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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림 은퇴 선언..'한국 유도는 아직 그대가 필요하다'

김인수 입력 2021. 12. 0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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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남자유도 동메달리스트 안창림 '은퇴 선언'

도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안창림(27·KH 필룩스 그룹)이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안창림이 은퇴를 고민했던 것은 사실상 지난 9월부터라고 안창림을 지도한 송대남 감독은 말합니다.

안창림은 "지난 도쿄 올림픽이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경기력이었고, 파리 올림픽에서 그 이상 잘 할 수 있는 자신이 없다. 앞으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지도자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은퇴의 변을 남겼습니다.

흔히 올림픽과 같은 큰 국제대회를 마치면 선수들은 '번 아웃 현상'을 겪곤 합니다. 일본 유도의 성지인 '부도칸'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목표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안창림 역시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웠습니다.

"매일 매일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왔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모든 기준을 유도와 경기가 있는 날에 맞춰, 단 1 퍼센트라도 제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게 있다면 모든 것을 다해왔기 때문에 저 자신에게 잘했다고 위로해주고 싶습니다."

도쿄 올림픽을 마친 뒤 안창림이 꺼낸 소감입니다. 이처럼 모든 것을 불태운 선수에게 다시 일어나 앞을 보고 가야 한다고 설득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앞 길이 보이지 않거나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될 때 선수들은 은퇴의 길을 택하기도 합니다.

어릴 때부터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던 안창림 (27·KH 그룹 필룩스 유도 단)


■ 일본 교토 출생 '재일 교포 3세 유도 선수' 안창림... 일본유도연맹 귀화 제안 뿌리치고 2014년 한국행

널리 알려져 있듯이 안창림은 '재일 교포 3세 유도 선수'입니다. 할아버지가 정착한 교토에서 1994년 3월에 태어난 안창림은 가라테 사범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처음엔 가라테를 배우다 나중에 유도에 흥미를 붙이고 유도 선수의 길을 택했습니다.

안창림은 초등학생 때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글을 썼습니다. 할아버지 대부터 귀화하지 않은 이력을 갖고 있는 안창림에게 국가 대표란 '대한민국' 대표를 뜻합니다. 안창림은 중학교 때에는 '내가 지면 우리 가족이 슬퍼한다. 재능이 부족하면 남보다 3배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안창림을 주시하던 일본 유도연맹은 귀화를 권유합니다. 그 제의를 뿌리치고 한국행을 선택한 안창림은 2014년 2월 대한해협을 건너 용인대학 3학년으로 편입학합니다. 이후 한 달 만에 열린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3위에 오른 뒤, 그해 6월에 열린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합니다.

차근차근 국가대표의 길을 밟아나간 안창림은 세계랭킹 1위에 오르고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습니다. 두 번째 올림픽인 도쿄 대회를 마친 안창림은 "다시 선택의 순간이 와도 일본 귀화 대신 한국행을 택하겠습니다"는 소회를 남겼습니다.

그 이유를 묻는 말에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목숨 걸고 지킨 조국이기 때문에 한 번도 한국인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조부모님이 자랑스럽고, 존경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안창림 (27·KH그룹 필룩스 유도 단)이 도쿄올림픽 남자유도 73kg급 16강전에서 상대 선수와 부딪쳐 코피가 나면서도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다시 선택의 순간이 와도 망설이지 않고 한국을 택할 것”이라고 말한다.


■ 한국 유도에 아직 안창림의 존재가 필요한데…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는 만 30세로 한창때

이처럼 가슴 뜨거운 한국인으로 성장해온 안창림의 은퇴는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우선 안창림이 아직 젊다는 점입니다. 1994년생인 안창림은 아직 27살의 창창한 나이입니다.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송대남 감독의 나이는 당시 34살이었고, 황희태 감독은 그보다 한 살 더 위인 35세였습니다.

엄격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겠지만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는 얼마든지 뛸 수 있고 기량을 만개시킬 수 있는 나이입니다.

더 아쉬운 점은 한국 유도에는 안창림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직 남자 73kg급에서 안창림을 대체할 만한 경쟁 선수가 없습니다. 그가 리우와 도쿄를 거쳐 파리 대회까지 간다면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한국 유도의 든든한 올림픽 자원입니다.

한국 유도계도 반성할 점이 있습니다. 올림픽을 마치고 '번 아웃 현상'을 겪을 선수들의 심리 상담과 정신적인 치유를 통해 다시 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필요가 분명 있었습니다. 단기적인 목표와 함께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큰 어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간접 증거입니다.

안창림 개인에겐 '선수는 도복을 입고 매트에 서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라는 진리와 그 자신의 정체성을 되돌아 보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유도계 선배들은 조언합니다.

그 누구보다 '한국인'이 되고 싶어 고국을 찾은 안창림과 마침내 태극마크를 달고 피와 땀으로 만들어낸 그의 올림픽 메달을 보면서 우리는 그의 노력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의 조국 대한민국과 한국 유도는 아직은 그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김인수 기자 (andre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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