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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조은지 감독 "장르만 로맨스', 성장의 시간들"

류지윤 입력 2021. 12. 06. 07:57 수정 2021. 12. 0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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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단편영화로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2000년 배우로 데뷔했던 조은지가 이번에는 감독이란 이름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섰다. 조은지 감독은 2017년 단편영화 '2박 3일'을 연출해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을 시작으로 2019년 '오늘 우리' 각색, 연출 2020년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을 각색하며 감독으로서의 길을 차근차근 다져왔다. 그리고 '장르만 로맨스'로 상업 영화 연출에 도전했다.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장르만 로맨스'는 호평 속에 순항 중이다.


조은지 감독은 '장르만 로맨스'의 연출 제의를 받았을 당시, 바로 결정을 내리진 못했다.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긴 했으나 부담으로 다가왔고, 자신에 대한 확신도 부족했다. 그래서 한 달 동안 각색 작업을 먼저 시작했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런 부분에 생각이 많았던 시기였어요. 이 작품을 각색해서 결이 맞으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먼저 제안을 했고, 각색해 보여드렸는데 결이 맞단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도 이틀 정도 생각을 더 해봤어요. 그런데 막연하게 '하고 싶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조은지 감독은 '장르만 로맨스' 촬영을 모두 끝낸 후 영화 속 캐릭터들과 함께 자신도 한껏 성정했음을 느꼈다. 배우들과 많은 스태프들을 지휘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매일 자신을 의심하는 작업과 긴장 속에서 지내왔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주변에서 많은 응원을 받았는데 조금은 여유롭게 촬영에 임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소통이 잘 안되거나 제 자신이 표현하는데 한계치가 왔을 때 스스로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이 모든 것에 제게 남다르게 새겨졌어요. 또 촬영에 대한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들어간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 지점에서 저와 함께한 분들은 불편한 지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저도 제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했어요. 확신이 있는 반면 그만큼 의심을 하고 있었기에 여유가 없었어요. 현장에서 자 자신과의 싸움을 많이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러지 않아도 괜찮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류승룡부터 오나라, 김희원, 이유영, 성유빈 등 캐스팅이 화려하다. 류승룡은 극의 중심에서 여러 인물과 관계를 맺으며 상처받고 치유하는 과정을 웃음과 공감으로 버무렸다. 조은지 감독은 현이란 인물에 류승룡만큼 훌륭하게 표현할 배우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캐릭터 이미지가 제 머릿속에 확실하게 있었어요. 제가 하고 싶다고 생각한 배우들이 모두 출연해 줘서 참 운이 좋았죠. 류승룡 선배는 배우, 인생 선배로서 배울 점이 많은 분입니다. 이번 작품에서 많이 배웠어요. 선배님은 현장 안의 감을 빨리 캐치하고 활용하시더라고요. 모니터 안에 편집할 때 보면 캐릭터를 고민한 흔적들도 보이고요. 각자 인물들을 만나면서 변화하는 감정선들에 대해 많이 분석하신 것 같아요. 그런 점들이 조화롭게 이뤄져 제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무진성이 연기한 유진이라는 인물은 다른 캐릭터보다 감정선을 구체적으로 잡아가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고 고백했다. 끊임없이 무진성과 대화하며 솔직하되 성숙한 사랑을 하는 성소수자 유진을 빚어낼 수 있었다.


"유진의 경우는 이미지는 구체적이었지만 감정선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이 제일 많은 캐릭터였어요. 유진의 거침없는 표현력이 선천적이 아니라 세월이 흘러 만들어진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당당하지만, 그 당당함 속에 세월이 묻어나도록 디렉팅을 했습니다."


배우로 20년 동안 카메라 앞에 서다, '장르만 로맨스' 촬영 중에는 카메라 뒤에서 모든 걸 조율했다. 배우와 감독이 수행하는 역할은 확실히 다르다고 느낀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배우로 다져진 현장의 감과 캐릭터 감정 표현에 대한 디렉션은 확실히 도움이 됐다. 배우이자 감독인 이들만이 가질 수 강점인 셈이다.


"내가 직접 감정 연기를 해보고 디렉션을 할 수 있는 건 배우라 좋은 점이었던 것 같아요. 배우 땐 내가 표현하고 그게 도움이 될지 항상 고민을 했다면 이번에는 카메라 뒤에서 모니터로 배우들이 상황을 구현해낼 때 앞뒤 상황을 조합해 잘 흘러가는지를 항상 신경을 썼어요."


영화는 이혼, 재혼 가정, 친구의 전 아내와의 연애, 성소수자 등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평범하지 않은 관계가 자칫하면 불편할 수 있지만 현실적인 코미디로 각자 상황에 맞는 고민들을 녹여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관객에게 캐릭터들의 관계가 불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되도록 친근하게 접근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나이대에 맞게 상황과 사연을 만들었고요. 제가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결국 관계 안에서의 성장이었거든요. 최대한 그 지점에 중점을 두려고 했어요."


조은지 감독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전달하면서 연출에 대한 애정과 욕심도 커졌다. 연출가로서 머리로는 쉽게 잊혀도 마음에서 오래 남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다음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부부 이야기다.


"언젠가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서로 너무 잘 알고 있다는 확신하지만, 이 확신으로 서로에 대해 더 알지 못하기도 한 관계죠. 그런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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