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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수사팀은 몰랐던 '30억 각서'.."황운하 알아 의아했다"

박현주 입력 2021. 12. 06. 22:01 수정 2021. 12. 07.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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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당시 수사팀도 모르고 있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 동생의 ‘30억 각서’ 존재를 알고 있어 의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황 전 청장이 당시 청와대 범죄 첩보를 통해 내용을 파악했을 수 있는 정황이다. 김 전 시장의 동생 관련 고발사건을 수사했던 담당 경찰관은 “수사 의지가 없다”며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의 질책을 받고 인사 조치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자난 5월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21-3부(부장 장용범 마성영 김상연) 심리로 열린 이 사건 18차 공판에선 2017년 울산지방경찰청 수사과 지능범죄수사대에 근무한 A경위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황 의원은 2017년 10월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 고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기 인사 기간이 아닌 때 수사팀원을 좌천시켰다는 혐의도 받는다.


수사팀도 몰랐던 30억 각서…황운하는 알았다?


A경위가 속한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7년 7월 울산지역의 건설업자 김모씨가 아파트 건설 허가와 관련해 비위가 있다며 울산시 공무원들을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수사팀은 이 사건을 ‘혐의없음’ 의견으로 보고했는데 황 전 청장은 ‘30억 각서’를 언급하며 확인해보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30억 각서란 김씨가 김 전 시장 동생과 아파트 사업권 수주를 도와주면 30억원을 지급하겠다는 각서를 썼다는 의혹이다.

검찰이 A경위에 황 전 청장이 30억 각서와 관련된 자료가 있다는 내용을 어떻게 알게 된 것이냐고 묻자 “저희(수사팀)도 모르는 각서를 어떻게 청장님이 알고 계셨는지 저도 그게 참 신기했다”고 했다. “2회에 걸친 경찰의 보충조사 당시 건설업자 김씨가 김 전 시장의 형과 동생에 관해선 말하지 않았고, 각서가 고발장 말미에 첨부된 ‘용역계약서’ 형태로 돼 있어 수사팀이 인지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황 전 청장이 30억 각서를 언급해 의아했다”라고도 했다. A경위는 황 전 청장이 어떤 경위로 각서를 알게 됐는지는 “모른다”라고 증언했다.

문제의 용역계약서는 김씨가 2014년 3월 김 전 시장 동생과 용역비 30억원에 ‘시공사 협의, 분양 관리 등 울산 북구 아파트 신축 사업을 위임해 진행한다’는 내용으로 체결한 것이다. 김씨는 해당 아파트 시행권 자체가 없어 계약은 이행되지 않았다. 이후 김씨는 김 전 시장 동생이 시행권과 인허가 문제를 해결하는 조건으로 요식 절차로 용역계약서를 썼다며 고발했지만 검찰은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수사팀 질책 후 인사 조치…김기현 수사 지시도”


A경위는 이날 “황 전 청장에게 보고한 뒤 별다른 언급이 없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황 전 청장이 강력히 언급한 30억이나 김 전 시장의 형, 동생 내용이 전혀 없는데도 질책받는 게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냐”는 검찰 측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A경위는 또 황 전 청장의 질책이 있고 난 뒤 인사 조치가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실제 같은 해 10월 A경위를 포함해 김 전 시장 동생 사건을 수사하던 기존 지능범죄수사대 수사팀 3명은 다른 부서로 발령났다.

A경위는 김 전 시장에 대한 황 전 청장의 수사 지시가 있었다고도 했다. A경위는 질책이 있던 2017년 10월 10일 황 전 청장의 지시를 수첩에 적었는데 여기에는 ‘김기현 시장 형 동생 이권 개입 가능성, 인허가 관련 김 시장 형의 입건 계획 가능성, 울산시청 공무원 편의 실제 인허가 비리, 김 시장 형의 영향력’이란 문구와 함께 ‘인지해야 한다, 적극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경위는 이를 “황 전 청장이 말한 내용”이었다고 증언했다.


“팀장으로서 모든 내용 파악했어야”


반면 황 전 청장 측은 A경위의 인사를 ‘수사팀원의 부주의’에 따른 결과였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고발장 첨부 서류에는 용역계약서가 제출됐는데 수사팀이 이를 확인하지 못했고 그 결과 김 전 시장 동생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충실히 살피지 못했다는 것이다. 황 전 청장 변호인은 “증인은 팀장으로 1차 결재권이 있고 모든 사건 내용을 파악하는 게 원칙”이라며 “수사기록에 30억짜리 용역계약서가 포함된 건 객관적 사실 아니냐”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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