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공인

강기헌 입력 2021. 12. 6. 00:27 수정 2021. 12. 6.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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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산업1팀 기자

공인(公人)은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 오래된 격언이지만 공인은 애매모호한 개념이다. 한국 법원에서 공인을 인정한 건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는 『공인이란 누구인가』에서 “한국 대법원은 2002년 공적 인물의 법리를 도입했으나 공인의 개념이나 지위에 대해 판시한 사례는 드물다”고 적었다. 법원에서 인정한 공적 인물은 공직자·정치인·운동선수·연예인 등 일정한 공적 논쟁에 스스로 참여하거나 개입한 사람이다. 자발성을 공인 판별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공인에 대한 정의가 중요한 건 알 권리, 비판의 자유와 관련이 있어서다. 1990년대 말까지 한국 법원은 공인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을 일반인과 다르게 취급하지 않았다. 공인의 명예를 두텁게 보호해 힘 있는 인물에 대한 비판의 자유가 제약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널리 일반에 알려진 사람’으로 공인의 범위가 확장하고 있다.

사생활 문제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공인 여부와 사생활 보도가 핵심이다. 법원의 판단을 비춰보면 사퇴한 상임선대위원장은 공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자 회견을 자청하는 등 공적 논쟁에 스스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론의 사생활 보도는 옳았을까. 당장에 정답을 도출할 수 없지만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주제다. ‘조국흑서’ 저자 권경애 변호사는 “그의 거짓말은 사적 영역에서 대가를 치렀다”고 봤다. 진중권 전 교수는 “사생활이 있는 이들의 공직을 제한해 얻어지는 사회적 이익은 불분명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비교적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한국적 가족 문화가 얹어지면 사회적 논의는 무한대로 확장한다.

언론 스스로가 돌아볼 부분도 적지 않다. 한 유튜브 채널이 제기한 사생활 문제는 순식간에 전파됐다. 객관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고 단순 인용 보도에 그친 언론도 적지 않았다. 언론사가 유튜브 채널의 전파력을 키운 볼록렌즈로 작동한 것이다. 이승선 교수는 “미디어 소비문화 양상이 바뀌면서 공인 논의의 저변화 필요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대통령 선거와 직접 연결되는 사건에 언론이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1호 영입 인재는 그렇게 떠났지만 가볍지 않은 질문들을 한국 사회에 남겼다.

강기헌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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