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 어답터' 전희철 감독, 농구에서도 IT 선두 주자

문영규 2021. 12. 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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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계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전희철 감독의 모습


"만약 우승해 보너스가 나오면 새 VR(가상 현실) 장비를 갖고 싶다."

프로농구 SK의 새내기 사령탑 전희철 감독(48)이 우승 보너스를 받는다면 사고 싶은 물건은 VR 장비였다. '얼리 어답터'로 알려진 전 감독다운 답변이었다.

전 감독은 각종 IT 기계를 사용하는 데 능숙하다. 전술도 작전판이나 보드를 사용하는 다른 감독들과 달리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이른바 '스마트 농구'다.

전 감독은 "미국 연수 시절 배운 프로그램인데 지금은 직접 구매해 쓰고 있다. 빠르게 패턴을 그릴 수 있고, 데이터로 저장해 관리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고 사용 후기를 밝혔다. 전 감독은 컴퓨터로 구상한 전술을 태블릿 PC와 연동해 보관한다. 이를 훈련과 실전에 활용하고 빼곡한 메모까지 함께 정리해 놓는다.

감독 부임 이후 새로 만든 패턴과 훈련 프로그램 등만 해도 800개가 넘는다. "원래 코치 시절부터 만들어와서 훨씬 많았는데, 백업을 잘못해서 데이터가 일부 지워졌다. 정말 아까웠다."

전희철 감독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패턴을 구상한다.


취미 생활도 MZ 세대에 가깝다. 전 감독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게임이다. 전 감독의 방에는 게이밍 모니터와 마우스, 스피커 등이 갖춰져 있어 프로게이머의 방을 방불케 한다.

전 감독은 "원래는 장비가 훨씬 많았는데, 감독이 되면서 대부분 지인에게 넘기거나 창고에 정리해 놨다. 아깝지만 시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즐겨 하는 게임의 폭도 다양했다. 많은 사람이 즐기는 FPS(일인칭 슈팅 게임)부터 시작해 '유로 트럭',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같은 이른바 매니아 층의 게임도 섭렵했다.

특히,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실제 비행기 조종사의 훈련에 이용될 정도로 전문적인 게임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도 플레이하기 쉽지 않다.

전 감독은 "VR 기계를 쓰고 레이싱 휠로 '유로 트럭'을 하면 진짜 트럭 운전사가 된 기분이 든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를 할 때는 비행기 조종간 등 각종 장비도 다 구입했었다. 지금은 새 시리즈가 나와서 하고 싶은데, 한번 시작하면 시간을 많이 뺏길 것 같아서 참고 있다."며 열혈 게이머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전희철 감독은 각종 전술과 메모들을 컴퓨터와 태블릿 PC에 정리해 놓는다.


■ '전희철식' 농구? SK의 색깔에 맞춘 농구!

새 VR 장비를 사고 싶다는 전 감독의 소망은 SK가 우승해야 가능한 일이다. 아직 어느 팀이 우승할지 예측하긴 힘들지만, SK도 분명 우승후보 중 하나다.

지난 시즌 8위에 머물렀던 SK는 올 시즌 2위로 KT와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전 감독도 현재까진 합격점을 받고 있다.

올 시즌 SK는 '모션 오펜스'를 팀 컬러로 표방하고 있다. 공격에 나서는 선수나 스크린을 거는 선수뿐만 아니라 5명 전원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공격 루트를 만드는 전술이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포지션의 경계도 매우 옅어진다. 전 감독은 "포인트가드, 슈팅가드, 스몰포워드가 시작할 때는 정해져 있지만, 순간적으로 상황에 따라 역할이 바뀐다."고 설명했다.

가드인 김선형과 안영준, 포워드인 최준용까지 볼 핸들러와 외곽 슈터의 역할을 겸할 수 있는 선수들이 다수 있기에 가능한 전술이다. 전 감독은 "제가 하고 싶은 농구도 맞지만, 이게 SK의 선수단 구성과 잘 어울리고 그 색깔에 맞춘 농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격 포메이션도 파이브 아웃(외곽 5명)에서 시작해 워니가 들어가는 싱글 포스트를 주로 사용한다. 전 감독은 "예전 농구와 지금 농구는 많이 달라졌다. 유튜브로 농구 영상을 찾아보는 것도 좋아한다. 요즘 미국 농구를 보면 공간을 넓게 사용하고 싱글 포스트를 서는 모습이 많이 보여서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감독은 외국인 선수 물색이나 전지 훈련을 위해 해외에 나갈 때면 미국 농구의 동향을 유심히 살핀다고 전했다. 단순히 최신 프로그램으로 전술을 구상하는 것을 넘어 전 감독은 현대 농구의 변화에 민감한 농구 전술의 '얼리 어답터'도 꿈꾸고 있었다.

문영규 기자 (youngq@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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