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잘려도 일주일 산다.. 재난현장 투입될 정예부대 정체

문지연 기자 2021. 12. 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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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raits Times 페이스북

배낭 하나만을 멘 채 구조활동을 펼친다.

보통 사람보다 10배 이상 방사선을 잘 견딘다.

머리가 없어도 일주일을 살 수 있을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연구팀이 악조건의 재난 현장에 투입하고자 개발 중인 인명구조 부대의 특징이다. 이런 ‘탈인간급’ 능력을 소유한 대원들의 정체는 바로 바퀴벌레다. 마다가스카르휘파람바퀴벌레(Madagascar hissing cockroach) 종으로 평균 몸길이 6㎝, 성체 몸무게는 23g 정도다. 다른 종보다 2㎝가량 크며 애완동물로도 인기가 많다.

NTU 기계항공우주공학부 사토 히로타카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4년 전부터 이 바퀴벌레에 5.5g짜리 배낭을 얹어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배낭은 여러 개의 센서로 만들어지는데, 이산화탄소 등 가스를 경고하거나 열 징후를 포착해 생명체를 감지할 수 있는 초소형 적외선 카메라 등이 달려있다.

연구팀은 ‘인간 탐지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배낭을 멘 바퀴벌레가 87%의 정확도로 사람과 사람이 아닌 물체를 구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최근 바퀴벌레 등에 두 개의 전극과 마이크로칩 하나를 얹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마이크로칩이 바퀴벌레의 신경근에 일정 전기 자극을 주면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냈다.

/The Straits Times 보도화면

마다가스카르휘파람바퀴벌레가 가지는 종 특성에도 장점이 많다. 척박한 환경에 매우 강해 방사선을 잘 견디는데, 그 정도가 사람의 10배에 달한다. 옆구리에 있는 숨구멍을 통해 호흡할 수 있어 머리가 없어도 일주일까지 생존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약 5㎢ 넓이의 탐색구조 지역에 약 500마리의 바퀴벌레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지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7일(현지 시각) 이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현재 100~200마리가량의 바퀴벌레가 서식지와 비슷한 온도·습도의 연구실에서 살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과 협업 중인 내무부 산하 안전관리 기관인 HTX 관계자는 “인간에게 위험하고 접근할 수 없는 작고 빽빽한 공간에 바퀴벌레를 풀어 놓으면, 구조대원들을 보호하고 활동의 민첩성과 효율성이 향상할 것”이라며 “5년 이내 바퀴벌레 구조대를 현장에 투입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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