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숄츠 정부, 공식 출범.. 첫 시험대는 중·러 외교

박용하 기자 2021. 12. 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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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올라프 숄츠 신임 독일 총리가 8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뒤를 이어 독일연방 9대 총리로서의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사회민주당(SPD·사민당)과 녹색당, 자유민주당(FDP·자민당)으로 구성된 3당 연립정부(연정)도 본격 가동되며 독일사회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문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협에 대한 대응은 숄츠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숄츠 총리는 이날 하원 의회에서 신임 장관들과 함께 공식 임명 절차를 마쳤다. 앞서 사민당은 지난 9월 총선에서 승리한 뒤 지난달 24일 녹색당, 자민당과 3당 연정에 최종 합의하고 숄츠를 총리로 지명했다. 당시 발표된 연정 합의문은 외교와 경제, 복지 등에 있어 적잖은 변화를 예고했다. 새 내각에선 지난 16년간의 메르켈 체제와는 다른 정책적 시도가 이뤄질 전망이다.

국제사회에선 새 내각의 외교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메르켈 정부가 차기 정부에게 넘긴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문제는 당면 과제가 됐다. 숄츠 내각은 지난 연정 합의문에서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와 홍콩, 대만,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을 정면으로 거론하며 중국에 쓴소리를 했다. 아날레나 베르보크 신임 외무장관은 최근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의 ‘미투’ 이후 행방 논란, 중국 내 언론 탄압 등을 거론하며 “올림픽을 더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친중이란 평가를 받은 메르켈 내각과 달리 중국에 대한 기조가 강경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러시아에 대한 공세도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메르켈 전 총리는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독일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러시아의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연결을 지지하는 등 실리와 균형에 중점을 뒀다. 반면 이번 연정에서 외교 분야를 맡은 녹색당은 인권과 가치에 따른 외교를 중시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협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사업에도 비판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한 유럽 외교당국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생하면 노르트스트림2를 유지할 수 없다는 합의가 (워싱턴과 베를린 사이에)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연정이 전례없는 3당 연합이란 점은 변수다. 연정 파트너들 간의 입장차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민당은 러시아 문제에 있어 녹색당보다 온건한 성향으로 알려져 있으며, 동계올림픽 보이콧에 대해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숄츠 총리는 7일 기자회견에서 “독일과 관련된 여러 국가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정부 형태를 갖고 있다”며 “그러한 차이를 알면서도 서로 잘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당의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도 “대중 관계에서 중국의 경제적 의미가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외교 방향에 있어 숄츠 총리와 베르보크 외무장관 간의 주도권 싸움을 예상했다. 외교에 있어 총리의 목소리가 강한 독일에서 녹색당이 얼마나 많은 권한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란 것이다. 유럽 외교위원회의 자나 푸글리에린 수석정책펠로우는 FT에 “메르켈은 모든 대형 외교정책 포트폴리오를 직접 처리했다”며 “베르보크는 외무부에 그 권한을 되돌리려 노력할테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숄츠 내각은 코로나19 대응 등 국내적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독일의 일주일 평균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10월 기준 1만명 이하였으나, 최근엔 5만명대로 늘었다. 새 내각은 보건장관에 감염병 전문가인 카를 라우테르바흐 사민당 의원을 임명하고, 내년 2~3월까지 백신 의무화 법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환경 정책과 관련해서는 연정 합의 과정에서 2030년까지 석탄 발전을 퇴출하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8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같은 내각의 린드너 재무장관은 공공지출 확대를 지양하고 있어 실제 이행을 위해서는 내부 조율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베를린 허티스쿨의 크리스티안 플라크슬란트 교수는 폴리티코유럽에 “구체적인 (환경) 정책 입안 과정에 갈등이 있을 것”이라며 “연정이 이를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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