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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에너지"라더니 이젠 "배설물"..與당원게시판 연말까지 폐쇄

송승환 입력 2021. 12. 06. 15:31 수정 2021. 12. 0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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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운영을 잠정 중단한 당 홈페이지 내 ‘권리당원 게시판’을 연말까지 닫아두기로 6일 결정했다. 이날 비공개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올해 말까지 책임감 있는 실명제 형태로 시스템을 정비해서 내년 1월 1일부터 다시 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1일 “게시판 내 당원 간 분쟁이 과열되고 있다. 추가로 발생하는 법적 갈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며 당원 게시판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고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 권리당원 게시판은 완전히 공론장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며 “일종의 말의 배설구같이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닉네임(별명)을 이용하는 형태 말고 실명제를 강화해서 건전하고 책임감 있는 비판의 장이 되도록 하겠다”며 “서로 욕설을 뱉어대고 후보에게 사퇴하라고 하는 게 현재 당에 도움이 안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이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지금 당원 게시판은 누가 봐도 배설구가 맞다”며 “서로에 대한 욕밖에 남지 않았는데 표현의 자유나 공론의 장 기능을 말하는 게 맞는지 직접 보시라”고 말했다.

이런 결정 대해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금 당장 재개가 아니라 내년부터 그것도 실명제로?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발현돼야 할 정당 당원게시판을 왜 실명제로 통제하려고 하냐”며 “지도부의 그런 결정은 민주적 가치를 너무 무시하고 얕잡아 보는 것이고 매우 퇴행적이니 하루빨리 무조건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與 지도부 친위대 역할 해온 ‘당원 게시판’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뉴스1

민주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게시판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당 지도부가 개혁과 입법을 추진할 때마다 강력한 동력을 이끌어냈다. 당원 게시판에 특정 이슈에 대한 좌표가 찍히면 ‘문자 폭탄’ 등의 방식으로 여당 의원들을 압박해 일사불란한 처리를 이끌어내는 방식이었다.

2019년 12월 국회 본회의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당원 게시판엔 이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여야 의원들의 명단이 올라왔다. 그러자 당시 민주당 조응천·금태섭 의원,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등에게 문자 폭탄과 SNS 항의가 쏟아졌다.

당시 김동철 의원은 “문자 폭탄으로 상대를 굴복시키겠다는 만행이 중국의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들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발했다. 기권표를 던진 금태섭 의원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에 “해당 행위자”라는 비판 글이 이어졌고, 당론을 따르지 않았단 이유로 당의 징계를 받은 그는 탈당했다.

당원 게시판의 위력이 전당대회에서 당 지도부 선출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커진 때도 있었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당원 게시판에서 주도한 ‘118운동’ 대로 지도부가 선출됐다. 118운동은 당대표는 1번 이낙연 후보, 최고위원은 1번 신동근, 8번 김종민 후보를 찍자는 열성 당원들의 행동 지침이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한 토론회에서 이들을 “당의 에너지원(原)”이라 평가했다.


송영길·이재명과 관계 ‘삐걱’…토사구팽 되나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에서 권리당원 게시판이 폐쇄되자 당원들이 불편사항 접수 게시판 내 공지사항 게시글에 댓글을 작성하면서 항의하고 있는 모습. 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지난 1일 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2번째 당원 게시판 임시 폐쇄 조치에 대해 “게시판 상당 부분을 지배해온 반(反)이재명 당원들이 후보를 거칠게 공격하니까 당에 도움이 안 돼서 일단 폐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부상조(相扶相助)하던 당 지도부와 당원 게시판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건 송영길 대표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송 대표가 선출된 지난 4월 전당대회 때도 당원 게시판에선 ‘114운동’이 전개됐다. 당대표는 1번 홍영표 후보, 최고위원은 1번 강병원, 4번 전혜숙 후보를 찍자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당 대표는 2번 송영길 후보가 당선됐다. 이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송 대표는 “배설물처럼 쏟아내는 문자 폭탄과 같은 말들은 아예 무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당원 게시판에선 “최악의 당대표”라는 공격이 쇄도했다.

양자의 관계는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기간에 ‘이심송심(李心宋心)’ 논란으로 더 악화했다. 이심송심은 ‘명낙대전’이 한창이던 경선 기간에 송 대표가 이재명 후보의 편을 든다는 이유로 이낙연 지지층이 송 대표를 비판하려 만든 표현이다. 갈등이 계속 증폭되자 지난 8월엔 당원 게시판을 이틀간 닫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은 “경선 뒤 후유증 회복이 걱정되는 수준에 이르러 게시판 환기를 위해 ‘잠시 멈춤’ 기간을 운영하고자 한다”고 공지했다.

한 최고위원은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앞서 임시 폐쇄를 했을 때 당원들이 서로 선을 넘지 않고 비판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조치를 했어야 했는데 방치하더니 결국 당원과 지도부가 갈라서는 사태까지 왔다”며 “개인적으로 당원 게시판을 한 달 동안 닫는 조치는 해선 안 되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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