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태료·징역·벌금.. 기업인 처벌이 능사 아니다

권오은 기자 2021. 12. 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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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소기업 사장들의 화두는 지난달부터 시행된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라고 한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줄 때 임금명세서를 함께 전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몇몇 중소기업 사장들은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가 시행되기 사흘 전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한 노무법인 대표도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임금명세서 교부 문제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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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소기업 사장들의 화두는 지난달부터 시행된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라고 한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줄 때 임금명세서를 함께 전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 않거나, 임금명세서 내용이 부실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1차적으로 한달가량 시험 운영한 뒤 개선되지 않는 곳에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기존에도 임금명세서를 줬던 규모가 큰 기업은 문제가 없지만,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혼란이 크다. 근로자 정보와 임금 지급일, 총액은 물론이고 기본급·수당·상여금 등 임금의 구성항목별 금액과 출근일수·노동시간 등에 따라 달라지는 임금 계산방법까지 임금명세서에 기재돼야 한다. 일용직 근로자 비중이 큰 영세 사업장은 상황이 더 난처하다. 그동안 ‘일당 00만원’으로 정했을 뿐, 기본급과 수당 등을 따로 나누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일용직 근로자 특성상 하루에도 여러 명이 떠나고 새로 들어오는 상황에서 임금을 책정해 제때 교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였다. 몇몇 중소기업 사장들은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가 시행되기 사흘 전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한 노무법인 대표도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임금명세서 교부 문제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정책의 부작용은 대개 방향보다 속도에서 비롯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장이 받아낼 수 없으면 채찍질에 불과하다. 정부가 산업계의 우려에도 대폭 강화한 탄소 감축 목표가 대표적이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정부가 끌어올린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두고, 제조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은 대책이 없다고 말한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마찬가지다. 근로자가 다치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데 어느 누가 반대할까. 다만 기존에 안전 조직을 갖추지 못했던 중소기업들은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인력이나 준비 시간이 부족한 탓에 사고가 나지 않길 기도하기 바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이 안전 및 보건 의무를 지키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사장들은 언제 사고가 날지 몰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이라고 한다.

올해로 감옥·형무소라는 단어가 교도소로 바뀐 지 60년이다. 우리 사회가 처벌을 넘어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바로잡는데 무게를 둔 지 그만큼 오래됐다는 의미다. 그리고 범죄를 예방하는 일이야말로 달라지지 않는 제1과제다.

산업 현장에 필요한 정책도 다르지 않다. 정부가 변화를 요구하면서 처벌만 외치고 따르라고 강박할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시간은 물론이고 정책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현장에서 모르면 알려주고, 여력이 안 되면 돕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더는 기업의 사장들이 교도소 담벼락 위를 걷도록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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