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저축하고 원할 때 쓰고.."근로시간계좌제 도입해야"

백일현 입력 2021. 12. 6. 11:11 수정 2021. 12. 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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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독일 직장인 A는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맞춰 2시간 먼저 퇴근한다. ‘근로시간계좌제’ 덕에 가능했다. A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 1년 동안 주당 45시간씩, 정해진 시간(주당 40시간)보다 5시간씩 더 일하며 시간을 저축했다. 그 시간을 이제 꺼내 쓰는 셈이다.

#2. 역시 독일에서 일하는 B는 연장 근로와 휴일 근로를 통해 근로 시간을 모으고 있다. 은퇴를 3년 빨리하기 위해서다. 은퇴한 뒤엔 외국에 사는 자녀와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이처럼 독일에선 ‘근로시간계좌’를 은행의 예금계좌처럼 운영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일 한국경제연구원으로부터 의뢰받은 ‘노동관계 법제도 선진화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독일의 근로시간계좌제를 한국에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의 현 노동법이 근로시간을 경직적으로 규정해 재택근무와 원격근무 등 근로 형태가 다양해지는 현시점의 수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 근로시간계좌제 도입 81%


근로시간계좌제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시간을 협의하는 방식이다. 업무량이 많을 때 초과근무를 통해 초과시간을 저축해두고, 일이 적을 때 휴가 등으로 소진하는 제도다. 독일에선 단체협약으로 근로시간계좌제가 채택될 경우 근로자는 근로시간을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근로시간계좌제 유형에는 정산 기간이 월 또는 년 단위로 설정된 단기 근로시간계좌와 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 근로시간계좌가 있다. 장기근로시간계좌에 저축된 시간은 육아·양육·재교육과 안식년, 유급 조기퇴직 등을 위해 이용된다. 보통 시간계좌로 설정되지만, 금전계좌(임금청구권 형태로 환산)로도 할 수 있다. 독일에선 25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장기 근로시간계좌를 활용하고 있는 곳의 비중이 81%(2016년 기준)에 달할 정도다.

권 교수는 “독일에서 근로시간계좌제에 관한 단체협약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근로시간 생애주기를 염두에 두고 근로자가 필요에 따라 질병 치료나 교육·훈련을 위해 장기간 휴식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어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분석했다.

[자료 한경연]

“고령자 파견근로 규제 완화해야”


그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고령자에 대한 노동법적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업무에 풍부한 경험이 있으나, 나이 때문에 재취업이 사실상 어려운 고령자에 한해 파견근로에 관한 규제를 완화해주자는 것이다. 현행 파견법령은 경비와 운전 등 32개 업무에만 파견을 허용하고, 제조업은 금지하고 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노동법이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근로기준법 체계에서 벗어나 노사 간 자율을 존중하는 근로계약법 체제로 재편돼야 한다”며 “다양한 방식의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동법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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