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열풍에도 하이브리드가 실속 챙겼다..과도기 시장 장악

문병주 입력 2021. 12. 6. 15:18 수정 2021. 12. 6. 16: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전환 시계를 앞당기며 새 모델을 속속 선보이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 역시 동반 상승하고 있다. 여전히 부족한 충전 인프라 탓에 소비자가 선뜻 전기만에 의지한 차를 선택하지 못하고, 친환경차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어느 정도 하이브리드를 통해서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기가 과연 탄소 제로 취지에 맞게 친환경적으로 생산되는지, 전기차의 생산에서 폐기 단계까지 배출되는 오염 물질이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논란이다.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 [사진 현대차]

6일 현대차와 기아에 따르면 올 1∼11월 국내 친환경차 판매 중 현대차는 10만900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8만981대)보다 35% 증가했다. 기아도 지난해 같은 기간(6만4654대) 대비 53% 증가한 9만8883대를 판매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가 2만1478대로 시장을 주도했지만, 친환경차 전체 상승세에 하이브리드의 역할이 컸다. 현대차는 투싼 하이브리드(1만4451대)와 아반떼 하이브리드(5814대), 기아는 쏘렌토 하이브리드(3만315대)와 K8 하이드리드(1만5839대)가 많이 팔렸다. 쏘렌토의 경우 내연기관 모델의 경우 판매량(3만4058대)이 39% 줄었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43% 늘었다.

기아의 쏘렌토 하이브리드. [사진 기아]


수입 하이브리드 판매 127% 증가


수입차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의 성장세는 눈에 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집계 결과 올해 들어 11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하이브리드는 총 8만4811대로 전년 동기(3만7392대) 대비 127% 증가했다. 11월에는 그동안 반일 정서 때문에 판매가 부진했던 렉서스 ES300h가 698대 팔리며 상승세를 탔다. KAIDA 회원사가 아니라서 해당 통계에는 잡히지 않은 테슬라의 전기차까지 고려하면 모델3(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집계 1106대)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볼보의 하이브리드 XC40도 전체 4위(497대)에 올랐다.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 상승 이유는 전기차를 위한 충전 시설 부족 등 복합적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학)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품질이 좋아지고 있고, 전기차보다 저렴한 장점이 있다”며 “내년 역시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 양상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의 세제 혜택이나 주차 요금 할인, 미세 먼지 저감을 위한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제외 등 전기차가 누리는 혜택 중 일부를 누릴 수 있다.

렉서스 ES300h. [사진 렉서스코리아]

2023년부터 친환경 자동차에서 제외


하지만 정부는 최근 하이브리드에 대한 지원을 없애거나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의 취득세 감면 한도가 90만원에서 40만으로 축소됐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PHEV)에 지급되던 500만원 상당의 구매 보조금도 없어졌다. 하이브리드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개별소비세 면제 혜택도 내년 말 이후 없어지고, 친환경 차량에서 아예 제외될 예정이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로의 전환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하이브리드에 대한 혜택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완성차·부품 제조업계도 이 속도에 맞춰 기술 전환을 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전기 생산 능력 고려해야”


근본적으로 “전기차가 하이브리드보다 더 친환경적이냐”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자동차가 생산되는 초기부터 폐기 때까지, 그리고 자동차에 쓰이는 원료가 생산되는 순간부터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순간까지 전 과정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한 대를 만들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총 11t인데 절반가량인 5.3t이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다. 배터리 폐기물 처리 문제가 향후 환경 오염을 불러올 가능성도 크다.

특히 현재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기는 태양광·풍력 등으로 생산되는 친환경 에너지의 비율보다 화석 연료에 의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 조철 산업연구원 박사는 “일본 자동차업체가 하이브리드 기술에 당분간 집중하기로 한 이유 중 하나가 친환경적 전기 생산이 일본의 지리적·기후적·기술적 측면에서 전기차 시장을 대비할 만큼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하이브리드 차량 정책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