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명품 들고 상류층 행세" 호텔·라운지 21일 무전취식한 女

김은빈 입력 2021. 12. 6. 17:00 수정 2021. 12. 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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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가 지난 9월 웨이보에 공개한 영상 캡처.

중국 베이징에서 상류층 인사인 척 짝퉁 명품을 두르고 호화생활을 한 여대생의 '사회 실험'을 두고 중국 네티즌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넥스트샤크는 지난 3일(현지시간) 베이징 중앙예술원에 다니는 조우 야치(23)의 졸업 작품 동영상을 두고 네티즌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조우의 실험 내용은 간단했다. 에르메스나 샤넬 등 짝퉁 명품을 두르고 상류층 행세를 하면서 한 푼도 안 쓰고 베이징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었다.

실험은 예상보다 쉽게 끝났다. 조우는 지난 5월 대부분의 시간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베이징의 고급 호텔과 공항 VIP 라운지 등에서 보내며 호화롭게 살았다고 밝혔다.

조우는 첫 3일간은 위조된 출입증을 이용해 공항 VIP 라운지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라운지에 마련된 소파에서 잠을 자고 뷔페로 세 끼 식사를 해결했지만, 아무도 자신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조우가 지난 9월 웨이보에 공개한 영상 캡처.

이 상황을 가능하게 한 건 첫날 구찌 매장에 부탁해 받은 '공짜 쇼핑백' 덕택이었다고 했다. 그는 상류층으로 보이기 위해 가짜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옷과 화장까지 꼼꼼하게 신경 썼다고 전했다.

조우는 이 쇼핑백과 함께 가짜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루이뷔통 매장을 찾기도 했다. 그러자 다른 고객을 응대하던 직원들이 자신에게 다가와 제품을 보여줬고, 루이뷔통 전시회에 초대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일반 고객으로 보였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조우는 이후 고급 호텔과 아트갤러리가 즐비해 있는 베이징 시내로 실험 장소를 옮겼다.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이름을 따 가짜 이름을 만들었고, 가짜 방 번호로 사우나 같은 고급 호텔의 시설을 무료로 맘껏 이용했다.

한 호텔 직원이 투숙객 명단에 그의 이름이 없다며 의심해 위기를 맞은 적도 있지만, 그가 "방금 체크아웃을 했고, 곧 떠날 것"이라고 말하자 별다른 말 없이 넘어갔다고 했다. 조우는 푸아그라 요리와 고급 디저트가 제공되는 경매장에 참석해 값비싼 보석을 착용해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모습을 영상으로 담은 조우는 지난 6월 졸업 전시를 마친 뒤 9월쯤 자신의 웨이보에 영상들을 공개했다. 조우는 이번 실험을 통해 '과잉 재화'가 부자들에게만 쏠려 있는 현상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VIP 라운지에 차려진 호화로운 공짜 음식들, 명품 매장의 사은품 증정 등 '과잉 재화'가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에게 치우쳐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상류층 행세를 한 덕분에 한 푼도 쓰지 않고 약 21일간을 베이징에서 호화롭게 살 수 있었다.

조우는 "과잉 생산된 물품들은 이미 부자들에게 충분히 돌아가고 있다. 이들은 화려한 호텔에서 공짜로 잘 수 있고 공항에서 샤워할 수 있으며 호텔 투숙객 전용 해변을 무료로 쓸 수 있다. 내가 명품 옷을 입고 한 행동들에 대해 때 대부분의 사람이 나를 내버려 뒀다"며 "나는 이들이 돼 보기로 했고 이렇게 과잉 생산된 물품으로 살아봤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그의 행위가 예술을 빙자한 무전취식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베이징 예술대학에 다니는 그가 이미 자신이 특권층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조우는 자신이 허난성의 작은 마을 출신이며, 모델과 아르바이트 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등 부자와 거리가 먼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해명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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