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與의원 전원에 친전 "당장 할 수 있는 일 보여야"..일각선 "독주프레임 걸릴 것"

남수현 입력 2021. 12. 6. 19:17 수정 2021. 12. 7.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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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의원들이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6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이른바 ‘이재명표 법안’ 가운데 개발이익환수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다만 ‘전두환 재산 추징법’을 비롯한 다른 안건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논의하자”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 후보는 이날 의총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169석 여당 국회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보여드려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친전을 보내 신속한 입법을 당부했다.

이날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 오른 안건은 ▶국회의원 면책특권 개선 ▶전두환 재산 추징법 ▶농지투기방지법 ▶대장동 방지 3법(주택법·도시개발법·개발이익환수법) 등 모두 6개 법안이었다. 이 가운데 이날 오전 여야 합의로 국토위 전체회의 문턱을 넘은 주택법과 도시개발법을 제외하면 사실상 안건은 4개였다.

이들 법안에 대해 최근 이 후보는 당을 향해 신속 입법을 요청해 왔다. 이 후보는 지난달 24일 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간사단과 개최한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현안들은 최대한 책임 있게,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필요할 경우 안건조정위원회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제도를 활용해 강행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사죄의 절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이날 의총 결과 당론으로 채택된 법안은 개발이익환수법 1건에 그쳤고, 이마저도 ‘협의 처리’에 무게가 실렸다. 이 법은 현행 20~25% 수준인 개발이익 부담률(개발이익 환수비율)을 50%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골자다. 이와 관련 조오섭 원내대변인은 “개발이익환수법은 당론으로 채택하고, 대신에 여야의 협상과 지속적 노력을 필요로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즉, 무조건 밀어붙이는 게 아니고 야당과 협의를 통해서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안건들은 당론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특히 ‘전두환 재산추징법’에 대해서는 취지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소급적용 등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농지투기방지법에 대해선 농민·시민단체의 의견을 좀 더 수렴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 역시 “발언 내용이 허위인지 아닌지 의원 자신도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등 신중론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법안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입법 독주’ 프레임이 씌워지는 데 대한 우려도 없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의원총회 결과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선 “본격적인 ‘이재명표 입법’의 시작”(민주당 원내관계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선대위 소속 한 의원은 “법안을 다듬는 과정 없이 곧장 당론으로 채택하는 게 실제 입법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것이지, ‘신속한 민생 입법이 필요하다’는 이 후보의 주장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6일 오후 인천시 동구 인천의료원 음압병동을 찾아 조승연 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 후보 역시 의원총회 결과에 대해 수긍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인천의료원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라는 게 워낙 많은 분이 관여하고 있고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며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당 소속 후보가 한마디 한다고 일률적으로 따르는 걸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는 “개발이익환수 관련 3법부터 처리하고, 의견을 계속 모아 합의 가능한 것들을 당론으로 계속 만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이재명표 입법’에 대한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어 “며칠 있으면 또다시 당무 결정을 위한 회의가 열릴 것이라,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민주당의 모습을 기대해주셔도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이날 민주당 의원 169명에게 일일이 배달한 A4 용지 세 장 분량의 친전에 “철저하게 반성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우리 스스로를 바꾸고 국민의 신뢰를 더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작은 성과들에 취해 자만해 온 저부터 반성하겠다”며 “저 혼자 힘으로는 부족하다. 의원님들께서 손잡아주셔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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