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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즉석연설에 꽂힌 李.."억강부약. 대동세상" 尹과 차별화

한영익 입력 2021. 12. 0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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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5일 전북 정읍시 샘고을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 전통시장 릴레이 즉석연설로 ‘서민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전북 정읍 샘고을시장 즉석연설에서 “정읍은 동학혁명의 발상지다. 억강부약, 약한자들을 부축하고 강자들의 횡포를 억제시켜 모두가 함께 사는 대동세상을 만들려고 목숨을 걸고 민중들이 떨쳐 일어난 첫 출발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시는 우금치 고개에서 선대들이 겪은 희생을 반복하지 않겠다. 여러분 앞에 제가 서 있겠다. 저 높은 곳에 있지 않고 언제나 국민 옆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손잡고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해 지지자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 후보는 “검사들로 만들어진 세력이 검찰국가를 만들겠다고 내년 선거에 도전하고 있다. 민생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를 향해 복수하는 일은 개인적인 일”이라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차이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대동세상을 향해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나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 오후 전북 진안군 진안인삼상설시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뉴스1


오후 진안 인삼상설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 후보는 예정에 없던 즉석연설을 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세상을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힘 세고 많이 가진 소수”라며 “그러나 대한민국은 1인1표 민주주의 국가다. 진짜 주인은 여러분이고 나라가 여러분들을 위해서 애쓰는 정부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지역에서 제일 먼저 해야하는 게 농어촌 기본소득”이라며 친서민 정책메시지도 꺼냈다.


중소도시에서도 빠지지 않는 시장방문·즉석연설


전통시장 방문과 현장에서 이뤄지는 즉석연설은 최근 호남 ‘집토끼 잡기’에 나선 이 후보 일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행보다. 대구 서문시장, 광주 송정시장 등 권역별 대표 시장 위주로 방문하는 통상 관행과 달리, 이 후보는 중소도시에 들러서도 전통시장을 빠짐없이 찾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주 광주·전남 방문 때도 11월26일 목포 동부시장, 27일 장흥 토요시장, 28일 광주 송정시장을 잇따라 찾았다.

이 후보가 이처럼 전통시장을 찾아 계층 결집 메시지를 쏟아내는 건 본인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전통시장 방문은 서민 친화 행보”라며 “즉석연설을 통해선 대변인팀이 준비한 걸 제쳐두고 후보가 스스로 하고싶은 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60% 대에 머무는 민주당 텃밭 호남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계층 결집 메시지를 내는 걸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후보가 TK(대구·경북) 출신인 만큼, 지역정서에 호소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이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매타버스 전북지역 순회가 이어진 4일 전북 군산시 공설시장을 찾은 이재명 후보가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뉴스1


시장 즉석연설을 선호하는 데는 모친에 대한 이 후보의 각별한 기억 역시 작동한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전날(4일) 군산 공설시장을 찾아 “제 출신이 비천하다. 비천한 집안이라서 주변에 뒤지면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며 가족사를 길게 읊었다.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성남에 와서 아버지는 시장 화장실 청소부, 어머니는 화장실을 지키며 대변 20원, 소변 10원에 휴지를 팔았다. 그 젊은 나이에 남정네들 화장실 들락거리는 앞에 쭈그려 앉아 먹고 살겠다고 그래 살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최근 『인간 이재명』을 일독한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이 후보에게 성남의 시장 화장실 앞에서 고생하는 어머니는 도전과 성장의 동기였다.이 후보가 시장통 좌판의 노인들을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비천한 집안”이란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에선 “본인이 저지른 악행과 의혹에 대해 회피한 채 ‘집안 탓’을 한다”(허은아 수석대변인)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과반이 넘는 정권교체론이란 장벽이 이 후보를 가로 막고 있다. 유권자와의 직접 스킨십 확대, 개인사 스토리텔링 등을 통해 ‘민주당 선거’가 아니라 ‘이재명 선거’로 선거 구도를 가져가려는 접근으로 보인다”(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해석이 나왔다.

한영익 기자, 정읍·진안=윤지원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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