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스루' 총회 가고 '전자총회' 온다

고성민 기자 2021. 12. 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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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정비사업 총회 풍경이 계속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마치 자동차 극장처럼 조합원들이 차 안에서 총회를 지켜본 ‘드라이브 스루’ 총회가 펼쳐졌는데, 이제 전자총회가 정비업계 신(新)풍경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지난해 4월 28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건축부지에서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의 ‘드라이브 인’ 총회가 열리고 있다. /고성민 기자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에선 오는 18일 전자총회 방식으로 임시총회가 열린다. 조합장과 총무이사를 해임하는 안건이 의결된다.

이번 총회는 유튜브로 실시간 방송되며, 조합원들은 자신의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방배5구역 전자투표 홈페이지에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한다. 본인인증(휴대전화 인증) 절차를 거쳐 ▲조합장 해임의 건 ▲총무이사 해임의 건 ▲조합장 직무정지의 건 ▲총무이사 직무정지의 건 등 4개의 안건에 대해 각각 찬반을 투표하는 방식이다. 전자서명 방식으로 화면에 온라인 서명을 마쳐야 투표가 최종 완료된다.

이번 전자총회는 정비사업지에서 전자총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개정·시행된 지난 11월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사례다.

도정법은 총회에서 조합원의 최소 10% 이상이 직접 출석해 의결하도록 하는데, 지난 8월 개정되고 지난 11월 시행된 도정법 개정안은 재난 발생 등으로 불가피한 경우 직접 출석 없이 전자투표만으로 출석이 인정되도록 했다. 도정법 45조(총회의 의결)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재난의 발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해 시장·군수 등이 조합원 직접 출석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정족수를 산정할 때에는 직접 출석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이 새로 담긴 것이다. ‘재난’의 범위는 태풍, 홍수, 감염병, 미세먼지, 화재 등이다.

이는 코로나 확산으로 정비사업지 혼란이 가중되자 개정된 조항이다. 정비사업지에서 총회 개최는 사업 진행을 위한 필수적인 절차이며, 사안에 따라 조합원 과반 이상 직접 출석 의무도 있다. 창립총회나 사업시행계획서 작성 및 변경, 관리처분계획 수립 및 변경을 의결하는 총회 등은 20% 이상, 시공사 선정 등 총회는 50% 이상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여러 정비사업지가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 시공사 선정 총회가 대표적이다. 한남3구역 조합은 코엑스를 총회(작년 6월 21일) 장소로 빌렸는데, 총회를 4일 앞두고 강남구청이 코로나 확산 우려로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한남3구역 조합은 사업 지연으로 인한 비용 증가 등 문제로 총회를 강행했다가, 조합장과 감사 등 임원진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해 1심 유죄 판결을 받았다.

또 서울 광진구 자양7구역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지난 7월 조합 설립을 위한 총회를 충북 청주시에서 열었다. 자양동의 한 웨딩홀에서 총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심해지자 ‘지방 원정총회’를 연 것이다. 총회를 미루는 사업지들도 수두룩했다.

정비 업계에선 이에 따라 전자총회를 가능케 한 개정법률을 환영하는 목소리다. 전자총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총회 일정이 늦춰지거나 무산될 위험이 없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도정법을 따르는 재건축·재개발이 아닌 주택법을 따르는 리모델링은 올해 2월 주택법 개정으로 전자총회가 가능해져, 재건축·재개발조합 사이에선 “우리도 전자총회를 열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컸다.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강남구 대치현대와 송파구 문정건영은 이미 조합창립총회와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각각 전자총회로 열었다.

이번 방배5구역 조합원 임시총회를 발의한 발의자 대표 조영택(방배5구역 조합원)씨는 “방배5구역 조합원은 총 1141명인데, 기존 오프라인 총회는 대관료와 인건비 등으로 조합원 인당 약 10만원의 총회 개최 비용이 소요됐다”면서 “반면 전차총회는 작은 스튜디오 하나만 대여하면 돼 인당 약 1만원 비용이 들어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인해 총회가 무산될 변수도 없어 오프라인 총회보다 장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총회의 단점은 전자기기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 조합원들에겐 다소 어려운 방법일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이번 임시총회에서 방배5구역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을 위해 대리인(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중 성년자 등)도 전자투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조합원과 대리인의 관계를 입증할 서류, 대리인의 신분증 등 4가지 서류를 안건 발의자 대표에게 등기우편으로 보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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