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공필칼럼] 디지털 권력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2021. 12. 5.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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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 메타버스까지 장악
일반대중은 소비만.. 양극화 심화
개방·포용적 차원에서 기술 개발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 조성해야

디지털 네트워크로 작동하는 플랫폼 경제는 일반 대중의 참여를 필요로 하면서도 여전히 소수의 주도와 그들만의 리그, 그리고 기회의 차등화를 당연시하게 됐다. 다양한 양극화와 과도한 부의 편중, 정치체제의 분열은 분명히 디지털 혁명의 흐름 속에서 간과되고 있는 사회적 비용이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혁명의 그늘에는 주변과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혜택을 선취하려는 권력과 부에 대한 집착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역량을 갖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들은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어 혁신적 가치사슬을 구축하면서 메타버스 영역까지 장악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시장의 입지까지 공고히 하면서 시장 견제가 어려운 다양한 형태의 집중과 중앙화 추세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제 디지털 혁명 초기의 개방성과 탈중앙화라는 기본 명제는 비현실적 구호로 전락했다. 초기 수평적 플랫폼 기반이 기울어지면서 연결구조도 수평적이 아닌 수직적 체계로 다시 변모하고 있다.
최공필 온더 디지털 금융연구소장
실제 디지털 환경에서 포용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시장에 접근 가능한 계층은 더욱 전문화되고 고도화된 소수로 귀착되고 있다. 일개 개인은 데이터의 공급과 수동적 소비주체로서의 역할 외에는 딱히 주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어렵다. 최첨단 기술 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미래 환경에서 점차 많은 소비주체들은 정부의 지원금이나 기본소득 내지 생계형 게임 참여와 같은 유도된 영역으로 내몰리게 된다.

우리 스스로 주인 역할을 포기하고 정부의 해결사 역할에만 의존할 경우 시장의 활력은 저하되고 또 다른 형태의 독점화도 감수해야 한다. 유일한 균형자 역할의 정부마저 국경이 희미해지는 세상에서 조세기반과 화폐주조권까지 실질적으로 빅테크들과 타협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 대중들의 기본권을 지켜줄 수 있는 주체는 당연시하기 어려워졌다. 모두를 이롭게 할 것으로 기대됐던 디지털 시대에 더욱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는 공동체 기반의 와해와 전체주의의 발현 배경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거의 모두가 디지털 전환의 구호를 외치지만 AI에 의존해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주체들이 행사하는 새로운 권력과 시장 지배력을 어떻게 견제할지에 대해 어느 국가도 아직 준비되지 못한 상태이다. 더 이상 과거의 지배구조 하에서는 개개인의 고유 권한을 지켜내기 어렵다. 대다수 개개인의 입장에서 자기주권을 행사하려 해도 허술한 보안과 복잡한 UI/UX(사용자 환경 및 경험) 때문에 결국 대리인을 통한 편리함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결국 AI와 로봇의 힘을 빌려야 하므로 디지털 파워를 관리하는 계층과 일방적으로 의존해야만 하는 계층 간의 양극화는 심화되기 마련이다. 데이터 주인으로서 권력과 부의 수단에 귀속되지 않으려면 기술적 가능성과 사회적 역량의 조화를 통해 양극화를 사회적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우선,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국가를 포함한 사회공동체 차원에서 자신이 모르는 신원 활용이 불가능하도록 시장 규율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특히 AI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기주권 신원은 양도 불가능한 자기 자신만의 일로 인식해야 한다. 이어, 디지털 경쟁력을 미처 확보하지 못한 대중들의 의식 재무장과 사회 소외계층의 접근성과 편리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포용적 차원의 기술 개발이 구체화되지 못한다면 디지털 혁명은 완벽한 구속 환경으로 전락하기 쉽다. 다음으로, 스마트 계약의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프로그램의 세부작동을 관장하는 일련의 검증 절차와 안전장치가 확보돼야 한다. 특히 초우월적 지능으로부터 민생을 지켜내려면 누구나 필히 준수해야만 하는 범세계적 프로토콜(규약)과 규칙의 마련과 집행, 그리고 인증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공동체로서의 기본 골격이 유지되려면 양극화 완화를 통해 일반 대중이 주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개방경쟁 여건과 수평적 신뢰기반,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축적된 포용적 자본이 주춧돌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 지배구조와 시장 인센티브는 환경에 부합하도록 근본적 차원에서 새롭게 디자인돼야 한다.

최공필 온더 디지털 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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