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인도, 힌두-이슬람 갈등에 '연인들 목숨 건 사랑'
[앵커]
인도에서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인 연인들의 결혼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결혼에 반대하며 살인사건까지 벌이는 바람에, 연인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사랑을 하는 상황인데요.
지구촌인에서 살펴 보시죠.
[리포트]
20대 청년 아르바즈 물라는 꿈에 그리던 이상형인 슈웨타 쿰바르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2년 넘은 열애 끝에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했지만, 이는 곧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9월, 물라의 시신이 철로 위에서 발견된 건데요.
자살로 위장된 살인사건이었습니다.
[락스만 님바르기/경찰청장 : "자살이나 철도사고처럼 보이게 하려고 시신을 철로에 두었습니다. 사건 조사를 바탕으로 10명을 체포했습니다."]
물라가 살해당한 이유는 종교가 다른 여성과 사랑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물라의 종교는 이슬람교. 여자친구인 쿰바르는 힌두교도입니다.
이슬람교도를 못마땅하게 여긴 쿰바르의 가족이 청부살인을 저지른 겁니다.
[나지마 샤이크/물라의 어머니 : "사랑에 빠진 것이 가장 큰 범죄입니다. 그게 이유입니다. 아들의 죄는 그저 사랑한 것뿐입니다."]
최근 인도에선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간 결혼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7년 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속한 인도인민당이 집권하고 힌두 민족주의가 힘을 얻으면서부텁니다.
모디 총리는 집권 후 무슬림이 다수인 인도령 카슈미르주에서 자치권을 박탈했고, 아삼주에서는 법을 개정해 무슬림 4백만 명의 시민권을 빼앗았습니다.
[모한 라오/전 사회과학교수 : "정부는 양극화를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고, 성공했습니다. 집단적 불안 심리는 정치적으로 강력한 무기가 돼 이용되고 있습니다."]
힌두 민족주의자들은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간 결혼이 이슬람교 개종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이를 '러브 지하드'라 부르며 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브 지하드는 구체적인 실체가 없고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음모론일 뿐인데요.
실제로, 인도 내 힌두교도와 무슬림 인구 비율은 파키스탄이 분리된 1947년 이후 70여 년간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도 인민당이 집권한 일부 주에선 이른바 '러브 지하드'법이 통과됐습니다.
그 첫 번째로 지난해 11월 우타르프레데시주에서 신랑이나 신부가 배우자의 종교로 개종하는 것을 막는 법이 생긴 겁니다.
[고팔 크리슈나 아가르왈/인도국민당 대변인 : "우리 당은 다른 종교 간 결혼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금전이나 강요, 또는 개종을 이유로 누군가를 유혹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일부 극단주의자들을 넘어, 힌두교인 3명 중 2명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과의 결혼을 꺼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무슬림과 힌두교도 연인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사랑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무자파르 틴왈/물라의 친구 : "상상도 못 한 일입니다. 사랑에 대한 벌이라니요. 심지어 그것도 가족들에 의해, 주 법에 따라 행해지고 있습니다."]
종교간 갈등에 정치적 목적까지 가세하면서 종교가 다른 인도 연인들의 비극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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