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무역갈등 호주도 "베이징 보이콧"..고심하는 유럽 동맹들

이유정 2021. 12. 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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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가 6일(현지시간) 시드니의 한 공립학교에서 열린 '호주의 재생'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모리슨 총리는 이날 ″중국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다″며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EPA=연합뉴스]

내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24회 동계 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boycottㆍ거부)’ 선언에 호주가 동참한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호주는 우리 이익을 위해 취해왔던 강경한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호주 정부 관계자들이 (베이징 올림픽)경기 참석을 위해 중국에 가지 않는 것은 놀라울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모리슨 총리는 또 “이 같은 결정은 신장 위구르 자치 지역의 인권 침해와 관련해 외교적 채널로 논의를 재개하자는 호주 정부의 투쟁에 따른 것”이라며 “또한 중국 정부는 호주의 물품 수입을 가로막고 방해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호주 정부는 외교적 보이콧에 따라 고위급 사절단을 보내지 않지만, 40명의 호주 선수들은 경기에 예정대로 참여할 것이라고 모리슨 총리는 덧붙였다.

이 같은 호주의 보이콧 동참 선언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6일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나온 것이다. 앞서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신장 지역의 대량 학살과 인권 범죄 및 여타 인권 침해 문제 상황에 따라 미국은 외교·공식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찌감치 미국 손 든 호주, 우회 거부한 뉴질랜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미 백악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지역의 대량학살과 인권 범죄 및 여타 인권 침해 문제로 인해" 오는 2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동계 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호주의 공식적인 보이콧 선언은 중ㆍ호주 관계의 얽힌 실타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호주는 2018년 미 정부의 요청에 따라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사업에서 화웨이의 참여를 금지시켰다. 지난해 코로나19 발발 이후로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중국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은 호주산 석탄과 쇠고기·보리·와인 등에 무역 장벽을 높이는 관세 보복으로 맞대응했다. 여기다 지난 9월 호주가 미국과 함께 중국 견제를 위한 신안보 동맹 ‘오커스(AUKUS)’에 참여하면서 양국 간 대립 관계는 안보·군사 분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모리슨 총리는 이날 중국 측의 추가적인 무역 보복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현재까지 호주 외에는 뉴질랜드가 장관급 인사를 베이징에 파견하지 않는다고 밝힌 상태다. 그랜드 로버트슨 부총리는 7일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대부분 코로나19와 관련된 것”이라며 미국과의 관련성은 부인했다. 이미 지난 달 20일 중국에 뉴질랜드의 불참 입장을 전달했고, 미국의 발표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앞서 영국과 캐나다ㆍ호주ㆍ뉴질랜드 등 미국의 ‘파이브아이즈(Five Eyesㆍ첩보 동맹 5개국)’ 우방국들이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들이 직접적으로 미국의 손을 들어주는 ‘호주 방식’을 따를지, 코로나19 등 다른 이유를 들어 회피하는 ‘뉴질랜드 방식’을 따를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의 홍콩ㆍ신장 지역의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해왔던 유럽 국가들에게 이번 보이콧문제는 특히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인권 앞장 서 때린 유럽, 보이콧은 ‘신중’


지난 2019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 앞에서 만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은 지난 6일 신장 위구르 자치구역의 인권 탄압에 연루된 중국 관리들에 대한 경제ㆍ여행 제재를 내년 12월까지 1년 연장했다. EU의회는 지난 7월 “중국 정부가 인권 문제를 검증 가능하도록 개선하지 않는 한 동계 올림픽의 보이콧을 촉구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NYT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7일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지지는 표명하지 않은 채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올림픽 등 주요 스포츠 행사는 전세계적으로 자유와 인권을 증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우리는 그 목적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이 같은 계기가 정치적 선전용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면서다. 이 같은 EU집행위의 반응은 회원국 별로 간단치 않은 현실 셈법을 반영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같은 날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탈리아는 차기 2026년 동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어 관례상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주최국 지위를 넘겨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입장에서 프랑스도 신중하기는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2024년 파리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AFP 통신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측이 “미측의 외교적 보이콧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유럽 차원에서 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고 전했다.

독일의 경우 올라프 숄츠 사회민주당 연정 정부가 이제 막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 곧바로 날을 세우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숄츠 차기 총리는 기자들의 질의에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국제 사회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만 했다. 독일은 전임 앙겔라 메르켈 총리 재임 시기에도 경제적으로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中반발 계속…“美올림픽 때 바이든 살아있길”


미국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 선언에 중국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외교부는 “미국 측의 사악한 의도가 드러났다”며 “미국이 더 많은 도덕성과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고 받아쳤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의 칼럼니스트 첸 웨이화(陈卫华)는 트위터를 통해 “(고령의)바이든이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하계 올림픽을 중국이 보이콧 하는 걸 볼 수 있을 만큼 오래 살기를 바란다”며 신랄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유정기자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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