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료인프라 파괴 중..정부에 피 토하듯 이야기해도 해결 안 돼"

조민규 기자 입력 2021. 12. 6.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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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회장 "산과가 사라져야 들어줄 것인지"..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종합병원 필수과목서 제외 등 현안 해결돼야

(지디넷코리아=조민규 기자)“산부인과 전공의가 100여명 나오지만 분만을 하겠다는 의사는 거의 없어 어려움을 피 토하듯 정부에 이야기해도 해결 안 되는 것이 많다”

저출산 상황에 정책적 지원도 제대로 되지 않아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는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산부인과(산과)의 상황과 옥죄는 규제로 인한 생존의 위기에 대해 토로했다.

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저출산 등으로 산부인과가 위기인데 정부가 이야기를 안 들어준다. 산과가 사라져야 들어줄 것인지 원망도 있다”라며 “정책 제안서가 대선 후보 캠프에 전달돼 정부가 심각함을 깨닫고, 어려움이 해결될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산과 인프라가 파괴 과정에 있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공의가 100여명 나오지만 분만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고, 시골에서는 분만이 없어진지 오래다”라며 “피 토하듯 이야기했지만 해결 안 되는 것이 많아 산과는 저절로 폐과가 되어 가는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5일 김동석 회장은 현재의 산부인과가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산과의 주요 현안으로 ▲의료사고처리 특별법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에서 산부인과의 필수과목 제외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의 국가책임 ▲다인실 규정 ▲모자동실료 등을 꼽았다.

우선 의료사고처리 특별법과 관련해 그는 “오늘 학술대회에 와준 신현영 국회의원에게도 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결과가 나쁘다고 구속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최근 의사가 법정구속 되는 일이 있었는데 그 의사에게 진료를 받던 산모는 어떻게 하나. 진료차트라도 다른 의사에게 전달해주고 정리할 시간을 줘야 했는데 환자는 갈 길을 잃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책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현재 분만의사가 30%를 부담하고 있는데 문제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국회에서도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 국회에서도 통과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종합병원 필수과목에서 산부인과가 제외되는 것도 문제다. 의료법에 따르면 ‘100병상 이상 300병상 이하인 경우에는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중 3개 진료과목,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와 진단검사의학과 또는 병리과를 포함한 7개 이상의 진료과목을 갖추고 각 진료과목마다 전속하는 전문의를 둘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김 회장은 “종합병원은 모든 과를 진료해야 하는 데 4개 중 3개라고 하니 돈이 안 되는 산과는 뺀다. 병원에 산과가 없으니 자궁경부암 검사를 병리사나 간호사가 하는 경우도 있다. 주요과목인 4개과의 전문의가 모두 있도록 했던 개정 이전의 법안으로 재개정해야 한다”라며 “일부 병원에서 반대하는 데 종합병원에서 분만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분만을 안하더라도 일반 진료, 산전 진료 등을 위해 산과 전문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인실 규정에 대해 “많은 회원이 고통받고 있다. 산과는 1인실이 많은데 국가는 의무적으로 다인실을 만들게 한다. 출생에 정부의 지원이 많으니 산모가 1인실을 원한다. 다인실을 만들어도 환자가 원하지 않아 비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관리를 잘 못해 현지조사에서 적발되면 일반병실에서 진료한 것까지 환수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좌측부터) 최영렬 부회장, 김종석 부회장, 김동석 회장, 이영규 수석부회장, 김재유 총무이사, 이성윤 공보이사

모자동실료 문제도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으로 산과의 피해가 야기되고 있었다. 김 회장은 “산모가 모자동실에 입원했다가 신생아실에서 돌봐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모자동실료를 청구하면 몇 배의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엄마가 힘들다고 해서 아이를 몇 시간 돌봐주는 데 이용시간이 12시간 안된다고 삭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모가 아이를 케어하는 것이 간호사가 케어하는 것 보다 비싸다. (현실에 맞지 않은) 규정을 위반이라며 환수하고, 정상적으로 받은 것까지 환수해 가는 것은 산과를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회 이성윤 공보이사는 “신생아실에서는 신생아 1명을 간호사 3명이 24시간을 돌아가며 돌보는데 3만8천원이다. 그런데 모자동실은 1만원 비싼 4만8천원이다. 이걸로 어떻게 신생아실을 운영하나”라며 “모자동실 금액은 이해 안 되게 올리고, 신생아실 금액은 얼토당토 않게 낮다. 아르바이트를 모집해도 안 올 수준이다. 3명이 24시간 보는데 2배 이상 올려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진짜 산과가 없어질 수 있다. 예전에 후배들은 분만병원을 했는데 지금은 (산과임에도) 피부‧미용에서 성공한 선배가 롤모델이라고 한다”라며 “(분만은)두 생명을 책임지는 드라마틱한 것이다. 산과 전공자들이 수술을 기피하도록 하는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민규 기자(kio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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