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 호랑이는 잊었다" 상머슴 이승현

고양=강동웅 기자 2021. 12.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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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 호랑이'로 불리는 오리온 이승현(29)은 '프로궂은일러'라는 별명이 더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며칠 전 프로농구 오리온의 홈 코트인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만난 이승현은 "혼자서 라건아(KCC)를 전담 수비해 보기도 했다. 충분히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선수 혼자 막기엔 벅차 보이는 라건아지만 이승현의 한 템포 빠른 위치 선정과 상대 플레이 습성에 따른 효율적인 수비가 빛을 보고 있다는 게 오리온 코칭스태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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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일 도맡는 오리온 에이스
프로농구 오리온의 ‘두목 호랑이’ 이승현이 1일 고양실내체육관 코트에 앉아 농구공을 한 손으로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수비 가담, 몸싸움 등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이승현은 이번 시즌 득점 부문에서도 18경기 평균 13.9득점으로 개인 통산 최고 기록을 올리고 있다. 고양=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두목 호랑이’로 불리는 오리온 이승현(29)은 ‘프로궂은일러’라는 별명이 더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수비 가담, 몸싸움에 동료들에게 슈팅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상대 수비수를 차단하는 스크린플레이 등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을 도맡아 하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외국인 선수 미로슬라브 라둘리차가 부진에 빠진 요즘 이승현의 존재감은 더욱 빛난다.

며칠 전 프로농구 오리온의 홈 코트인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만난 이승현은 “혼자서 라건아(KCC)를 전담 수비해 보기도 했다. 충분히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선수 혼자 막기엔 벅차 보이는 라건아지만 이승현의 한 템포 빠른 위치 선정과 상대 플레이 습성에 따른 효율적인 수비가 빛을 보고 있다는 게 오리온 코칭스태프의 설명이다.

이승현의 이번 시즌 공헌도는 468.35점으로 외국인 선수 포함 팀 내 전체 1위다. 평균 출전시간 역시 32분 21초로 가장 많다.

7일 현재 그는 18경기에서 평균 13.9득점으로 개인 통산 최대 득점력을 펼치고 있다. 자유투 성공률은 96.7%(30개 중 29개)에 달한다. 이승현은 “이번 시즌 훈련을 시작할 때마다 100개씩 던졌다. 자유투 성공률 100%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한국가스공사전에서 1개를 놓쳤다”며 아쉬워했다.

개인 성적만 보면 만족스러울 만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팀이 리그 3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리온이 선두로 올라가야만 자신의 성적도 의미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팀부터 앞세운다.

동료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애정이 묻어난다. 센터 라둘리차가 평균 8.4득점, 5.2리바운드에 그치며 태업 논란에 휘말렸을 때도 이승현은 그를 대신해 묵묵히 상대 외국인 선수 수비에 나섰다. 그는 “라둘리차는 훈련에 열성적으로 임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그는 팀 동료다. 부진하더라도 격려하고 도와주는 게 동료”라고 말했다.

이승현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가족이다. 그가 농구공을 잡게 된 건 실업 농구선수 출신인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유도에 빠져 있던 초등학생 이승현에게 농구를 권한 게 아버지였고, 농구의 길로 접어든 청소년기 이승현의 엄격한 훈련 코치를 맡은 게 어머니였다.

그런데 팀이 우승을 차지한 2015∼2016시즌 당시 아버지가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그는 “길어야 1년 반에서 2년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들었을 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우승을 못해도 좋으니 아버지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그는 어머니에게 “승현이가 코트에서 잘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던 아버지의 말을 전해 들었다. 그는 흔들렸던 마음을 다잡고, 내려놓았던 농구공도 다시 집어 들었다. 5년째 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떠올리며 코트에서 더욱 힘을 내고 있다.

팀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이승현이지만 감성만큼은 어릴 적 소년의 풋풋함에 머물러 있다. 좋아하는 가수인 아이유의 노래를 듣거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볼 때면 곧잘 눈물을 보인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을 묻자 수줍은 듯 이렇게 말했다. “이번 시즌 반드시 플레이오프에 갈게요. ‘아이유님’이 꼭 보러 와주시면 좋겠어요.”

고양=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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