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수 줄이자는 정부..교육계는 "과밀학급 여전, 더 늘려야 교육이 산다"

이후연 2021. 12. 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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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등교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학생 수가 감소하니 교원 정원도 줄여야 한다.”(기획재정부 등)
“지금도 학급당 학생 수가 너무 많다. 교원 더 늘려야 한다.”(교육계)

초·중등 교원 정원을 둘러싼 정부 당국과 교육계의 대립각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 행정 당국은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해 교원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계는 “학교 현장의 모습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미래 교육을 생각한다면 교원 정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 학급당 학생 수 OECD 평균보다 많아


초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여러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69만3361명이던 초등학생 수는 2025년 220만6817명, 2030년 171만7057명으로 10년간 약 35.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학생 수도 2020년 131만5614명에서 2030년 105만9944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교원 정원에 학령인구 숫자만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학급당 학생 수를 따져보면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최근 OECD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23명으로 OECD 평균(21명)보다 많다. 중학교 학급당 학생 수도 26명으로 OECD 평균 23명을 웃돈다. 박 교수는 “항상 OECD 선진국이라고 자랑하는데, 왜 교육분야에서는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는가”라며 “숫자만 놓고 보더라도 교원정원 감축이 아니라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학생 수 30명 이상 과밀학급 1만3358개…"학생 교육에 치명적"


과밀학급의 평균 학급별 학생 수 분포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전문가들은 평균에 가려진 ‘과밀학급’ 문제도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초·중·고 전체 학급 22만2334개 중 한 학급당 25명 이상인 학급은 10만6010개로 약 47%에 해당한다. 이 중 1만3358개(6%)는 한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이 넘는다. 학령인구가 줄었지만,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대신 학급 자체를 줄였기 때문이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2010년과 비교해 2020년에 초·중·고 학급 1만3613개가 줄었다.

전경원 경기도교육청 정책자문관은 ”지금의 교육과정도 한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 이하라는 가정 아래 만들었는데 현장은 반대로 가고 있다“며 “학생별 맞춤형 교육은 적어도 학급당 20명 이하일 때 가능하지, 지금과 같은 숫자로는 표준화·획일화된 교육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교육 현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생 간 학력 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과밀학급이 치명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교사 이모씨는 “돌봐야 할 학생이 많으면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을 충분히 도와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학생별 차이가 더 커지는데 학급과 교원을 늘려 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게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공립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교육부는 교원 양성 체제 개편 방안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19와 고교학점제, 개정 교육과정 등 다양한 변경 사항을 고려해 새로운 교원 임용 방안과 양성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늘어나는 선택과목 수요에 대비해 전문가 인력과 기간제 교원을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에 대해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 위원은 “단기적인 인력 충원은 지속성 측면에서 교육의 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학생들의 선택권과 전문적 교육을 위해서라면 전임 교원 충원이 더 도움되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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