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조선일보

[수요동물원] 산채로 뜯어먹히는 상어의 포효 "여전히 배고프다"

정지섭 기자 입력 2021. 12. 08. 00:00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아프리카 바다서 동족포식 현장 포착
서로 잡아먹으면서 생존하는 습성
"사람 보이지 않자 동족포식 늘어나" 분석도

동아프리카 모잠비크 인근 깊은 바닷속. 상어 한마리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습니다. 살벌한 눈매와 입 안 가득 한가득 머금은 이빨이 영화 ‘죠스’속 식인상어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이 상어의 모습 뭔가 허전합니다. 그것도 섬뜩하게요. 가슴팍에서 배에 이르는 부분이 통째로 보이지 않습니다. 살갗과 내장과 뼈가 통째로 없어져 텅 비어있습니다. 붉은 피가 활화산처럼 치솟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상어는 지금 죽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 모잠비크 해역에서 촬영된 장면. 동족에게 포식당한 상어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 듯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헤엄치고 있다. /더 선 홈페이지

그것도 산채로 동족에게 잡아먹히면서요. 공격은 여러 번 지속된 것으로 보입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펄떡이며 기능하던 내장과 살갗과 뼈는 아무래도 옆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놈들의 뱃속으로 들어가 이미 소화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카니발리즘(동족포식)이죠. 쏟아지는 피에서 풍기는 비린내는 아마도 더 많은 상어들을 유혹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렇게 산채로 동족들에게 포식당한채 죽어가고 있는 놈의 눈매를 한 번 보십시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동족에게 포식당해 몸의 상당부분이 훼손된 상어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그 옆으로 다른 상어들도 헤엄치고 있다. /더 선 홈페이지

죽어가면서도 여전히 사냥꾼으로서의 카리스마를 뽐내는 상어 월드의 섬뜩하고도 잔혹한 일면입니다. 영국 대중지 ‘더 선’등 많은 해외매체들이 최근 이 동영상을 소개하면서 이 상어를 ‘좀비 상어’라고 불렀습니다. 정상적으로 유유히 헤엄치면서 신진대사 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산송장이라는 이야기이죠. 횟집에서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물고기의 경우는 척추동물중에서도 하등한 편이어서 머리와 몸이 분리돼도 한동안 멀쩡한 듯 살아있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눈을 꿈뻑일때가 있습니다. 상어의 아가리쪽을 보시면 알겠지만, 낚싯줄로 보이는 로프에 꿰어 입을 옴짝달싹하는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바람에 산채로 뜯어먹히는 상황이 된 것 같아요.

몸길이가 최대 20m가까이 크는 지상 최대의 상어 고래상어. 인간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작은 플랑크톤을 주로 먹고 사는 온순한 종이다. /조선일보DB

이 장면을 촬영한 스페인의 어류학자 마리오 레브라토는 영국 더 선 인터뷰에서 “상어가 상어를 먹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 장면을 화면에 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흥분했습니다. 이 과학자의 말처럼 상어는 이미 카니발리즘으로 이름난 동물입니다. 국내 대표적인 상어연구학자인 군산대 해양수산자원학과의 최윤 교수는 “큰 상어가 작은 상어를 삼키는 식으로 같은 상어간의 포식은 일반적인 습성”이라며 “다만 상어 무리 중 같은 종 내에서의 포식은 보기 드문 장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습성 때문에 수족관에서 기르던 작은 상어가 큰 상어의 뱃속으로 사라져버리는 ‘실종사건’도 간혹 일어난다는 것이죠. 카니발리즘이라고 하니 최소한의 근본조차 모르는 한낱 미물이라고 얕잡아보면 금물입니다.

상어류 중 가장 기괴한 모양새를 한 것으로 유명한 마귀상어(고블린상어). /미 스미스소니언 국립 자연사박물관

최 교수는 “모든 물고기를 통틀어서 단연코 상어의 지능은 최고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분류학상으로 상어는 얼핏 덜 진화가 된 것처럼 보일수도 있습니다. 물고기는 크게 세 종류입니다. 가장 원시적인 종류가 칠성장어·먹장어 등이 속한 무악류(無顎類 ·턱이 없다는 뜻), 상어와 가오리 등이 속한 물렁뼈를 가진 연골어류, 그리고 이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물고기들을 아우르는 경골어류죠. 몸의 구조가 상대적으로 원시적인 연골어류지만, 그건 몸의 구조에만 해당될 뿐이라는 겁니다. 최윤 교수는 “큰 상어가 작은 상어를 잡아먹는 것 뿐 아니라 덩치가 엇비슷한 상어끼리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일도 이들의 일반적인 습성”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상어의 동족포식습성은 공교롭게도 식인(食人) 성공 가능성과도 연관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호주 해양연구소의 미칸 박사는 “최근 상어의 동족포식 횟수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스쿠버 다이버 등이 상어의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는 등 많이 조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500살 이상 사는 것으로 알려진 북극권 서식 상어인 그린란드 상어. /미국 해양대기청 홈페이지

좋아하던 먹잇감 중의 하나인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들자, 동족으로 눈을 돌렸다는 뭔가 다행스러우면서도 섬뜩한 이야기입니다. 상어는 약 4억 년 전쯤에 지구상에 출현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가장 원시적인 부류인 주름상어부터, 식인상어 죠스로 유명한 백상아리·청상아리·귀상어, 그리고 덩치는 18m에 이르지만, 플랑크톤만 먹는 온순한 성격의 고래상어까지 총 500여 종이 알려져있습니다. 상어는 환경적응력도 어느 물고기보다 뛰어납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그린란드 상어입니다. 북극 바다의 차가운 수온에 적응하기 위해 신진대사를 최소화한 결과 이 상어의 수명은 무려 500년에 이르게 됐습니다. 조선시대 중종 반정과 임진왜란 무렵 태어난 상어들이 여태껏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상어에서 가오리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톱상어. /미국 해양대기청 홈페이지

한편 약 1억8000만~1억4000만 번성하던 상어무리의 일파가 바다 밑의 모래속으로 새로 둥지를 틀면서 새로운 분파를 형성합니다. 이들의 몸은 바닥 생활에 맞게 점점 납작해지죠. 바로 가오리입니다. 남도의 맛깔스러운 먹거리인 홍어도 여기 속하죠. 그래서 톱상어나 가래상어, 전자리상어처럼 상어라고 보기에는 납작하고, 가오리라 치기엔 두툼한 모양새의 물고기들은 상어에서 가오리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생물 교과서들입니다. 상어 하면 보통 ‘피냄새를 맡고 몰려온다’고 해서 후각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실제로는 청각을 통해서 먹이의 존재를 알고 그다음에 냄새로 확인한다고 합니다.

최근 외신을 통해 공개됐던 백상아리의 상처뿐인 얼굴과 몸. 온몸에 난 거친 상처는 동족등의 공격을 숱하게 이겨내고 살아온 신산한 삶의 흔적을 말해준다. /뉴욕포스트 홈페이지. Sea Drragon Films.

모든 상어들이 다 획일적인 습성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테지만, 분명한 것은 상당수 상어들에게 ‘동족과의 투쟁’은 삶의 중요한 동력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달 초 뉴욕포스트 등을 통해 소개된 백상아리의 모습입니다. 머리부터 꼬리끝까지 어디 한 군데 성한 곳이 없습니다. 이 숱한 공격을 버텨내고 막아냈기에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겠죠. ‘강한 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임을 온몸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