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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OST..네 손가락 '아코디언 전설'이 떠났다

손민호 입력 2021. 12. 06. 20:48 수정 2021. 12. 07.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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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별세한 아코디언 연주가 심성락씨. 어릴 적 사고로 오른손 새끼손가락 끝부분을 잃었다. 그런데도 한국 아코디언의 전설로 반세기를 살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국 아코디언의 전설 심성락씨가 4일 별세했다. 85세.
가요계에 따르면 고인은 최근 허리가 좋지 않아 수술을 받았는데, 회복 중 건강이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 4일 숨졌으나 부고가 늦게 알려졌다.

고인의 생애는 자체로 한국의 대중음악사였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 등록된 연주곡이 7000여 곡에 달하고 참여한 음반은 1000여장에 이른다. 패티김·조용필·이미자·이승철·신승훈·김건모 등 한 시절 국내 가수 열 중 아홉의 노래 반주를 도맡았으며 ‘봄날은 간다’ ‘효자동 이발사’ 등 영화 OST 작업에도 여러 번 참여했다.

1936년 일본에서 태어난 고인은 부산 경남고 1학년에 입학하면서 아코디언을 잡았다. 이후 부산 KBS 노래자랑대회에서 세션맨으로 활동하다 육군에 아코디언 연주자로 들어가면서 음악인 인생을 걸었다.

2016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고인은 본명이 ‘심임섭’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산 KBS 노래자랑대회에서 만난 한복남 당시 도미도 레코드 사장이 ‘소리 성(聲)’ 자에 ‘즐거울 락(樂)’ 자를 쓴 예명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이후로 그는 즐거운 소리를 내는 연주가로서 평생을 살았다.

고인은 1970년 색소폰 연주자 이봉조(1931~87)의 소개로 김종필 총리의 전자오르간 교습 선생이 됐다. 그해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김 총리 생일연회에 오르간 반주자로 참석했다가 박정희 대통령을 만났다. 박 대통령이 애창곡 ‘짝사랑’을 부를 때 오르간 반주를 했다. 이후 그는 청와대에 자주 불려갔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과도 인연을 맺어 ‘대통령의 악사’로 불리기도 했다. 청와대 공식행사에선 주로 오르간 반주를 했다. 청와대에 개인 아코디언을 가져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인의 오른쪽 새끼손가락은 다른 손가락보다 유독 짧다. 어릴 적 사고로 끝부분이 절단됐다. 그런데도 그는 아코디언을 잡았다. 그는 평생 손가락 네 개로 건반을 짚었고, 그만의 방식으로 최고의 연주가에 올랐다. 고인은 아코디언과 전자오르간 연주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특별상, 2011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빈소는 경기도 남양주시 백련장장례식장. 발인은 9일, 장지는 경기도 이천시 평화추모공원이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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