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벽력"..피켓 든 노인들, 강추위속 'AI 은행'에 맞서다
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 3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앞에서 노인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오후 2시 30분부터 모여든 노인들의 장갑 낀 손에는 “노인배제 주민불편 S은행 폐점반대” 문구가 적힌 분홍색 피켓이 들려있었다. 상가 1층에 자리잡은 S은행 월계동지점의 폐점에 반대하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이어 ‘S은행 폐점에 따른 피해 해결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이 오후 3시에 열렸다.
강추위 속 노인 50여명 피켓 들고 모인 이유는?
“미래형 은행 키오스크”에 노인들 뿔났다
앞서 은행 측은 이 지점을 내년 2월쯤 폐점하고 디지털과 AI 기술 등을 활용한 무인형 점포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창구의 은행직원이 없는 대신 실시간 화상통화로 금융상담이 가능한 ‘디지털 데스크’와 고객 스스로 신규 계좌 개설과 카드 발급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는 ‘스마트 키오스크’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 11월 30일에 구성된 주민대책위는 아파트 동과 상가의 상점마다 서명지를 비치해 은행 폐점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대책위 측은 “S은행 월계동지점은 단지 내 5000세대와 인근 아파트 이용주민까지 더하면 8000세대 주민이 이용하는 은행”이라며 “은행 폐점으로 주민들의 불편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 등 디지털 거래에 소외될 수밖에 없는 노인 계층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인들이 보이스피싱 금융 사기에 더 노출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다”고 덧붙였다.
1100개 사라진 점포, “노인 금융 소외”
국회입법조사처의 자료에 따르면 은행 점포 수는 2015년 말 7281개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6326개로 감소 추세다. 하반기에는 6183개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6년 사이 전국에서 약 1100개가 사라지는 셈이다. 강씨는 “은행의 대면 창구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금융소외 계층을 위한 대책 마련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금융은 사적 이익만을 추구해선 안 되며 무조건 편리하고 빠른 것만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소외되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 측 “안내 직원 배치해 도울 것”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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