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원형은 교회 'MZ둥지'로 거듭나자

2021. 12. 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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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마케터가 운영하고 있는 무경계북살롱에 여성들이 모여 대화하고 있는 모습.


잠시 미국에서 거주하다 다시 마케터로 복직한 2016년. 이미 한국의 마켓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른바 대중 이라는 무색과 무취의 이름으로 불렸던 개개인들이 스마트폰과 LTE라는 기술적 지원을 기반으로 경계를 넘어 초 연결되어 있었으며, 이러한 연결의 중심에는 정치적 구호나 사회적 필요가 아닌 이들의 취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취향과 관심사를 기반으로 연결되자, 자연스럽게 콘텐츠들이 생성되기 시작했고, 이들이 생성하는 콘텐츠의 양과 속도, 그 다양성은 기존 방송국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커뮤니티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그러한 콘텐츠 때문에 커뮤니티가 더욱 강화되는 선순환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큰 변화를 욕심내기 보다는 글쓰기라는 루틴을 이어가고 싶어.”

“누군가의 위로를 기대하기 보다는 함께 살고 있는 반려식물이 주는 위로로 만족하려고 해”

“내가 누구인지가 가장 궁금해서, MBTI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 진짜 나를 만나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팬들과 함께 있을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해. 온전히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

크고 원대한 구호보다는 작지만 소중한 일상의 변화를 원하는 MZ세대들은 학교와 회사가 아닌 자신들의 세밀한 취향에 맞는 대안의 모임을 찾고 있었고, 이를 만족시키는 커뮤니티들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내가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하는 커뮤니티만 하더라도 트레바리, 브런치, 비마이비, 헤이조이스, 스여일삶(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 등이 있었고, 참여하고 싶었으나 기회를 만들지 못했던 커뮤니티로는 낯선대학, 소셜살롱 문토, 남의 집 프로젝트 등이 있었다.

몇몇 커뮤니티의 세션을 신청하여 경험한 나는 ‘나의 취향과 목적에 보다 적합한 형태는 무엇일까?’라는 생각 끝에 마케터들을 위한 작은 모임을 직접 오픈해 보았다.

당시 너무나 열독하던 책이 한 권 있었는데 철학을 전공한 교수님이 쓰신지라 좀 버거운 부분이 있었다. 운 좋게 SNS를 통해 해당책의 저자와 컨택이 되어 직접 섭외하게 되었고, 주변 마케터들을 모아 책을 완독한 후 저자와 만나는 첫 모임을 다름 아닌 나의 집 거실에서 열게 되었다.

이름도 없이 시작되었으나 아무래도 가정집 거실이 주는 편안한 분위기로 ‘북 살롱’이라는 힌트를 남겼고, 경계를 넘나들어 변화하는 마케터가 되었으면 하는 방향성을 담아 ‘무경계북살롱’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퇴근 이후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하면 보통 휴식 없이 세 시간은 기본이었고,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 누군가는 급히 떠났으나 토론은 이어지곤 했다. 이전에 저자로 초대된 분이 이후의 세션을 신청해 참석하기도 했고, 이번 한 번으로 끝낼 수 없다며 3주를 이어가며 저자 한 분의 세션이 진행된 적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1년간의 학습이 차고 넘쳐 급기야는 3일간 별도의 포럼을 오픈하기에 이른다. 총 500여명의 유료관객을 유치했고, 18명의 연사들과 12여 명의 패널들의 깊이 있는 강연은 연일 주요 방송국의 메인 뉴스와 신문에 기사화되기에 이르렀다.

책읽기라는 취향을 기반으로 아파트 거실에서 마케터들의 작은 커뮤니티가 생성되고 이것이 확장되는 경험을 했던 순간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공간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의 원형은 교회에서 찾을 수 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대부분의 커뮤니티 경험은 교회에서 비롯되었다. 취향은 아니지만 신앙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던 곳도 역시 교회라는 커뮤니티였었다.

이 시대의 가장 매력적인 화두를 교회는 오래전에 독보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오랫동안 가지고 있어서 그래서 당연하게만 여기고 있는 가치들을 지금은 오히려 교회 밖에서 MZ 세대들을 중심으로 더 발전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집을 오픈하여 낯선 이들을 초대하는 남의 집 프로젝트나 지역단위로 커뮤니티 활동을 확장하는 당근마켓, 여행에서 경험으로 확장하고 있는 에어비앤비 트립 등과 같은 플랫폼들과 연계하여 교회의 다양한 공간과 인적 자원을 활용한다면 MZ세대와 좀 더 자연스럽게 친밀해 질 수 있는 시작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유난히 음식점을 운영하시는 성도 분들이 많은 교회라면, 끼니를 잘 챙겨먹지 않는 MZ세대들을 위해 한 번 만들면 일주일이 든든해지는 집 반찬 만들기 클래스를 에어비앤비 트립에 오픈한다든지, 스타트업 종사자분들이 많은 교회라면, 그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스타트업 멘토링 타임을 남의 집 프로젝트 플랫폼에 열어보면 어떨까?

MBTI에 열광하는 MZ세대 이기에, MBTI로 풀어보는 성경 속 인물들 이야기 클래스를 당근마켓에 올려보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한 일이다.

MZ세대들이 좋아하지만 조립이 쉽지만은 않은 이케아라는 가구의 조립 노하우를 배우는 클래스가 있다면 나라도 꼭 듣고 싶어진다.

꼭 성경공부만이 아닌 지금의 MZ세대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를 기반으로 매력적인 콘텐츠를 기획한다면 이들을 자석처럼 당기는 작은 커뮤니티의 씨앗들을 교회라는 공간에 뿌릴 수 있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교회가 가진 자산, 교회만의 가치를 기존의 틀을 버리고 새롭게 바라보고,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의 주인공인 MZ세대들의 취향을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면밀히 살펴보고 데이터로 확인하려는 노력, 작은 커뮤니티라도 소중히 바라보며 지원하며 기도를 통해 양육하려는 태도가 필수요소가 아닐까?

김영미 (무경계북살롱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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