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해체? "3000억 빚 못 갚겠다" 고백에 中정부 심야성명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불가피하다고 선언했다. 이에 중국 정부가 직접 개입에 나섰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헝다는 지난 3일 밤 홍콩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2억6000만 달러(약 3075억원)의 채무를 상환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상환이 어려울 거로 보인다”며 “만약 채무 이행에 실패할 경우 일부 채권단들의 채무 상환 요구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헝다 그룹 차원에서 역외 부채를 사실상 감당할 수 없음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만일 이번 채무가 상환되지 않는다면 다른 채권자들도 조기 상환을 요구하며 연쇄 디폴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헝다 그룹의 전체 달러 채권 규모는 192억3600만 달러(약 22조7000억원)에 이른다.
상황이 급하게 돌아가자 중국 광둥성 정부가 나섰다. 이날 밤 쉬자인(許家印) 헝다그룹 회장을 소환했다.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업체나 기관을 공개적으로 불러 질타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웨탄(約談)’ 형식을 통해서다. 이후 광둥성 정부는 회사 정상화 차원에서 헝다에 업무팀을 파견해 리스크 관리와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헝다는 천문학적인 채무 속에서도 각종 자산을 매각해 위기를 넘기며 연명해왔다. 헝다는 채권 만기일에는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가 30일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마지막 날 대금을 치르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세 번의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당장 이달 6일에도 달러채 이자 8249만 달러(976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이외에도 28일 2억4300만 달러(약 2875억원)의 달러채 이자, 내년 1월 중 달러 채권 총 7건의 이자 4억1500만 달러(약 4909억원) 만기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헝다 위기에 중국 금융당국은 잇따라 입장을 발표했다. 디폴트가 발생해도 중국 경제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인민은행은 심야 성명에서 “국제 달러채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비교적 성숙하고 관련 문제를 처리할 명확한 법적 규정과 절차도 존재한다”며 “단기적인 부동산 기업의 위험이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정상적 융자 기능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감독관리위원회도 "헝다의 전체 채무 중 금융권 부채가 3분의 1가량에 그치고 구조적으로도 분산돼 있다"고 밝혔다.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역시 “중국 본토 주식 시장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고 채권 시장에서의 디폴트 비율 역시 1% 안팎의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헝다 위기가 자본시장에 끼칠 영향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반응이 오히려 헝다의 실제 디폴트 가능성을 중국 당국이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 정부가 파산 위기에 빠진 헝다를 해체하는 수순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헝다가 파산하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분야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아시아 연구 책임자인 루이스 퀴즈는 SCMP에 “중국의 심각한 부동산 침체가 계속 이어진다면 내년 4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3.0%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이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0.7%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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