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 겨냥 '3연타'..중국 vs 서방 '격랑 속으로'

조성원 입력 2021. 12. 7. 15:10 수정 2021. 12. 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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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번 주 중국에 대한 서방의 파상 공세가 연쇄적으로 밀어닥치고 있습니다.
첫 파고는 미국의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입니다.

■ 제 1격, 미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12월 6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어떠한 외교적, 공식적 대표단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이 신장에서 지속적으로 집단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고 기타 인권 유린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외교적 보이콧, 즉 선수단은 파견하지만 개·폐회식 등 주요 행사에 정부 사절단을 파견하지 않는 일이 현실화된 것입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검토하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지만, 막상 공식 발표가 되자 속보가 연이어 터졌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IOC가 기다렸다는 듯 이같은 미국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 IOC 대변인은 외교관 파견은 각국 정부의 순수한 정치적 판단이라며 이같은 판단을 절대적으로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선수단 파견 문제만 아니라면 IOC는 뒤로 빠지겠다는 의미입니다.

곧이어 뉴질랜드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뉴질랜드텔레비전은 로버트슨 부총리 겸 체육부 장관이 장관급 대표단을 비롯해 외교적 차원에서 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로버트슨 뉴질랜드 부총리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외교적 차원의 참석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권 문제 제기 차원이 아닌 코로나19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로버트슨 부총리는 앞서 중국에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여러차례 전했지만, 이번 올림픽 불참은 인권 문제가 아닌 코로나19에 따른 안전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간접적으로 힘을 실으면서도 중국과의 정면 충돌을 비껴간 셈입니다.

뉴질랜드는 미국, 영국 등 5개국으로 이뤄진 군사 정보 네트워크,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회원국입니다.

영국과 캐나다, 호주 역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 중이라고 외신들이 이미 전했습니다. 동참 국가가 더 늘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제 2격, EU의 '경제적 강압' 보복 조치

다음 파고도 곧 닥칩니다. 유럽연합 EU가 현지 시간 12월 8일 '경제적 강압'을 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력한 무역 대응책 초안을 발표합니다.

특정 국가가 관세나 무역 허가, 쿼터 등을 통해 시장 접근 차단, 공공조달 프로그램과 투자 시장 접근 제한 등 '경제적 강압'을 했다고 확인하면 EU가 징벌적 조치에 들어간다는 내용입니다. 지적재산권 축소, 상품 조달 통제, 금융서비스 배제, 식품 시장 검역 강화 등이 거론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습니다.

이 역시 중국이 주 대상입니다. 중국은 최근 EU 회원국인 리투아니아가 타이완 대표부 개설을 시행하자 보복 조치로 외교 관계를 격하했습니다. 이와 맞물려 중국 레이저 업계가 리투아니아와의 협력을 중단했다고 중국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전했습니다.

리투아니아의 레이저 관련 수출의 1/3이 중국을 대상으로 합니다. 더불어 중국이 통관 사이트에서 리투아니아를 아예 뺐다는 정황이 있어 논의 중이라고 EU 집행위원회 통상총국 대변인이 확인했습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설치한 타이완 대표처 명판.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EU 조치의 과정은 좀 아이러니합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 EU의 새로운 조치는 "당초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대항하기 위해 모색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이 해당 정책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 제 3격, 민주주의 정상회의..."미국, 인권 탄압 관계자 제재 동참 촉구 예정"

세번째 파고 역시 상당히 큽니다. 9~10일 화상으로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상당히 공들여온 국제 회의입니다.

110개국 정부와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참석합니다. EU, 한국,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 대부분이 참석합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 등은 빠졌습니다.

미 국무부는 권위주의 차단, 부정부패 척결, 인권 존중 증진 등을 주요 의제로 꼽았습니다. 회의에서 미국이 인권 탄압을 하는 외국 정부 당국자와 관련자들을 대거 제재하고 다른 국가들에게도 이에 동참하라 촉구할 계획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3일 보도했습니다.

미 백악관은 이번 참가국 명단이 특정국가에 대한 민주주의 여부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초대받지 못했다면 누가봐도 '민주주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타이완은 포함되고 중국이 제외됐다는 점이 부각돼 보입니다.

미국의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발표에 주미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정치적 조작”, “올림픽 헌장 정신 왜곡” 등을 거론하며 비판했다. 사진은 친강 주미 중국대사.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서방의 공세에 중국도 즉각 반응을 냈습니다. 미국이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발표하자마자, 주미 중국대사관의 류펑위 대변인이 성명을 냈습니다. "가식적 행동" "올림픽 성공 개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정치적 조작"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미국 정치인들에게 초청장을 확대해 보내지도 않았는데 난데없이 외교적 보이콧을 내놨다"면서 "올림픽 헌장 정신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행위라고도 주장했습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해서는 '미국식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넘어 '중국식 민주주의'를 선전하는 계기로 삼아 맞불 작전에 들어갔습니다. 국제 포럼을 여는가 하면 백서도 발간했습니다.

12월 4일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온-오프라인 국제 포럼을 열고 "민주에는 보편 모델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식 자유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정답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황쿤밍 선전부장은 "인민이 주인이 되는 것이 중국 민주의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포럼에는 120여개국 인사들이 참가했습니다.

■ 중국, 미국 정치 문제점 지적하며 '중국식 민주주의' 선전

같은 날 중국 국무원은 '중국의 민주주의'라는 2만 2천자가 넘는 백서를 공개했습니다.
"민주는 각국 국민의 권리이지 소수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음 날인 5일에는 중국 외교부가 미국 민주주의는 금권정치로, 1인 1표제는 소수 엘리트 정치로 변질됐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실었습니다. CCTV 등 관영매체들도 이같은 주장을 적극 전했습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4일 ‘중국의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표했다. (사진=인민망)


중국은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11월 제기했던 '전 과정 인민주의'를 함께 강조하고 있습니다. 서방의 민주는 이익집단간 다툼이고 경쟁적 선거에 집중하지만, 전 과정 인민주의는 모든 이의 이익을 대변하고 선거에서 감독까지 모든 것을 포함한다고 주장합니다. 서방의 자유민주주의보다 나은 '중국 특색' 민주주의를 잘 운용하고 있으니 간섭하지 말라는 취지입니다.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기념해 올해 개관한 중국공산당역사박물관의 시진핑 주석 관련 영상물을 관람객들이 촬영하고 있다. (사진 조성원 기자)


12월 19일 열릴 예정인 홍콩 입법의회 선거를 고려해서도 중국은 밀릴 수 없습니다. 민주세력 퇴조, 선거제 개편 등의 영향으로 선거 보이콧 움직임마저 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주의 논쟁에서 밀릴 경우 자칫 홍콩에 대한 장악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같은 '중국식 민주주의' 논쟁에 대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에서 지방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던 13명이 집밖 출입도 통제 당하다가 결국 선거 운동을 중단한 사례를 전했습니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중국식 민주주의'의 실태를 지적한 것입니다.

■ 미중 화상정상회담 불구 '격랑 속으로'...국내 정치 측면도 고려

당초 미중 관계는 어느 정도 조정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11월 16일 미중 화상정상회담 당시 미국 측은 중국에 대한 체제 전환을 시도하지 않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타이완 문제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체면을 어느 정도 지켜줬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미중간 갈등 속 협력에 대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11월 15일(현지 시간) 화상 정상회담 상대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이번 주 '3연타'의 공세를 펴면서 미중관계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것입니다. 당장 미국이 제안한 비축유 방출이나 이란 핵 문제 등에 대한 국제 공조는 물론 한국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립니다.

이같은 국제 관계 변동은 내년 11월에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 내년 10월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결정할 공산당 대회와 연계해 고려해야 합니다. 국내 정치적 상황 때문에 바이든, 시진핑 두사람 모두 경쟁 국가에게 호락호락하게 보여서는 안됩니다.

동시에 경제 관계 파국으로 역풍이 일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미중 양국의 경제가 여전히 긴밀히 얽혀있는 상황에서 강경 일변도의 대응은 양측 모두에게 양날의 칼이 되기 때문입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와 대국으로서의 국제적 인정을 바탕으로 이례적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려는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는 이번 서방의 공세는 커다란 도전입니다. 중국은 일단 대외적 비판 성명 등 맞대응을 통해 내부적 결속을 다질 것입니다.

이후 중국의 대외적인 실력 행사 여부가 이번 갈등의 폭발력과 지속 기간을 가늠할 척도가 될 전망입니다.

조성원 기자 (sungwon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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