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원의 퍼스펙티브] 재산은 같은데 세금 40배 차이..개편 외치는 대선 후보들

안장원 2021. 12. 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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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달아오른 종부세·양도세 논란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된 종부세·양도세가 ‘세금 폭탄’ 논란을 낳으며 내년 대통령선거의 쟁점이 됐다. 사진은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재석 247명 중 찬성 170명, 반대 69명, 기권 8명으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박희태 국회부의장)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1월 1일 새벽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탄생했다. 일정한 금액이 넘는 주택이나 토지를 가진 사람에게 매기는 세금이다. 부동산 소유에 따른 보유세로 기존 재산세에 종부세가 하나 더 생겼다. 표결 결과가 보여주듯 종부세는 찬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채 만들어졌다.

「 1주택 37만원, 2주택 1487만원
땅값 잡으려 만든 종부세·양도세
현 정부 규제에도 역대급 상승
이 “국토보유세” 윤 “종부세 완화”

박정희 군사정부 시절인 1967년 11월 22일 0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부동산 투기억제에 관한 특별조치세법이 ‘이의 없이’ ‘날치기’ 통과됐다. 이름부터 당시 군사정부의 냄새가 짙은 이 법은 서울·부산 등에서 땅을 팔아 생기는 차익에 대한 과세였다. 양도소득세(양도세)의 원조다. 75년 소득세법에 토지·건물의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양도소득세가 신설되면서 폐지됐다.

대표적인 부동산 세금인 종부세와 양도세를 만든 주된 목적은 집값·땅값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 종부세가 ‘부동산 가격 안정’, 부동산투기억제세가 ‘지가 안정’을 각각 내세웠다. 2000년대 초반은 1997년 외환위기를 벗어나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한 해에 30.8%(2002년, 국민은행)까지 치솟았다.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던 64년부터 67년까지 4년 새 땅값은 2배 뛰었다(한국은행 추정).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 가격 안정은 기대에 못 미쳤다. 오히려 결과적으로 가격을 더 들쑤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며 세제를 대폭 강화한 정부마다 더 심해진 집값 몸살을 앓았다.

집값 상승, 노무현 정부 기록 넘어서

보유주택수별 종부세 세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종부세·양도세는 현 정부 들어서도 잡으라는 집값은 잡지 못하고 갈등만 키웠다. 징벌적 수준으로 세율을 대폭 올리고 과세 대상을 넓혀 역대 최고급으로 강화했지만 현 정부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값이 노무현 정부 기록(56.6%)을 넘어 60.7% 올랐다.

단기간 내 잦은 변경과 급격한 인상은 거센 반발과 저항을 낳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가까이 유예·폐지·완화 덕에 큰 세금 걱정 없이 지냈던 다주택자는 경제적 ‘적폐’로 지목됐고 갑작스레 세금 ‘폭탄’을 안게 됐다.

중과가 세율 인상 위력을 증폭시켰다. 1주택자와 다주택자 간 세율을 차등해 세금 계산 기준 금액(과세표준)이 같더라도 다주택자의 세율을 대폭 높여 세금을 무겁게 부과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만 해도 양도세에만 도입했던 중과를 현 정부는 종부세에 이어 취득세까지 부동산 세금 전반으로 확대했다. 다주택자 세율이 1주택자보다 양도세 1.7배(이하 최대 기준), 종부세 2배, 취득세는 4배 더 높다.

집값이 다 같이 오르는 가운데 다주택자 세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반면 1주택자 세금은 되레 줄어 다주택자와 1주택자 간 형평성이 급격히 기울어졌다.

같은 공시가격, 보유 주택수별 종부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주택자와 다주택자 간 종부세 세율 격차가 지난해까지 최대 1.3배에서 올해 최대 2.3배로 늘어났다. 조정대상지역 내 두 채 공시가격 합계가 15억원인 다주택자의 종부세가 2017년 305만원에서 지난해 684만원으로, 올해 1487만원으로 치솟는다. 1주택자는 공제 금액 인상(9억→11억원)과 고령자·장기보유 세액 공제 확대(70%→80%)로 세금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다. 70세 이상이고 10년 이상 보유해 세액공제를 상한까지 받는 1주택자의 공시가격 15억원 주택 종부세가 같은 기간 45만원에서 68만원으로 늘었다가 올해 37만원으로 되레 줄어든다. 재산(공시가격)이 15억원으로 같은데 1주택자와 2주택자간 올해 종부세가 37만원과 1487만원으로 최대 40배 차이 난다.

양도세도 마찬가지로 다주택자에 추가하는 가산 세율이 현 정부 초기 20%포인트에서 지난 6월 30%로 높아졌지만 1주택자 비과세 금액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확대됐다.

집값이 뛰면서 1주택자도 투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세금 격차에 대한 다주택자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1주택 매수를 실수요로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집값이 오르면서 거주할 집이 필요해서보다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매수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전세를 끼고 사두는 무주택자의 주택 매수인 ‘갭투자’가 대표적이다.

특히 2주택자가 끓고 있다. 2주택자는 다주택자 대부분을 차지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다주택자 4명 중 3명이 2주택자(183만 명)이다. 2019년 종부세 납부 현황을 보면 2주택자(16만여 명)가 다주택자의 절반이었다. 올해 전국적인 공시가격 급등으로 공시가격 합계가 6억원이 넘어 종부세 대상이 되는 2주택자가 대폭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지난해 20만 명 이하에서 올해 30만명 정도로 추정한다.

다주택자로 보기 힘든 ‘억울한’ 2주택자들

역대 정부 세제와 집값.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종부세를 내는 2주택자의 인원수만이 아니라 금액도 급등한다. 2주택자 종부세가 공제금액은 다주택자 기준인 6억원으로 1주택자보다 적지만 세율에선 1주택자와 같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3주택 이상 보유자에 해당하는 세율을 적용받아 세금이 확 늘어난다. 과세표준 3억~6억원의 경우 2주택자 세율이 조정대상지역이 아니면 지난해 0.7%에서 올해 0.8%로 소폭 오르지만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1.6%로 2배 넘게 상승한다. 비조정대상지역 내 공시가격 9억원과 3억원 두 채에 대한 종부세는 지난해 260만원에서 올해 340만원으로 30% 조금 넘게 늘어날 테지만, 그 사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면 세금은 820만원으로 3배가 넘게 오른다. 급격한 세 부담 증가를 막기 위한 장치인 세 부담상한도 무용지물이다. 일반 2주택자는 1주택자와 마찬가지로 종부세에 재산세를 합친 보유세 총액이 전년도 납부 금액의 50%까지 늘지만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300%까지 늘어날 수 있다.

44곳이던 조정대상지역이 지난해 하반기 무더기 지정되면서 111곳으로 늘었다. 전남 여수 등 지방 중소도시도 대거 포함되면서 종부세 한숨 소리가 전국으로 퍼졌다.

2주택자 가운데 투기와 무관하다며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다. 집을 갈아타는 과정의 일시적 2주택자, 다른 가족과 공동으로 상속을 받거나 정부 정책에 따라 말소된 등록 임대주택 아파트를 임대차 계약갱신 등의 사유로 팔지 못한 2주택자 등의 하소연을 곳곳에서 들을 수 있다. 미흡한 복지시스템 틈새에서 월세를 받으려는 노후 대책용 등으로 2주택자가 된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1주택자와 다주택자 경계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는 2주택자를 포함해 다주택자가 232만 명이다. 이중 현 정부가 들어서 다주택을 투기로 못 박은 뒤 늘어난 인원이 20만 명 정도다. 모든 사정을 무시하고 이들을 모두 집값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자로 보더라도 현 정부 이전에 이미 다주택인 사람이 212만 명으로 현재 다주택자의 90%가 넘는다. 이들을 모두 한꺼번에 도매금으로 투기자로 몰 수 있을까.

애덤 스미스, 헨리 조지 “확실하고 공평해야”

다주택자가 보유한 집이 무주택 서민의 보금자리이고 이들이 낸 세금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방의 활력소다. 본인 거주 1주택을 뺀 다주택자들의 보유 주택엔 430만 무주택 가구가 살고 있다. 종부세는 전액 지방자치단체로 배분된다. 올해 서울에서 걷는 주택분 종부세(2조7766억원 고지)가 처음으로 수도권 이외 지방 전체의 주택분 재산세 수입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대통령선거 바람을 타고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진 종부세·양도세 개편 목소리가 높다. 보유세 강화와 완화라는 세제 정책 방향은 엇갈리지만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수술’을 주장하고 있어 다음 정부에서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토지 보유세인 ‘국토보유세’를 신설하는 대신 종부세를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보유세 주창자인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다주택자 중과에 따른 매물 잠김 부작용을 우려하며 양도세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대표적인 부동산 공약은 종부세·양도세 완화다. 1주택자 부담을 더욱 줄이고 다주택자 중과도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두 후보가 새겨둘 만한 과세원칙 이론이 있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와 국토보유세의 사상적 아버지인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가 100여 년의 시차를 두고 제시한 기준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1776년)에서 ‘경제적 능력에 비례해서’ ‘자의적이지 않고 확실하게’ ‘납부하기 쉽게’ ‘필요한 만큼’이라고 썼다. 『진보와 빈곤』(1879년)에서 헨리 조지의 주문은 ‘최대한 가볍게’ ‘간편하고 저비용으로 거둘 수 있게’ ‘확실하게’ ‘공평하게’다.

세제는 집값을 잡기 위한 단기 대책으로 표심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해서는 안 된다.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정치·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중장기 정책이어야 한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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