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앙일보

美 보란듯이.."中, 적도기니에 군사기지 추진, 대서양 첫 건설"

이민정 입력 2021. 12. 06. 17:43 수정 2021. 12. 06. 18:09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중국이 아프리카 중서부의 적도기니에 군사기지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는 미국 정보당국 분석이 공개됐다. 대서양 연안에 중국 군사기지가 건설되는 건 처음으로 이렇게 되면 미 동부 해안 맞은편에 중국 군함이 상시 주둔하게 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월 21일(현지시간)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화상으로 연설했다. [AP·신화=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기밀정보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군사기지 건설을 위해 적도기니 정부 관계자와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구 140만 명의 적도기니는 1968년 스페인에서 독립했다. 1979년부터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79) 대통령이 통치해왔으며 그의 아들인 테오도로 응게마 오비앙 망게(53) 부통령이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 부자는 친중 성향으로 알려진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9년부터 중국이 적도기니를 상대로 이 같은 목적의 로비를 벌이는 걸 포착하고 주시해왔다. 군사기지 후보로는 항구도시인 바타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중국은 바타에 심해 상업항구 시설과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이를 통해 바타는 가봉 및 중앙아프리카 내륙을 연결하는 교통 및 군사적 요충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곳에 중국 군함이 배치되고 군수품 재무장및 군함 수리를 할 수 있는 해군 시설이 들어온다면 대서양 맞은편 미국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 적도기니에 영구적 군사기지 건설 계획.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 같은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존 파이너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부보좌관 등 고위 당국자가 지난 10월 적도기니 등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했다. 당시 미 국무부는 방문 목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WSJ에 따르면 파이너 NSC부보좌관은 응게마 대통령 부자를 만나 “중국의 제안을 거절하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미·중 글로벌 경쟁의 최전선 사이에 끼어드는 것은 근시안적인 일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곁들이면서다. 이와 관련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는 “중국의 활동과 관련한 잠재적인 조치가 국가 안보에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적도기니 측에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WSJ는 “백악관은 적도기니에 외교적 지원과 압박을 동시에 가하며 중국 해군의 주둔을 막기 위해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외부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를 둘러싼 강대국 간 접전은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테오도로 응게마 오비앙 망게 적도 기니 부통령. [AP=연합뉴스]

中 ‘진주 목걸이’ 앞세워 군사 거점 마련하나


미국의 이런 민감한 반응은 최근 더욱 활발해진 중국의 해외 군사력 증강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지난 2017년 아덴만 인근 지역인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하면서 군사·안보 분야에서 공격적 행보를 보여왔다. 당시 중국은 지부티 기지가 평화 유지활동 협력과 재외국민 보호 등을 맡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지부티가 아시아-중동-아프리카를 잇는 세계 요충지라는 점에서 바짝 긴장했다. 지부티에 위치한 미국의 군사기지를 턱밑에서 견제하며 해양 패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읽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부티 내 중국 군사 기지와 미국 르모니에 기지는 불과 15㎞안팎의 거리다. 중국으로서는 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에너지 루트 확보전략인 ‘진주 목걸이(String of Pearls)’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 거점을 확보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과 원유·가스 수송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문제는 미국의 이런 우려가 지난 4년간 곳곳에서 현실화하는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최근 중국이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소규모 군사력을 주둔시키려는 움직임이 연일 포착되고 있다. 가장 근래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다. 지난달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 정부는 1년 여 전 중국 국영 해운기업이 아부다비 인근 칼리파 항구에 중국 군사시설을 설치하려는 것을 포착했다. 정보를 입수한 미국 정부가 UAE를 압박해 공사를 중단시켰지만, 이후에도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앞서 2019년에는 중국이 캄보디아의 해군 기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비밀 협정을 맺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중국이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에 건설한 민간 항구를 군사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