다.

금융당국에도 불똥이 튀었다.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단순한 스포츠 문제가 아니고 IBK기업은행의 레퓨테이션(명성)에 영향을 미치고 잘 처리를 못 하면 심각한 문제가 되니 챙겨보고 적절한 조치를 해라”는 이용우 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받았다. 고 위원장도 이에 “네”라고 대답했다.

금감원에는 때아닌 민원이 빗발치기도 했다. 배구팬들 사이에서 기업은행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하기 위해선 은행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다.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금감원 민원 접수 방법 등이 공유됐고, 금감원에 문의 전화를 넣었다는 후기가 잇따랐다.

사회 공헌 사업의 일종으로 대부분 스포츠단을 거느리고 있는 금융사들도 이번 기업은행 사태를 가볍게 느끼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꼬리가 몸통을 흔든 격”이라며 “스포츠 이슈를 사소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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