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나프탈렌 좀약 못쓴다.. 업계 "급작스레 사업 정리하라니"

김은경 기자 입력 2021. 12. 6. 22:19 수정 2021. 12. 7.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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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두달만에 문 닫으란 소리", 환경부 "유예 기간 둘지 검토"

화장실이나 옷장에 걸어두고 좀약과 방향제로 써왔던 나프탈렌을 앞으로 시중에서 볼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환경부와 방충제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1일부터 나프탈렌 좀약의 판매와 사용을 금지할 방침이다.

정부는 2019년 나프탈렌을 좀약에 사용할 수 있는 성분으로 지정했지만 2년 만인 올해 7월 개정된 고시에서 제외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살균제·소독제 등 화학제품 사용량이 많아졌다”며 “생활화학제품의 인체 안전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좀약으로 쓰이는 나프탈렌의 위해성이 높다는 전문가 의견과 해외 사례 등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나프탈렌에 급성 노출될 경우 빈혈이나 간 손상이 일어날 수 있고, 장기간 들이마신 동물들이 백내장과 망막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연합(EU)은 2008년 나프탈렌을 방충제로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했고, 미국은 밀폐된 서랍장이나 수납함 등에 넣어서만 쓰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환경부의 규제가 일방적이고 갑작스럽게 결정됐다는 점이다. 나프탈렌 방충제 업계는 올해 개정된 고시에서 나프탈렌이 좀약의 주성분에서 빠지자, 환경부 방침에 따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사용 가능 함량을 정해달라며 심사를 신청했다. 그런데 수개월이 지난 11월 초에야 “나프탈렌을 이용해 좀약을 만들 때는 제품의 2.4%까지만 넣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나프탈렌 좀약은 순수 나프탈렌을 크기와 모양을 가공해 만든다.

강동균 전국나프탈렌협의회 대표는 “나프탈렌을 2.4%만 넣으면 좀벌레를 쫓는 효과가 없다”며 “20년간 운영해온 공장 문을 두 달 만에 닫으라는 얘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대다수 국가에서는 나프탈렌이 좀약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당장 금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내 나프탈렌 방충제 산업의 매출 규모는 70억원 남짓으로 추정된다. 과거 방향제·방충제로 집집마다 쓰였지만 점차 수요가 줄고 대기업이 손을 떼면서 지금은 40~50년 전부터 나프탈렌만 취급해 온 중소 공장 5곳 정도만 남았다. 이 업체들은 최소한 유예 기간을 두거나 다른 성분으로 전환해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뒤늦게 “업계 상황을 고려해 유예 기간을 둘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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