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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권력이 자본을 지배할 때

신경진 입력 2021. 12. 07. 00:25 수정 2021. 12. 07.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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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 베이징총국장

시작은 마윈(馬雲)의 실종이었다. 이어 중국판 우버 디디(滴滴)가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로는 복종하나 속으로는 따르지 않는 행위)’로 몰렸다. 다섯 달 만에 자진 상장 폐지한다. 사교육이 당했다. 연예계가 초토화됐다. 플랫폼 기업이 수난이다.

올 7월 7일 신제품을 출시하려던 일본 기업에 벌금을 물렸다. 날짜만이 아니다. 중국에 출시하는 외국 제품은 사양에도 불온한 숫자가 들어가선 안 된다. 내년 3월부터는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민영기업의 결제 시스템으로는 상거래가 불허된다.

기업 경영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모든 기업이 당혹해 하고 있다. 국적 불문이다.

그 사이 100년 역사의 중국공산당(중공)이 처음으로 ‘성취와 경험 결의’라는 문건을 확정했다. 중공 100년 역사를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시진핑(習近平) 시대로 삼족정립(三足鼎立)시켰다.

마오쩌둥, 덩샤오핑, 시진핑(왼쪽부터).

중국 출신 우궈광(吳國光) 캐나다 빅토리아대 교수가 예리하게 해석했다. 1980년대 덩샤오핑의 정치개혁을 도왔던 우 교수가 마오·덩·시의 중국을 권력과 돈(錢)의 역학 관계에 따라 열두 글자로 정리했다. 최근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다.

먼저 마오 시대. 권력이 돈과 다퉜다. 전권대립(錢權對立)이다. 돈이 권력에 졌다. 진 정도가 아니다. 사라졌다. 인민공사가 세워졌다. 공산사회가 도래했다. ‘결의’의 평가와 달리 국가 경제도 사라졌다.

덩의 시대가 시작됐다. 처음엔 돈은 없고 권력만 있었다. 권력이 돈을 만들기 위해 봉사했다. 전권교역(錢權交易)의 시대로 풀이했다. 정경유착이다. 권력자는 돈을, 가진 자는 권력을 누렸다. 경제는 발전했지만 사회 불안이 싹 텄다. 권력의 지속가능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시진핑의 이른바 신시대가 열렸다. 19차 당 대회에서 당·정·군·민·학, 동·서·남·북·중까지 당이 모든 것을 이끈다고 선언했다. 당은 다시 최고 권력자 한 명을 일컫는 핵심이 좌우한다. 권력으로 자본을 통제하려는 이권공전(以權控錢) 시대다. 지난 일 년간 중국에서 벌어졌고, 앞으로 펼쳐질 중국을 꿰뚫는 네 글자다.

중국인은 순응할 준비에 들어갔다. 세계는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미·중 전략 경쟁이 겹쳤다. 의도와 달리 확립된 건 불확실성뿐이다. 한국 기업도 마오·덩·시로 정립한 중국과 이웃할 혜안이 절실하다. 낭패(狼狽)를 피하려면 말이다.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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