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인공지능'과목..서울고교 250곳 중 1곳만 선택

김금이 입력 2021. 12. 5. 17:45 수정 2021. 12. 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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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4차 산업혁명 교육
이번 학기부터 진로선택 과목
대입관련 적어 학생관심 낮고
선생님조차 "못한다"며 기피
참고용 교과서조차 거의 없어
교육청 "교원 재교육 개선중"
경북 구미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 박준형 씨는 이번 학기에 처음 개설된 '인공지능(AI) 수학' 과목을 담당하게 됐다. 정규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아 주말에 따로 수업을 개설해 신청받고 1~2학년 학생 13명을 가르친다. 박씨는 "이번 학기에 수업을 처음 시작했는데, 교과서 종류도 몇 개 없고 정식 출판 전이라 구입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다"며 "아직 교과서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샘플로 받은 교과서를 복사해서 수업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제목은 인공지능 수학인데 중점 내용이 인공지능인지 수학인지 뚜렷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차라리 인공지능을 위한 수학 수업이면 하기 편할 텐데, 교사도 따로 공부해서 가르쳐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며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이번 학기부터 고등학교 진로 선택 과목에 인공지능 과목이 새롭게 포함됐다. 하지만 교육부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선택 과목으로 도입하면서 교육 현장에선 '인공지능 교육'이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원이 부족하고 대입 연계성도 떨어져 인공지능 과목을 선택조차 하지 않은 학교가 대다수였다.

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학기에 '인공지능 기초' 또는 '인공지능 수학' 과목을 선택한 고등학교는 관내 250곳 중 단 1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학교가 1년간의 학사일정을 미리 계획해뒀고, 교과서 개발이나 교사 연수 등이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라 도입 첫 학기부터 선택하기엔 어려움이 컸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학기에 처음으로 시작해서 선택한 학교가 많지 않고, 내년부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교원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원을 통한 재교육과 연수 기회 등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일부 개정안을 통해 고등학교 보통 교과의 진로 선택 과목으로 '인공지능 기초' '인공지능 수학'을 올해 2학기부터 적용하도록 고시했다. 공교육과정에 인공지능 교과목이 처음 도입된 것이다. 고등학교 교과목은 보통 1학년이 듣는 '공통 과목'과 2~3학년이 진로, 흥미 등을 고려해 선택해서 듣는 '일반 선택 과목', 좀 더 심화한 선택 과목인 '진로 선택 과목'으로 나뉜다. 인공지능 관련 과목은 2~3학년이 주로 듣는 진로 선택 과목에 추가됐다. 또 관련 교원을 양성하기 위해 교사의 인공지능 교육대학원 학위 과정·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에 현재까지 2000여 명을 선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인공지능 과목을 가르칠 인력이 여전히 부족하고 학생들도 관심이 적다고 토로한다. 각 학교에서 과목을 개설할 때 학생들의 희망 여부를 조사해서 결정하는데, 관심 없는 학생이 대다수다. 류미영 AI교사협회장(인천 송명초 교사)은 "진로 선택 과목을 듣는 고등학생들 중 대부분은 인공지능 과목이 대입과 관련 없어 이에 대한 관심이 적다"며 "수학 교사가 가르치기엔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고, 정보 교과 선생님이 하기엔 수학적인 깊이가 필요해 어려워 가르칠 사람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I를 전공하려는 학생들도 수시 포트폴리오에 인공지능 강연을 몇 번 듣는 등의 관련 경험을 적는 정도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2022학년도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한 교육부는 디지털·인공지능 소양을 핵심 역량으로 강조하고 있어 학교 현장의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2025학년도부터 초등·중학교는 학교 자율시간을 활용해 디지털 교육을 하게 되고, 정보 과목 시간도 각각 현재의 2배인 34시간, 68시간으로 늘어난다. 고등학교에도 정보 교과를 신설하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 과목을 개설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재도 정보 수업 시간에 워드 프로세서나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 교육하는 데 그치는 등 학교별로 디지털 교육 여건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디지털 리터러시 연구(이현숙 건국대 교수)에 따르면, 초등·중학생들은 기술적 역량은 높지만 정보를 추상화하고 자동화하는 컴퓨팅 사고력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초등 저학년부터 정보통신기술(ICT) 교육을 하고 학년이 높아질수록 소프트웨어와 AI 교육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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