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희한한 존칭 "누우실게요"
“다리를 펴고 누우실게요” “허리를 드실게요”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실게요”-. 며칠 전 허리가 아파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병원 직원들은 몹시 친절했다. 하지만 과공비례(過恭非禮)라고 했던가. 지나친 공손에서 오는 기형적 표현이 오히려 거부감이 들게 했다.
검사를 받고 치료하는 내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이러한 높임말을 들어야 했다. ‘-ㄹ게요’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ㄹ게’에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요’가 붙은 것이다. 즉 ‘-ㄹ게요’는 내가 상대에게 어떤 행동을 하겠다고 공손하게 약속하는 말이다. “다시 연락할게요”는 내가 상대에게 연락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또 올게요” 역시 내가 다시 오겠다고 상대에게 공손히 약속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누우실게요”는 어떻게 되는 걸까. 우선 “누울게요”는 내가 눕겠다고 상대에게 공손하게 얘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 ‘시’가 첨가된 "누우실게요”는 어법상 성립하지도 않는다. "누우실게요”는 내가 눕겠다는 의지와 상대를 높이는 말이 결합한 희한한 표현이다.
"다리를 펴고 누우실게요”는 "다리를 펴고 누우세요”, "허리를 드실게요”는 "허리를 드세요”, "이쪽으로 돌리실게요”는 "이쪽으로 돌리세요”라고 해야 한다. 무턱대고 ‘시’를 붙인다고 상대를 존경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말은 병원뿐 아니라 매장 등 요즘 손님을 대하는 곳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공손한 표현이라 생각하고 직원들을 교육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하지만 잘못된 높임말엔 오히려 거부감이 들 수 있다. "누우실게요” → "누우세요” 처럼 ‘-실게요’를 ‘-세요’로 바꾸면 대부분 해결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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