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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담판' 손익계산서..겉으론 이준석, 실제론 윤석열 승리?

윤성민 입력 2021. 12. 05. 18:41 수정 2021. 12. 06.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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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울산 울주군 한 식당에서 회동을 마친 뒤 포옹을 하고 있다. 뉴스1

“둘 다 정치적으로 얻어가는 게 있었던 ‘윈윈’ 결과였다고 본다.”
지난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의 이른바 ‘울산 담판’ 결과에 대한 윤 후보 측 관계자의 평가다. “(윤 후보의) 백기투항”(전여옥 전 의원), “(윤 후보가) 결국은 자기 주장을 관철시킨 것”(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윤 후보 또는 이 대표의 정치적 승패를 따지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 관계자는 둘 다 정치적 소득이 있다고 평가했다.


李는 김종인 복귀, 尹은 정치력 재평가


정치권이 보는 이 대표의 소득은 ‘울산 회동’ 그 자체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이 대표 입장에서 볼 때에는 윤 후보가 백기를 들고 찾아오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정치적으로 얻은 게 있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지방행에 대해 “리프레시(기분전환)”로 가볍게 평가했던 윤 후보를 울산까지 오게 한 것 자체가 이 대표의 ‘승리’라는 것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합류도 이 대표의 득점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전략과 관련해 “파격적 변화가 없다면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파격적 변화’가 김종인 위원장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왔는데, 결국 성사된 모양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4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윤 후보 측은 ‘울산 회동’의 최대 성과로 ‘윤석열 정치력에 대한 재평가’를 꼽는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윤 후보가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을 안고 가지 못했다면 ‘정치력 부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위기 탈출은 정치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른 관계자는 “비싼 수업료를 냈지만, ‘정치력 수업’이라는 면만 본다면 그 이상으로 얻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교수도 “김종인 영입, 이준석 포용으로 일단 정치력은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손익계산서 따져보니


실질적인 손익계산서를 따져보면 윤 후보의 이익이 더 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가 윤 후보와 갈등 상황에서 요구한 것은 크게 네 가지였다.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 정리 ▶당무우선권 관련 “당 대표는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 ▶이수정 교수 공동선대위원장 임명 철회 ▶선대위 인선·전략 변화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요구가 관철된 부분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윤핵관’ 관련해 페이스북 등을 통해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홍보비를 (내가) 해 먹으려고 한다는 식으로 당대표를 깎아내려서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는 분들이 있다면… 선거의 필패를 의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인사 조치도 요구했다. 하지만 ‘울산 담판’ 후에도 특별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 이 대표는 “지목하진 않겠지만 엄중 경고한 것으로 하겠다”며 한 발 양보했다.

당무우선권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윤 후보와 이 대표는 회동 뒤 “당무우선권에 관해서는 후보자는 선거에 있어서 필요한 사무에 관해 당대표에 요청하고, 당대표는 후보자의 의사를 존중해 따르는 것”(임승호 당 대변인)으로 합의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결국 대선은 후보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는 것을 합의한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대표 요구, ‘울산 담판’에서 얼마나 수용됐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 대표는 이수정 교수의 임명 철회도 원했지만, 윤 후보와 울산 회동 뒤엔 “(임명을) 철회하거나 조정을 요청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물러섰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복귀로 ‘선대위 인선·전략 변화’는 이 대표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갔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윤 후보 측에서도 김 위원장 영입을 타진해왔기 때문에 양측의 손익을 따지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화학적 결합, 가능할까


윤 후보와 이 대표, 김 위원장이 일단 손을 잡았지만 향후 화학적 결합으로 이어질지 역시 정치권의 관심사다. 이런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다. 윤 후보 측도 관측이 엇갈린다. 한 관계자는 “선거 운동이 100일도 안 남았는데 또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 사람이 정치권에서 나쁜 사람이 돼 버리고, 정치적 데미지도 크다. 반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이준석 대표와 어린이들로부터 생일케이크를 받고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생일 케이크에는 '오늘부터 95일 단디하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뉴스1

반면 “이 대표나 김 위원장의 캐릭터가 강하지 않나. 이번처럼은 아니겠지만 갈등 상황은 또 반복될 수 있다고 본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에 극적인 그림을 만들긴 했지만, 중도층에겐 쇼처럼 비쳐져 정치 피로감을 줄 수 있다. 이런 사태가 또 반복되면 정권 교체도 힘들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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