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24시] 올해 한미 안보협의회의(SCM)가 남긴 과제

여론독자부 입력 2021. 12. 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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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美, 종전 선언 원론적 차원서만 지지
전작권 전환은 대선 상관없이 추진
'중국 옥죄기' 美에 韓 일정부분 동의
양국 실속 챙겼지만 서로 부담 될수도
김재천 서강대 국제정치학 교수
[서울경제]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는 한국과 미국의 국방장관이 매년 교대로 상대국을 방문해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평가하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점검하는 협의 기구다. 지난 1968년 양국 국방장관의 연례 회의가 처음 개최됐고 1971년 회의의 이름을 SCM으로 변경한 후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이 발생한 1979년만 제외하고는 매년 열려왔으니 한미 동맹의 주요 기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2일 개최된 제53차 SCM의 공동성명은 문재인 정부와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관심사가 고르게 반영된 상당히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관심사인 종전 선언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관한 내용이 적시됐다. 미국이 종전 선언을 지지한다는 내용은 없다. 하지만 공동성명은 2018년 남북 ‘판문점선언’과 ‘9·19군사합의’, 그리고 북미 ‘싱가포르정상회담 공동성명’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2018년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약속했고 9·19합의는 이러한 약속 이행을 위한 군사적 합의다. 싱가포르정상회담 공동성명 4개 항목 중 제1항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이고 북한은 새로운 북미 관계의 중요한 징표는 ‘종전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SCM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종전 선언 추진을 원론적 차원에서 지지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이유다.

전작권 전환의 경우 2022년 대통령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문 대통령 임기 후에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 전작권 전환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능력’이다. 한국군이 연합 방위를 주도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초기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양국은 한국의 핵심 군사 능력과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에 대한 포괄적 공동 연구를 진행해 (내년 전반기에) 완료하고 이에 대한 공동 평가를 (내년 하반기에) 마치기로 했다.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 미래연합사 구성을 위한 완전운용능력(FOC) 평가가 코로나19 상황으로 지연됐는데 2022년에는 반드시 평가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전작권 전환에 일정한 진도를 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공동성명에는 미국의 관심사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 ‘민주적 규범·인권·법치 같은 가치를 양국이 공유하고 있다’는 내용은 자유주의 규범과 가치를 내세우며 중국을 옥죄려 하는 미국의 정책에 한국이 일정 부분 동의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미 동맹이 한반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핵심 축’이라는 내용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전략적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미국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은 지난번 한미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을 재확인하는 차원이라고 하지만 SCM 공동성명에 명기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유엔사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앞으로도 그러한 임무와 과업을 수행해나갈 것’이라는 내용은 종전 선언 추진으로 초래될 수 있는 유엔사의 지위 변경이나 역할 축소, 폐지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로 읽힌다.

공동성명에는 ‘인도태평양이 미국 안보의 최우선 전구(戰區)’라고 적시돼 있다. 미국은 한미 동맹의 지역적 운용 범위를 인도태평양으로 확장하기를 원하고 군사 분야뿐 아니라 민주주의·인권·법치를 지향하는 가치 동맹으로 구동하고 싶어한다. 미국의 요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미는 1953년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서 한미 동맹 운용의 지역적 범위를 ‘태평양’으로 규정했고 2008년 정상회담에서 동맹을 가치 동맹으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한 바 있다.

2021 SCM 공동성명에서 문 정부는 종전 선언과 전작권 전환에서, 바이든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민주주의·인권·법치의 가치 외교’에서 실속을 챙겼다. 하지만 단기적 차원의 주고받기식 타협이었다면 장기적으로는 양국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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