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거나 죽어야 병상 생기는 아비규환'..대기 1,000명 육박, 절반이 고령 환자

김성태 기자 2021. 12. 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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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쇼크]
■ 의료시스템 붕괴 초읽기
절반 이상인 541명이 70세 이상
병상 확충만으론 근본해결 안돼
60세이상 기저질환자 필수 입원
생활치료시설 추가확충 등 대책 시급
5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입국자들에게 안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지난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시행된 후 코로나19 사망자가 곧 1,000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고령층의 백신 접종 효과가 빨리 떨어졌는데도 부스터샷 접종을 신속하게 시행하지 못한 점, 위중증 환자 병상이 부족해 제때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연일 확진자가 5,000명대를 기록하면서 위중증 환자 수도 역대 최다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병상 부족이 심화돼 현재 수도권에서 병상 배정을 받지 못해 대기하는 환자들이 1,000명에 육박하고 있어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 현장에서는 “의료진이 마지막까지 지키려고 발버둥치는 ‘사망’ 막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현재 의료 체계 대응 여력이 사실상 한계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유행이 이어지면 올해 말 ‘크라스마스 악몽’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코로나19 사망자 994명 중 60세 이상이 96%에 달한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층이 55.4%로 전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사망자가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부스터샷 접종 실기를 꼽는다. 올초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받은 고령층의 경우 대부분 효과가 떨어질 시기가 됐는데도 부스터샷 접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층의 백신 접종 효과가 떨어지는 시기와 위드 코로나 시행 시기가 겹치면서 위중증 환자가 급증해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해외 사례를 고려해 고령층을 대상으로 신속하게 부스터샷을 실행했어야 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환자 병상이 부족하고 중증·사망자가 늘고 있어 의료 시스템이 붕괴 직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전날 오후 5시 기준 서울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91.1%(349개 중 318개 사용), 인천 91.1%(79개 중 72개 사용) 경기는 79.0%(366개 중 289개)로 집계됐다. 중환자 병상은 입·퇴원 수속과 여유 병상 확보 등의 이유로 100% 가동되기 어렵고 중환자를 돌볼 수 있는 인력도 병원별로 한정적이어서 병상이 남아 있더라도 환자를 추가로 받지 못하기도 한다. 경북·강원·충북·충남 지역에는 병상이 1개씩만 남는 등 전국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 역시 79.1%로 높은 상황이다. 방역 당국은 수도권 내 병상 배정이 어려울 때는 환자를 비수도권으로 이송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다. 실제 이날 0시 기준 수도권에서 병상 배정을 받지 못해 대기하는 환자는 954명으로 1,000명에 육박한다. 이들 가운데 56.7%인 541명은 70세 이상 고령 환자이고 나머지 대기자들 역시 고혈압·당뇨 등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으로 413명이다. 4일 이상 대기자는 299명으로 제일 많고 1일 이상인 경우가 418명, 2일 이상 164명, 3일 이상 73명이다. 최근에는 비수도권에서도 병상 배정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비수도권 병상 대기자는 전날보다 19명 늘어난 23명이다. 비수도권에서는 지난 2일까지는 병상 대기자가 없었으나 최근 고령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자 환자 문진과 분류, 병상 배정에 부하가 걸리고 있는 것이다. 위중증 환자는 늘어나는데 병상은 부족해 사망자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보니 의료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교수는 “중증 환자 병상은 위중증 환자가 회복하거나 사망해야 다른 환자가 들어갈 수 있다”며 “중환자가 한번 입원하면 최소 2주 걸리기 때문에 병상에 빈자리가 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위중증 환자가 현재처럼 발생하면 확충한 병상도 금새 꽉 찰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위중증 환자는 1일부터 닷새 연속(723명→733명→736명→752명→744명) 700명대를 넘어선 상태다. 김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는 병상을 늘려도 중환자를 줄이지 않으면 곧장 포화 상태가 되기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정책”이라며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택치료 범위를 좁히고 추가 접종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상태가 심해진 재택치료자를 이송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60세 이상 기저 질환자는 무조건 치료 기관에 입원시켜야 한다”며 “재택치료 범위를 축소하기 위해 체육관 등에 병상을 확보하고 생활 치료 시설 수를 더욱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왕해나 기자 haena0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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