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국 시장 마케팅, 제품에 맞는 소셜미디어에 집중해야"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입력 2021. 12. 6. 12:29 수정 2022. 8. 1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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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경력 코리상하이의 中 마케팅 전략
어린이 유산균 '마미아이' 1위 조력자
中 이커머스·소셜미디어 마케팅 전문
윤동현 코리상하이 총감이 중국 베이징 순이구의 사무실에서 중국 마케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김남희 특파원

농심은 최근 중국에서 핑크 라벨 백산수를 출시했다. 영유아용 물로, 한국에선 판매되지 않는 제품이다. 현재 중국 생수 시장은 점유율 1위 눙푸산취안을 비롯해 중국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다. 한국 기업인 농심이 만든 백산수는 중국 소비자 사이에 브랜드 인지도가 미미하다. 농심은 중국에서 규모가 꾸준히 커지고 있는 영유아 전용수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일반 백산수와 차별화를 위해 출시 당시 파란색이었던 라벨을 즉각 핑크로 바꿨다.

중국에서 백산수 마케팅을 대행하는 코리상하이(COREE Shanghai)는 영유아 전용 백산수가 분유를 타서 먹이기에 가장 건강하고 안전한 물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백산수는 백두산 화산암반층을 통과하며 자연적으로 걸러진 광천수다. 코리상하이는 영양사, 소아과 전문의 등을 내세운 전문가 마케팅을 통해 백산수가 ‘깨끗한 물’이란 것을 각인시키는 데 주력했다.

코리상하이에서 광고 마케팅을 총괄하는 윤동현 총감은 “중국 엄마아빠들은 식품 안전에 대한 걱정이 특히 크다”며 “백산수는 아이에게 믿고 먹여도 되는 물이란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공신력 있는 전문가를 통해 좋은 성분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했다.

농심이 최근 중국에서 출시한 영유아 전용 백산수. 영유아용 백산수 제품은 파란색 라벨이 붙은 일반 백산수와 달리, 핑크 라벨로 제작됐다. /농심

◇ 중국 마케팅 경력 20년 이상…‘마미아이’ 1등 된 비결은

코리상하이는 한국 한미약품의 관계사로, 중국에서 20년 넘게 기업·브랜드 마케팅을 해왔다. 마케팅·디자인·전자상거래·매체 편집 등에 특화한 직원 1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법인 설립 당시 상하이에 본사를 세웠지만, 현재 베이징 지사가 사실상 본사 역할을 하고 있다.

코리상하이는 북경한미약품(한미약품의 중국 법인)이 1994년 출시한 어린이 유산균 정장제(장 건강 의약품) 마미아이(妈咪爱)를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로 만든 숨은 조력자로 불린다. 중국에서 북경한미란 회사는 몰라도 마미아이를 모르는 부모는 없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제품이다. 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 유산균(유익균)이란 키워드를 검색하면 마미아이가 연관 검색어 2위로 뜬다.

코리상하이는 약 10년간 매달 라이프오브맘(Life Ofmom)이란 잡지를 24만 부씩 만들어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대도시의 소아과·산부인과 등에 배포했다. 어린 아이를 둔 부모가 보면 좋을 건강 지식과 정보를 전하며 마미아이 제품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현재 잡지는 디지털 버전으로만 발행돼 위챗(웨이신) 계정과 앱으로 바로 보고 소통할 수 있게 바뀌었다. 윤 총감은 “영유아 용품이나 약품은 왕훙(온라인 유명인)을 활용해 광고하는 것보다 실사용자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게 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소비자 신뢰를 쌓는 데 집중한다”고 했다.

코리상하이의 중국 베이징 사무실 내부. /김남희 특파원

◇ “중국 마케팅 대행사 고를 땐 소규모 업체 피해야”

요즘 한국 중소기업이 중국에서 제품을 팔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중국 온라인 쇼핑몰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판매다. 알리바바 산하 타오바오와 티몰, 징둥 등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웨이보·위챗·더우인·샤오훙슈 등 소셜미디어가 대표적인 판매 창구다.

한국 업체가 타오바오 같은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상점을 여는 절차는 까다롭다. 중국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야 하고, 주소 등록을 위한 사무실과 중국 은행 계좌, 중국 전화번호도 있어야 한다. 팔고 싶은 제품이 있다고 해서 사이트에서 판매자 회원 가입만 하고 바로 팔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코리상하이는 입점과 상품 소개, 판매, 마케팅, 디자인, 배송, 고객 서비스 등 온라인 몰 운영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대행한다. 지난해엔 한국 밀폐용기 브랜드 펌프앤프레시의 타오바오 채널 운영을 1년간 맡았다. 윤 총감은 중국 판매 대행사를 고를 때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 대행사가 직접 운영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브랜드가 계약을 맺는 중국 대행사 상당수는 운영을 직접 하지 않고 중국 내 제3의 회사에 외주를 맡기는 중개업체 수준인 경우가 많다. 비용은 더 비싸지고 실시간 소통이 어려워진다.

윤 총감은 “중국 현지 대행사를 고를 땐 계약 업무를 직접 하는 곳인지, 업무를 수행할 직원 수가 충분한지 등을 꼼꼼하게 알아봐야 한다”며 “상당수 중국 마케팅 대행사가 직원이 2~3명 정도인 소규모 업체”라고 했다.

윤동현 코리상하이 총감이 중국 베이징 순이구의 사무실에서 중국 마케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김남희 특파원

◇ “중국 소셜미디어별 맞춤 마케팅 해야 통한다”

중국 소셜미디어는 폐쇄적이다. 소셜미디어별로 ‘하지 말아야 할 것’ 등 운영 방법이 다르고, 각 소셜미디어끼리 연동도 거의 안 된다. 중국 정부 검열도 강력하다. 코리상하이는 웨이보·위챗·더우인·샤오훙슈 등 중국 대표 소셜미디어에서 기업 계정 개설과 관리를 해주고, 각 소셜미디어 특성에 맞춘 마케팅 전략을 짠다. 중국 소셜미디어 중 한국 뷰티·식품 브랜드가 가장 선호하는 채널은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훙슈다. 앱 안에 자체 몰이 있어 사용자가 앱을 벗어나지 않고 제품을 바로 살 수 있도록 한 게 샤오훙슈의 강점이다. 사용자 대다수가 20~30대 여성으로,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는 공간이다.

윤 총감은 “브랜드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소셜미디어를 할 필요는 없고 상황에 맞춰서 가장 적합한 채널을 선정해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했다.

코리상하이는 지난달 성인용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제품인 이자이(一家益)를 중국 시장에 출시했다. 북경한미의 마미아이는 중국 어린이 유산균 시장 1위일 정도로 잘 팔리지만, 알약 형태의 성인용 유산균 제품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코리상하이는 성인용 유산균이 어린이용보다 시장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놓쳐선 안 되는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코리상하이는 성인용 유산균 제품을 기획·개발하면서 100억 CFU(유산균 측정 단위), 400억 CFU, 학생용, 여성용으로 제품군을 세분화했다. 분유 제조 계열사인 오브맘식품이 생산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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