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2년, 미·중 간 新화폐 전쟁..제2차 원유 전쟁으로 비화되나? [국제경제 읽기 한상춘]

입력 2021. 12. 6. 09:14 수정 2021. 12. 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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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도 어느덧 2년이 넘어간다.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초기 기대와 달리 오미크론(omicro)과 같은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 “nobody knows(아무것도 모른다)”라는 표현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정확한 진단이자 예상이다.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도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뉴 앱노멀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1년 전 델타 변이보다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으로 세계 경제가 다시 ‘절연(insulation)’ 체제로 돌아간다면 스테그플레이션이 현실로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스테그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개별 국가 입장에서는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는 3차 대전(헨리 키신저), 2차 냉전(니얼 퍼거슨)이란 경고가 나올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경제패권 경쟁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이후 보복관세 부과, 첨단기술 통제, 미국 국채 매각 등을 매개로 한 미·증 간 마찰이 최근 들어서는 자국통화 가치를 올리는 ‘평가절상 경쟁’으로 이동되고 있다. 위안화 절하 문제를 놓고 환율 전쟁을 불사해 왔던 종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본격적인 디지털 통화 시대를 앞두고 양국 간 새로운 화폐 전쟁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양국이 모두 인플레이션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기지로 중국이 가장 중시하는 생산자물가상승률(PPI)은 지난달 13.5%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소비시장으로 가장 중시하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율(CPI)는 30년 만에 최고치인 6.2%를 기록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퍼펙트 글로벌 인플레 스톰’이라는 극한 표현을 쓸만큼 ‘인플레 쇼크’다.

최근 양국의 인플레는 경기과열과 같은 총수요 요인보다 세계가치사슬(GVC)과 공급망(GSC) 붕괴에 따른 공급측 요인이 강하다. 공급측 인플레 대책으로 세 감면, 생산성 증대, 사회적 연대를 통한 임금상승 억제 등이 있으나 최근처럼 외부 충격에 따라 수입물가가 상승할 때는 자국통화 가치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지금 당장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이다.

인플레 쇼크가 처음 발생했던 지난 5월 이후 위안화 가치는 10% 정도 절상됐다. 한때 90선 밑으로 떨어졌던 달러인덱스도 최근 들어서는 96선을 넘어섰다. 인플레 쇼크가 범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줬던 지난 10월 물가지표가 발표된 이후 양국의 통화가치 상승 폭이 크고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더 우려되는 것은 중국이 높은 생산자물가를 미국으로 수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미·중 간 벌이는 신화폐 전쟁은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간 관계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과 맞물려 의외로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국제원유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에 이어 원유 전쟁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발단은 미국, 그중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다. ‘화합과 통합’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취임한 지 10개월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국민의 지지도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외적으로 아프가니스탄주둔 미군 조기 철수, 대내적으로는 제2 독립기념일 선언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잇따른 판단 착오의 결과다.

자동차 문화가 체질화된 미국 국민에게 가솔린 가격은 대통령의 지지도에 직결될 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다. 특히 겨울철에 그렇다. 미국 국민들은 집권당의 경제정책 성과를 ‘고통지수(MI=실업률+소비자물가상승율)’로 판단한다. 1970년대 이후 국민 지지도가 떨어질 때마다 미국 대통령은 저유가 정책을 추진하고 OPEC과의 관계가 악화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2년 전 트럼프 정부 시절에도 OPEC 회원국 간에 원유 전쟁이 발발할 직전까지 몰렸다. 연임 의지가 강했던 트럼프 정부가 중간선거에서 뜻하지 않게 집권당인 공화당이 패하자 국민의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OPEC에게 대규모 증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주도로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알래스카와 대륙붕 개발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요구하는 국제유가 수준은 배럴당 16달러 내외였다.

바이든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지지도가 추락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겨울철을 맞아 하루 100만 배럴 이상 증산을 요구했으나 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OPEC는 성의 수준인 40만 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바이든 대통령은 전략원유 비축분을 5000만배럴 방출을 선언한 데 이어 일본, 한국, 영국, 인도 등에 동참을 요구해 약속을 받아냈다.

오랜 고민 끝에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으로 제롬 파월 현 의장을 재지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플레 파이터’로 나선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파월 의장보다 더 금융완화를 주장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를 차기 Fed 의장으로 앉힐 수 없어 행정담당 부의장으로 임명했다. 월가에서 파월 연임안이 채 잉크도 마르기 전에 ‘브레이너드 실세론’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2차 원유전쟁이 발생할 것인가는 내년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1주년 직전에 열릴 열릴 OPEC+ 정상회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7년 전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 종료와 함께 재정사정이 악화돼온 OPEC 회원국들은 대규모 증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진핑 주석이 미국과 동등한 마찰과정에서 인민의 힘을 얻어 시황제 반열에 오른 상황에서 영구집권 야망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더이상 밀릴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다. 현 수준에서 지지도가 더 추락하면 임시방편으로 시한을 늘려놓은 2022 회계연도 예산안, 연방부채상한 유예 혹은 상향 조정, 사회적 인프라법 등이 공화당의 반대에 밀려 처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바이든 정부는 바이드노믹스를 제대로 추진해 보기도 전에 좀비 정부에 처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탄핵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omicro)으로 2차 팬데믹이 우려될 만큼 코로나 확진자수가 다시 급등하는 추세 속에 국제유가마저 100달러 시대가 재현된다면 올해 2분기 이후 슬로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세계 경제는 스테그플레이션이 현실로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1980년대 초반과 다른 것은 코로나 사태로 각국의 정책 여지가 다 소모된 여건에서는 더 심각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러시아, OPEC 회원국들이 모두 진퇴양난 국면에 처한 예민한 상황에서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으로 세계 경제가 재봉쇄돼 원유 수요마저 감소될 경우 국제유가는 급락할 수 있다. 일부 예측기관들의 시각대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추락하면 OPEC 회원국들은 디폴트에 처할 확률이 높아져 바이든의 증산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감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는 미국과 OPEC+ 회원국 간의 제2차 원유 전쟁이다

문제는 우리다. 중동산 두바이유를 70% 이상 수입해 쓰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원유 비축분 방출 요구에 원칙적으로 동조한 상황에서는 OPEC+ 회원국들로부터 불만 혹은 보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는 한 나라 경제와 국민 생활에 직격되는 가장 높은 수위의 비상과제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에게 3개월분 소비분을 비축하도록 권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가장 중요한 대체에너지원인 원자력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외면당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조력 등 다른 대체에너지원을 기후변화 등으로 효율성이 떨어진다. 지난 13일에 끝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그 어느 국가보다 빨리 석탄 사용 중지를 선언했다. 세계 모든 국가는 원전 복구와 증설에 나서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차기 정부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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