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 MB·朴 사면 배제"..'사면 찬성 74%' 野 침묵의 이유

강태화 2021. 12.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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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연말연시 특별사면 대상에서 이명박(MB)ㆍ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기로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며 “올해 특사는 민생사범 등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했던 예년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 대해 청와대 인사들은 “국민적 동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여러차례 사면의 조건으로 ‘국민의 동의’를 제시해왔다”며 “특히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문 대통령은 임기 이후 평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국민의 압도적 동의가 없는 사면은 정치적으로 결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8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또 다른 인사는 “대선을 앞둔 대통령의 의사 결정은 선거에 영향을 준다”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타이밍을 놓친 문 대통령이 이제 와서 대선 개입 논란을 만들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사면이 불발된 진짜 이유는 대선의 선거 지형과 관련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 1일 발표된 리서치앤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찬반 의견은 각각 39.2%와 43.7%였다. 반대가 약간 높지만, 차이는 오차 범위(±3.1%포인트) 이내다. 통계적 의미가 없는 박빙이란 뜻이다.

그런데 사면에 대한 의견은 세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전직 대통령 사면 여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60대 이상에서 67.2%를 기록한 사면 찬성 여론은 50대에선 47.3%, 40대에서는 23.7%로 급격히 줄어든다. 특히 30대의 찬성 의견은 20.5%, 20대는 15.4%에 불과하다.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대선의 승부처는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선을 앞두고 젊은층이 강하게 반대하는 사면을 부각하는 것은 문 대통령은 물론, 여야 후보 모두에게 아무런 정치적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 통합 차원의 임기말 사면 가능성이 제기돼 왔지만, 대선후보들은 적극적이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최근 사면 관련 질문을 받자 “뉘우침도 없고, 반성도 하지 않고, 국민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면을 얘기하는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10.1%에 불과한 민주당 지지층 내 사면 찬성 여론을 의식한 말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소상공인과 함께하는 전국민선대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여권의 핵심인사는 “자체 분석에 따르면 젊은층에 대한 두 전직 대통령의 상징성이 적어, 사면 반대를 강조해도 득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오히려 대선을 앞두고 여당의 사면 관련 발언은 ‘정치공작’으로 낙인찍힐 수 있어 아예 관련 언급 자체를 줄이는 게 낫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사면 찬성 비율은 74.4%에 달한다. 그런데도 야당발 사면 요구는 많지 않다. 윤석열 후보도 “국민 통합을 위해 필요하다면 결단하겠다”면서도, 시점은 ‘대통령 당선 이후’로 미뤘다. 당장 사면론을 꺼내지 않겠다는 뜻에 가깝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을 마치고 두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는 “야당도 2030에 대한 득표 전략을 감안하면 사면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이유가 없다”며 “특히 전직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던 윤 후보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이번 대선에서 사면 이슈가 부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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