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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산모 "주차장서 임신 확인한다며 억류" 靑청원

구자창 입력 2021. 12. 06. 08:16 수정 2021. 12. 0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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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캡처


‘임산부 주차요금 감면 혜택’을 받아오던 한 임산부가 “산모수첩을 보여주지 않으면 임신 여부가 확인 안 된다”는 이유로 공영주차장에서 억류를 당했다는 사연을 전했다.

이 임산부는 만삭을 앞둔 임신 8개월차라 외형으로 임신 여부를 충분히 알 수 있었고, 오랜 기간 같은 주차장에서 임산부차량등록증을 사용해왔다며 갈등을 빚어온 주차장 관리인이 일부러 시비를 건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인천에 사는 임신 8개월차의 산모 A씨는 지난 3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8개월차 만삭 임산부, 임산부인지 확인이 안 된다며 공영주차장 관리인에게 억류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임산부차량등록증을 차에 부착해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때마다 임산부 주차비 감면 혜택을 받아 왔다.

A씨는 한 공영주차장을 자주 이용하면서 주차장관리인 B씨와 몇 차례 갈등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차비 정산을 할 때 임산부차량이라 하고 등록증을 보여주면 ‘돈 안 내려고 일부러 처음에 들어올 때 얘기를 안 했냐’며 역정을 냈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이용시간이 길다. 공짜로 사용하면서 왜 이렇게 오래 있냐”고 타박하거나, 임산부차량등록증을 자세히 봐야겠다고 해서 건네주면 바닥에 떨어뜨려놓고 차에서 내려서 주워가라고 했다고 한다. 혼잣말처럼 욕을 하고 욕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등 사소한 시비가 잦았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이 일로 민원도 수차례 넣었다. 그는 “관할 부서에 민원을 여러 번 넣었고, 실제로 얘기를 한 건지 한동안 주차장관리인은 제게 알은체를 하고 인사를 건네며 시비를 안 거는 듯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난 1일 밤 9시쯤 벌어졌다. A씨는 “그런데 오늘 갑자기 차에 붙어있는 임산부차량등록증으로는 확인이 안 된다며 신분증과 산모 수첩을 제시하지 않으면 임산부 확인이 안 되니 보내줄 수 없다며 차단기로 차를 가로막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임신 초기인 산모도 아니고 30주차, 8개월차에 접어든 출산 두 달 남은 만삭이 머지않은 산모”라며 “보통 만삭 사진을 30주차 전후로 찍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제가 외양으로 임산부 태가 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미 몇 달 동안 임산부차량등록증을 사용했고, 여러 번 민원을 넣으며 해당 주차장관리인이 먼저 알은체할 정도로 제 얼굴과 차도 기억하고 있다”며 “임산부인지 확인을 해야 한다며 저를 못 가게 붙잡는 행동은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고 명백한 시비로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A씨는 “임산부차량등록증엔 차번호만 기재돼 있고, 보건소에서 차량등록을 하고 발급받는 거라 신분증과 산모수첩하고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B씨는 “임산부가 아닌 사람이 차량을 운행하고 있는 걸 수 있어서 확인을 해야겠다”며 계속해서 A씨를 보내주지 않았다.

그러자 A씨는 “지금까지 몇 달 동안 수십 번 이용하는 동안에는 한 번도 그런 말이 없다가 왜 오늘에서야 요구하며 안 보내주는 거냐”며 “그냥 주차비를 내면 되냐”고 따졌다. 그런데 B씨는 “신분증과 산모수첩을 확인하는 건 자기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며 “주차비를 내라는 게 아니라 임산부인지 확인을 해야 보내주겠다”면서 A씨를 계속 보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A씨는 경찰에 신고해 출동한 경찰관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억울함과 서러움에 눈물도 나고 숨도 잘 쉬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경찰관은 제 배를 보더니 ‘딱 봐도 임산부이신데 지금 몸 상태가 안 좋으시니 진정하시고 귀가하셔라’며 저를 귀가조치시켰다”고 말했다.

A씨는 “제가 임신한 게 죄지은 것도 아니고, 임산부가 죄인도 아닌데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 억울하고 너무 서럽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해당 관리인은 여러 번 임산부에게 부적절한 말과 행동을 해서 관할 구청에서 지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반성이나 고칠 생각이 없을뿐더러 이번 일에서 보복성까지 드러냈다고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법적 대응을 위해 경찰서에 문의했지만 “직접적으로 신체를 붙들고 억류한 게 아니라서 범죄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어 고소도 할 수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그 현장에서 심신의 충격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아기가 잘못됐었다면 어땠을까 상상도 하기 싫다”며 “이런 일을 당하는 임산부가 저 하나만이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는 “임산부가 신체적으로 상해를 입고 태아에게 문제가 생겨야만, 그렇게 인명피해가 발생해야만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느냐”며 “그 전에 조치를 해 달라고 요청하는 건 단순히 예민한 산모의 떼쓰기냐”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출산장려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저출산 국가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임산부를 적극적으로, 법으로 보호해주실 수는 없느냐”며 글을 마무리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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