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이 간다]603개 병상 중 111개만 코로나에 내준 코로나 전담 병원

안혜리 입력 2021. 12. 07. 00:31 수정 2021. 12. 09. 11:21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국립중앙의료원(NMC)을 보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19 병상 대란은 저 멀리 딴 나라 얘기다. 지난해 말 주차장에 새로 만들어 대대적으로 홍보한 코로나 중환자 모듈 병상 30개(중환 14개, 준중환 16개)와 올해 초 병원 인근 미 공병단 자리에 경증 환자를 위해 마련한 65개 병상을 제외하고는 기존 496개 병상(1월 기준, 현재 603개) 중 16개 음압 병상만 코로나 대응에 쓰고 있다. 다른 병상은 전부 코로나와 무관한 환자용이고, 코로나 최일선인 감염내과는 물론이요 미용 시술을 위한 피부과와 한방내과 등 모든 진료과가 코로나 이전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외래 진료를 보고 있다. 심지어 올초 공병단 자리에 107개 마련했던 병상을 한달만에 65개로 줄였다. 2015년 메르스 당시 병원 전체를 소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올초 국립중앙의료원(NMC)은 경증 환자를 위한 격리병동을 인근 공병단 부지에 마련해 107개 병상을 마련했지만 한달만에 65병상으로 오히려 줄였다. [중앙포토]

이런 한가한 NMC와 달리 지금 대한민국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총리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1만명 감당"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하루 5000명 수준인 지금도 병상이 없어 대기 중인 코로나 중증 환자가 수도권에만 1000명 가까이 된다. 병상 1개가 아쉬워서 정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지난 11월 5일과 12일 민간 3차 상급종합병원 등에 추가 병상 징발 행정명령을 내렸다. 가령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41개인 코로나 중환자 병상을 82개로, 삼성서울병원은 기존 31병상을 60병상으로 늘려야 한다. 안 그래도 대기가 길어 빡빡하게 돌아가는 민간 상급 종합병원이 중환자 병상을 내놓으려면 코로나 아닌 다른 중환자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당장 다른 중증환자 사망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급 종합병원 중환자실까지 쥐어짤 정도로 병상 대란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 정부가 내린 결론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미 병원 전체를 소개한 4개 시립병원 외에 서울의료원 등 다른 동원 가능한 병원의 병상을 최대로 늘렸다.
그런데 중수본은 세금으로 돌아가는 국립 의료기관이자 코로나 콘트롤타워인 복지부 산하 NMC에 병상을 추가로 요구하지 않았다. NMC 역시 다른 많은 민간 병원이 하듯이 자발적으로 병상을 내놓지도 않았다.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감염병에 대응해야 할 국립 의료기관은 평소처럼 돈벌이하고, 민간 병원은 코로나를 빌미로 희생을 강요받는 모양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지난해 10월 국립중앙의료원(NMC)은 주차장에 음압격리병동을 마련해 30병상을 늘렸다. 하지만 최근 병상대란 와중에도 메르스 때처럼 병원 전체를 소개하기는커녕 추가로 병상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준공식 모습. 맨 오른쪽이 문재인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 연합뉴스

병상 적은 줄 "몰랐다"는 중수본


코로나 발병 이후 가장 주목받는 의료기관이 NMC다. 대통령과 역대 총리들이 앞다퉈 방문해 격려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는 이벤트를 수시로 벌이는 덕분에 대다수 국민은 물론 웬만한 의료진 역시 NMC가 상당수의 코로나 환자를 감당하고 있는 거로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존 496개 병상(1월 기준, 현재 603병상) 가운데 16개 음압 병상만 코로나 환자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중환자 의무 병상(14개, 위중증 16개 별도)은 민간 병원이 기존 병상의 두 배를 마련하라는 행정명령을 받는 와중에도 15개로 똑같이 유지됐다.
코로나 전담 병상 턱없이 적은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시 코로나19 대응 자문위원인 한양대 배현주 교수는 "최근 서울시의 코로나 중환자 병상 현황 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명색이 코로나 콘트롤타워라는 공공병원으로, 웬만한 3차 종합병원보다 의료진 수가 더 많은데도 NMC의 병상 기여가 너무 적은 걸 보고 분노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를 제기했더니 복지부 산하라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하더라"고도 했다.
한양대는 기존 40~50개 병상을 털어 코로나 중환 병상 26개로 개조했다. 기존 중환자실은 아직까진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코로나에 대응하느라 평소 응급실을 거쳐 가는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같은 중환자 체증이 심해져 환자와 의료진 고통이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다른 병원 상황도 비슷하다. 삼성서울병원 백경란 교수는 "기존 중환자실과 구분해서 31병상(허가 병상의 1.5%)을 만들었지만 이게 마지노선"이라며 "민간만 쥐어짤 게 아니라 빨리 체육관 같은 곳을 털어 환자를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서울시 박유미 국장은 "시립병원 말고 다른 공공기관에 요청은 많이 한다"며 "보훈병원과는 얘기가 잘 돼서 병상을 확보했는데 NMC는 복지부 관할이라 쉽지 않다"고 했다.
이처럼 민간과 다른 공공 병원의 코로나 부담이 늘어나는 와중에 NMC는 왜 비켜나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전국 병상을 총괄하는 중수본 차전경 환자병상관리팀장에게 이유를 물었다. 답변이 충격적이었다. "몰랐다"는 것이다. 차 팀장은 "NMC 등 공공기관이 당연히 가장 많은 병상을 내놓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며 "공공의료 담당 부서에 확인해보니 NMC는 취약계층 진료를 책임지고 있어 그렇다고 하더라"고 했다. 또 "서울의 시립병원 등 다른 공공병원들이 100% 털어서 코로나에 대응하니 NMC마저 그렇게 하면 취약계층은 갈 곳이 없으니 일반 진료에 대한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다만 "NMC와 관련해서는 코로나 병상 문제라도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박향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이 공식적으로 답할 수 있다"며 더 이상의 답은 하지 않았다.

결국은 돈 문제?


하지만 대다수 의료진은 NMC가 취약계층 진료라는 별도의 역할 분담을 한다는 주장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았다. 배현주 교수는 "위중한 팬데믹 상황에서 코로나 전담병원인 공공병원이 우선적으로 책임지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면서 "NMC같은 2차 병원 환자는 얼마든지 다른 병원으로 보내 대응할 수 있는데도 취약계층을 핑계로 아무 역할도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의료라는 파랑새』를 쓴 이은혜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전문의 역시 "민간병원이 공급하기 어려운 감염병 같은 필수의료를 공급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면 NMC는 왜 코로나 대응에 소극적일까. NMC와 복지부 모두 "취약계층 진료"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지만 의료계에선 돈 문제로 짐작한다.
2020년 초 대구 경북지역에서 코로나 환자가 폭증했을 때 민간병원인 대구동산병원은 일반 병상 전부를 소개하고 격리병상 460개를 마련해 120억 원의 손실을 봤다. 전담병원 해제 후에도 환자들이 쉽게 돌아오지 않아 380억 원의 추가 손실을 봐 직원 월급도 제대로 못 줄 지경이 된 적이 있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장이 『공공의료라는 파랑새』 추천사에서 "코로나 치료는 의료기관 전체, 혹은 독립된 건물에서 실시하는 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인데도 불구하고 세금으로 설립된 공공의료기관들은 여러 변명을 대면서 코로나 환자 진료를 전담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것처럼 병상을 내놓으면 당장 경영적 손실이 커서 미적댄다는 얘기다. 특히 NMC는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정기현 원장이 부담스러워 정부가 적극적으로 병상 요구를 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 "취약계층 위한 외래 기능도 중요"

「 지난 7월 광주시에서 발탁된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NMC가 코로나 병상을 적게 운영한다는 지적에 "50%를 내놓고 있다"며 동의하지 않았다.다음은 일문일답.

복지부는 지난 7월 30일 광주시 박향 시민안전실장을 공공보건정책관으로 발탁했다. 공공의료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로,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을 겸하고 있다. [사진 복지부]


-긴급한 상황인데 NMC의 병상 기여가 생각보다 적다.
"국립대학병원이나 다른 공공병원은 1.5~2%만 내놓고 있는데 NMC는 중증, 준중증, 준등증 환자 다 보면서 50%를 내놓고 있다. "
-111병상만 코로나 대응에 쓰고 있는데 어떻게 50%인가.
"111병상 유지하려면 의료진 50%가 투입돼야 한다. "
-의료진 투입 비율이 아니라 병상 수를 얘기하는 거다. 그건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다.
"기존 병상 200개는 비워서 개조해야 이 정도 운영할 수 있다. "
-아니다. 기존 본원 병상 중에선 16개만 전담하고 있다.
"대체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건가."
-NMC는 국립, 특히 코로나 컨트롤타워인데 민간 병원만큼도 병상을 내놓지 않는 이유를 알고 싶다.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묻나. 대체 뭐가 문제라고 느끼는지 몰라서 답을 못하겠다. "
-코로나 병상 수가 적은 이유를 물었다.
"그럼 대체 어느 정도를 해야 한다는 거냐. 지금 이게 적다는 거냐. 그럼 어디가 잘 하고 있느냐. "
-가령 적십자 병원은 296 병상 중 176병상을 코로나로 돌리고 있다. 다른 공공기관도 NMC보다 다 많다.
"의료진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냐. 그리고 NMC가 진료만 보는 것도 아니고 하는 일이 엄청 많다. 병상 배정이나 적정 평가, 의료진 교육, 공공병원에 대한 표준안, 교육 시스템. 이런 중요한 기능이 많다. 병상 수로만 보지 말라. 그리고 대체 고작 500병상에 3차도 아닌데 중증 환자 보고 있는 병원이 어디 있나. 그리고 취약계층을 위한 외래 기능도 중요하다. "

안혜리 논설위원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