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깊은 곳에 속내 숨기는 중국

이귀전 2021. 12. 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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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올림픽공원 부근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관람관)' 2층 전시실 '항미원조전쟁' 공간에 전시된 6·25전쟁 당시 김일성이 마오쩌둥에게 보낸 서한의 일부 내용이다.

'존경하는 모택동 동지 앞'이란 문구로 시작하는 이 서한은 남한 침공 후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불리해진 북한이 1950년 10월 1일 김일성과 박헌영 공동 명의로 중국에 '약속한 바와갓히'라며 사전 모의했던 출병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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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전람관 '김일성 편지' 등 전시
6·25전쟁, 北 침공 빼고 진실 왜곡
종전선언 지지도 '외교적 레토릭'
자국 이익 최우선.. 마치 '변검' 같아
공산당역사관람관 실내 만리장성 그림
“적들이 계속 진공하여 38도선을 침공하게 되는 때에는 우리의 자체의 힘으로써는(힘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즉 적군이 38도선 이북을 침공하게 될 때에는 약속한 바와갓히(바와 같이) 중국 인민군의 직접 출동이 절대 필요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당신의 회답을 우리는 기다립니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김일성 박헌영 1950. 10. 1일”
중국 베이징 올림픽공원 부근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관람관)’ 2층 전시실 ‘항미원조전쟁’ 공간에 전시된 6·25전쟁 당시 김일성이 마오쩌둥에게 보낸 서한의 일부 내용이다.
김일성이 10월 1일 마오쩌둥에게 보낸 병력 요청 서한
‘존경하는 모택동 동지 앞’이란 문구로 시작하는 이 서한은 남한 침공 후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불리해진 북한이 1950년 10월 1일 김일성과 박헌영 공동 명의로 중국에 ‘약속한 바와갓히’라며 사전 모의했던 출병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일주일이 지난 10월 8일 마오쩌둥이 김일성에게 보낸 ‘중국군의 출병을 결정했다’는 내용의 회답 서한도 옆에 놓여 있다.
마오쩌둥이 10월 8일 김일성에게 보낸 출병 회답 서한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최근 개관한 이 전람관은 1층은 공산당 창당 전후부터 신중국 건국(1949년)까지의 역사를, 2층과 3층은 마오쩌둥부터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건국 후 지도자들이 거둔 성과를 사진·영상·유품 등을 통해 기록하고 있다.
‘항미원조’(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돕다)라 일컫는 6·25전쟁을 다룬 공간은 2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전람관의 동선과 크기 하나하나가 중요성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6·25전쟁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느껴진다.
중국군이 노획한 미군 7사단 31연대(‘북극곰 연대’)의 부대 깃발
전시공간 한쪽 벽에는 승리를 의미하는 ‘개선문’을 재현해 승리를 부각시켰다. 노획한 미군 7사단 31연대(‘북극곰 연대’)의 부대 깃발과 6·25전쟁에 참전해 사망한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 유품 등을 통해 중국에 대한 자부심과 애국심을 고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6·25전쟁에서 중국군이 입은 피해와 입힌 피해가 각각 약 36만명, 71만명이라며 상대가 두 배 가까이 피해를 본 것을 내세우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최강국 미국과 싸워 승리한 전쟁이란 점을 알리는 데 공들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쟁 기간을 본인들이 참전한 1950년 10월부터 1953년 7월까지로 한정했다. 분명 한 공간에 북한이 남한을 공격한 내용이 담겨 있는 북한의 서한이 있음에도 북한의 침공 부분은 빼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있다.
6·25전쟁에서 중국군이 입은 피해와 끼친 피해 현황 도표. 전쟁 기간을 중국이 참전한 1950년 10월부터 1953년 7월까지로 한정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전람관뿐만이 아니다. 중국 내에서는 미국과 당장 전쟁이라도 벌일 것처럼 정치·사회·문화 등 분야에서 미국에 이겼고, 이겨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애국주의를 고취하고 있다. 6·25전쟁을 다룬 ‘장진호’의 속편이 나오고 중국 영화계 거장으로 불리는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하는 ‘저격수’가 내년 춘제(설)에 개봉하는 등 애국심을 자극하는 전형적인 ‘국뽕’ 영화들이 상영관에 걸린다.
지난 2일 톈진에서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과 만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의 “종전선언 추진을 지지한다”는 발언은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실현이 과연 가능할지 미지수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 회담을 마친 뒤 “종전선언 논의에서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하지만 중국에서 ‘어떤 분야든 미국에 이겨야 한다’는 애국주의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당국자가 밝힌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실질적으로 가능할까 싶다. 중국에선 한·중 회담에서 언급된 종전선언과 관련해 이렇다 할 발표조차 없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쪽 편으로 완전히 기울지 않은 한국의 위치 등을 감안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중국의 ‘외교적 레토릭’에 불과하다.
공산당역사관람관 전경
공산당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6·25전쟁의 역사적 진실마저 왜곡하는 중국이다. 역사적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이 자국에 더 유리할 수 있는가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있다. 중국의 대표 전통극 ‘변검’처럼 중국은 수십 번 표정을 바꿀 뿐이다. ‘속내’는 드러나지 않고 깊은 곳에 숨겨 있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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