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구를 위한 '개 식용 사회적 논의기구'인가?

김영환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2021. 12. 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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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부는 지난 달,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개 식용 문제에 대하여 내년 4월까지 집중 논의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지난 달 그들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짧게 있는데 “국민들이 개 식용에는 부정적이면서,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할 때 나아갈 방향은 뻔하다. 개 식용 관련 사업자에게 보상을 해 주고 사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는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추진될 때 그 결과도 뻔하다. 사양산업인데다 와치독 등 동물운동가들의 활동으로 사업을 축소하던 개농장주들이 이제는 보상금을 받기 위해 버티는 것이다. 그러다가 보상이 가시화되면 돈을 더 받기 위해 개체수를 최대한 늘인다. 보상금을 받고도, 개 식용 관련 산업이 금지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 명의로 계속 사업을 할 수도 있다.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해 찬반을 물으면 반대여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은 개 식용이라는 말을 단지 개고기를 먹는 것으로 인식한다. 즉 개 식용이라는 말은 개 식용 산업 전체 문제를 소비자의 취향의 문제로 축소해 버린다. 문제는 개가 고기가 될 때까지의 과정이다. 시설을 설치하고 개를 기르고 개를 죽이는 전 과정이 어떠한지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 식용에 대해 찬반을 물어서는 안된다. 모든 개도살 관행이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는데 처벌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요, 모든 개사육 관행이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는데 처벌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요, 모든 개사육시설이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는데 처벌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요, 이렇게 물어야 한다. 정부도 우리나라의 모든 개농장이 불법이고 실정법상 폐쇄에 준하는 행정처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면 개고기를 먹을까 말까와 같은 고급진 논의를 하기에 앞서 이 불법사항에 대한 처분부터 하여야 한다.

곧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이 완료된다. 농림부는 논의기구 참여 요청서를 자신들이 관할하는 19개 단체에만 보냈다. 19개도, 사람들이 흔히 동물보호단체라고 이해하는 단체는 몇 개 되지 않고 사업, 연구, 특정 견종 관련 단체들이 대부분이다. 농림부 동물복지정책과의 사무관은 동물보호단체가 160개인데 어떻게 다 보내냐고 말했다. 이 중요한 문제를 다루면서 160만개도 아니고 160개에 공문을 못 보낸다는 발언을 하였다. 그리고 신청단체 중에서 참여단체를 선정하는 기준은 그 단체의 정회원수라고 하였다. 사회적 논의기구에는 개농장 대표가 참여한다. 그렇다면 그 정도의 관여도로 개농장에 반대하는 활동을 한 단체가 참여해야 한다. 농림부 관할단체의 정회원수와 개 식용 종식 문제에 대한 관여도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결국 농림부는 자신들의 관할하에 있는 순치된 단체를 들러리로 내세워 개농장의 이익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동물학대의 주된 현장은 동물 관련 산업이다. 농림부는 그 동물학대체제의 정점에 있다. 제발 동물복지정책과라는 기만적 간판이라도 내려달라.

김영환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김영환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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