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 겁난다..3분기 상승률 5%, OECD 국가 5위

김남준 입력 2021. 12. 6. 00:02 수정 2021. 12. 6.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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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가 오름세가 서민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밥상 물가’와 에너지 가격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찌개 백반 평균 가격은 올해 처음으로 7000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이들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이라고 판단하지만, 전문가는 연말로 갈수록 물가 상승세는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

5일 통계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분기(7~9월) 한국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가 전년보다 5.0%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38개 OECD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높다.

지난 3분기 한국보다 식음료 관련 물가가 높은 나라는 터키(27.6%)·콜롬비아(11.2%)·호주(10.6%)·멕시코(8.0%)뿐이었다. OECD 회원국이 아닌 나라까지 포함하면 여덟 번째로 높다.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물가는 ‘밥상 물가’로 불린다.

3분기 전체 물가 상승률(2.6%)은 2012년 1분기(3.0%) 이후 9년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다만 3분기 전체 소비자물가는 OECD 국가 중 벨기에와 같은 23위에 머물렀다. 한국뿐 아니라 물가 상승이 다른 나라에서도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밥상 물가 오름세가 상대적으로 더 도드라졌다.

서민 어쩌나 … 짜장면 4% 오르고 LPG값 7년 만에 최고

특히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는 지난해 1분기(1.7%) 이후 7개 분기 연속 오름세다.

서울 지역 주요 외식품목 가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3분기 밥상 물가 상승은 정부의 재난지원금과 추석 명절 효과가 겹치면서 나타났다. 이 기간 달걀(51.6%)·배(45.2%)·사과(34.6%)·마늘(28.1%)·감(27.6%)같이 차례상에 많이 올리는 농산물과 과수용품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특히 3분기 전체 과실품 가격은 1년 새 18.1% 뛰었다. 돼지고기(12.4%)·닭고기(7.9%)·국산 쇠고기(7.7%)·수입 쇠고기(7.3%) 같은 축산물(12.7%)도 큰 폭 올랐다.

겨울 난방 수요가 커지면서 서민 연료로 불리는 LPG(액화석유가스) 가격도 올라 유류세 인하 조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LPG 수입사인 SK가스와 E1은 LPG 공급 가격을 지난달 kg당 165원 올린 데 이어 이번 달 88원 추가 인상했다. 지난달 12일 정부 유류세 인하 조치로 국내 LPG 가격은 ㎏당 69.6원 내렸다. 하지만 한 달 새 88원이 더 오르면서 유류세 인하 전 가격보다 높아졌다. 2014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 영향에 가정·상업용 프로판 공급 가격은 kg당 1397.8~1399.4원, 산업용은 1404.4~1405.9원으로 올랐다. 차량용 연료로 사용하는 부탄도 1720.4~1721.4원 수준을 기록했다.

서민 음식 가격도 오름세다. 5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을 통해 확인한 지난 10월 기준 서울의 김치찌개 백반 가격은 7077원이다. 1년 전(6731원)보다 5.1% 올랐다. 지난 9월 서울의 외식 김치찌개 가격이 처음으로 7000원을 넘어섰다. 2014년 첫 조사 때까지만 해도 5000원대였다.

김치찌개 외에도 냉면·비빔밥·삼겹살·짜장면·삼계탕·칼국수·김밥 등 총 8개가 소비자원이 선정한 대표 외식 품목이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삼계탕 을 제외한 7개 품목의 가격이 모두 2% 넘게 올랐다. 특히 냉면의 경우 10월 들어 또다시 가격이 올랐다. 서울 지역 냉면은 지난해 10월 9000원에서 올해는 9654원까지 오르면서 상승률이 7.3%에 달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과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이라고 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6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농·축·수산물, 석유류 등의 일시적 공급 충격으로 물가가 상승한 것”이라면서 “최근 물가 오름세를 주도한 기저효과와 일시적 공급 충격 등은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밥상 물가’ 상승률 OECD 5번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최근 물가는 3%대로 오히려 상승세를 키웠다. 지난 10월 전체 소비자물가(3.2%)가 9년9개월 만에 처음 3% 상승률을 넘은 데 이어, 지난달 물가는 3.7%로 더 치솟았다. 2011년 12월(4.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특히 석유류(35.5%)와 농·축·수산물(7.6%)이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지난달 외식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9% 올라 전체 소비자 물가보다 빠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최근 물가 상승을 주도한 농·축·수산물과 에너지 가격은 연말에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월 전년 대비 0.2%로 상승률이 둔화했던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달(7.6%) 다시 껑충 뛰었다. 지난해 작황이 부진했던 과실류와 곡물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최근 추운 날씨에 채소류 가격까지 뛴 탓이다. 실제 지난달 오이 가격은 1년 전보다 99.0%, 상추는 72.0% 비싸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초에 식료품을 중심으로 올랐던 물가가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과 겹치면서 그야말로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높은 유동성과 공급망 차질, 그리고 겨울철 수요 증가로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해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김남준·정진호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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