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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연금개혁 뒤 탄핵됐다"..'연'자도 안 꺼내는 이재명·윤석열

허진 입력 2021. 12. 08. 05:00 수정 2021. 12. 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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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열린 2021 중앙포럼에서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기념 촬영하고 있는 모습. 장진영 기자


정치권에선 경제학 게임이론 ‘죄수의 딜레마’ 같은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국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선거에 끼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결국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대표적인 예가 연금 개혁이다. 연금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손해 보는 계층이 적극 저항하는 까닭에 여야 모두 먼저 나서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 하지 않는다. 특히 한 표가 아쉬운 선거를 목전에 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내년 3·9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최근 그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제3지대에서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지난 6일 만나 공적 연금 개혁에 힘을 모으기로 했지만 유력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꿈쩍도 안 하고 있다. 이·윤 후보는 연금 개혁에 관해선 공약 제시뿐 아니라 별다른 입장 표명조차 잘 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7일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연금 개혁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윤 후보는 지난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를 하면서 “누구도 못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은 정말 존중받을 만한 결단이었다”고 밝힌 정도다.


심상정·안철수, 연금개혁 한목소리…李·尹은 침묵

정치권에선 두 후보의 행태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했던 박근혜 정부가 정치적으로 큰 저항을 받았던 까닭이다. 당시 관여했던 야권 인사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고 나서 선거 결과를 봐라. 세종시에서 계속 지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 부처를 비롯해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는 세종시는 ‘공무원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실제 이명박 정부 때 ‘세종시 원안’ 사수에 정치적 생명을 걸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세종시에서 51.91%를 득표해 47.58%를 얻은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꺾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 뒤 치러진 두 번의 총선과 지방선거, 대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계열은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2015년 4월 6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에 관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 물러난 이유로 흔히 국정농단 사건을 꼽는다. 하지만 탄핵에 이르기까지 부정적 민심이 쌓이는 데는 공무원연금 개혁도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는 의견이 정치권에선 제법 있다. 정권에 대한 저항 세력이 커지면 그만큼 국정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지난 9월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것”이라며 “국정농단은 트리거(방아쇠)에 불과했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인기 없는 정책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련스럽게 했던 대통령”이라며 “공무원연금 개혁은 집권 전략으로 옳지 못한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탄핵의 정치적 배경 중 하나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꼽은 것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연금 개혁에 손을 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는 ‘사회적 협의 기구 구성을 통한 국민연금 개혁’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2019년 8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세 가지 개혁안을 마련한 뒤 별다른 논의의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안이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논의 종료 선언이었다.

국민연금 재정 어떻게 되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러는 사이 공적 연금의 부실화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2018년 보건복지부 예측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 고갈은 2057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의 예측에 따르면 이보다도 2년 빠른 2055년에 기금이 바닥을 드러낸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적자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2030년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올해 7.1조원인 공무원연금(4.3조원)과 군인연금(2.8조원)의 적자는 9년 뒤인 2030년에는 두 배 가까운 13.7조원(공무원연금 9.6조원, 군인연금 4.1조원)으로 불어난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 예산에서 적자를 보전해주는 공무원연금 보전금도 2015년 3조727억원이었다가 연금 개혁 뒤 하락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다시 2조5644억원으로 뛰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무원·군인연금 적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치권에선 차기 정부를 공적 연금 개혁의 ‘골든 타임’으로 보고 있다. 한국전쟁 뒤 1955~63년에 출생한 이른바 ‘베이비부머’ 약 723만명이 차기 정부 임기 내에 대부분 은퇴를 하고 ‘연금을 내는 사람’에서 ‘연금을 받는 사람’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개혁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윤석명 한국연금학회 회장(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개혁은 독일·일본에 비해서 최소 20년, 공무원연금 개혁은 일본에 비해 40년 뒤진 상황”이라며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선 후보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연금 개혁 문제를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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